국가부도 제로 가능성

2008. 10. 27. 09:35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최악상황 와도 국가부도 가능성 사실상 0%

1년내 만기외채 2223억달러지만 외국계銀 국내지점 차입금 많아

주가 폭락과 환율 급등이 이어지면서 1997년 외환위기에 이어 또다시 국가 부도 사태가 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외국인의 주식ㆍ채권 투자자금이 일시에 빠져 나가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그러나 아무리 나쁜 상황을 가정해도 외화가 없어 대외 채무를 갚지 못하는 국가 부도의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는 게 국내외 전문가들의 일치된 의견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의 리처드 머레이 상임이사도 25일 "한국 경제는 1997년 외환위기 당시와 현저하게 다르고 그때보다 훨씬 튼튼하다"며 "한국은 정부의 정책과 자유화 측면에서 눈에 띄게 달라졌고,외환보유액도 그때보다 훨씬 많다"고 평가했다.


◆외환보유액 충분한가

외환보유액은 한마디로 우리 기업이나 은행 등이 외국에서 빌린 돈을 못 갚을 경우 정부가 대신 지불하기 위해 쌓아둔 '비상금'이다. 지난 9월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2397억달러에 이른다. 작년 12월에 비하면 225억달러 줄었지만 여전히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많은 규모다.

이처럼 외환보유액은 충분하다고 할 만한 수준이지만 외화채무 역시 만만치 않다는 점이 각종 위기설의 근거가 되고 있다. 총 외채 중 1년 안에 갚아야 하는 유동외채(만기 1년 이내 단기외채+1년 안에 만기가 돌아오는 장기외채)는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2223억달러 수준이다. 만약 은행과 기업 등이 1년 안에 유동외채를 못 갚아 정부가 외환보유액으로 이를 대신 갚아준다고 가정하면,174억달러의 외환보유액만 남을 것이라는 게 위기설의 핵심이다.

그러나 이 같은 가정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먼저 유동외채는 통계상으로는 2223억달러이지만,이 중에는 외국계 은행의 국내 지점이 해외 본점에서 차입한 금액과 수출업체의 환헤지용 선물환을 사주기 위해 은행들이 해외에서 빌린 자금 등 외환보유액으로 갚지 않아도 되는 채무가 대거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단기외채 가운데 700억달러 이상이 외국계 은행의 본점 차입 자금이기 때문에 실질 유동외채는 1500억달러 정도"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국내 은행들의 유동자산이 유동외채보다 많기 때문에 굳이 외환보유액을 투입할 필요도 없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극단적인 상황은 은행들이 유동외채 전체에 대해 '롤오버(만기 연장)'하지 못하는 것인데,지금보다 상황이 좋지 못했던 1997년 외환위기 때도 은행들은 단기외채의 32%를 '롤오버'하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외국인 주식ㆍ채권 다 팔아치우면

현재 외국인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과 채권은 어림잡아 각각 160조원과 50조원어치다. 채권의 경우 대부분 스와프 거래를 체결해 두고 있기 때문에 외국인이 국내 채권을 전량 매각한다면 국내 은행들에 350억달러의 외화자금 부담이 생길 수 있다.

외국인이 주식을 다 팔아치우는 것도 이론상으로는 가능할지 몰라도 경영 참여,전략적 제휴 등의 이유로 다 털고 나간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외국인이 줄기차게 매도 공세를 펼쳐 달러로 바꿔 나가는 최악의 상황에도 외환보유액을 투입하지 않는다면 환율만 올라갈 뿐 외환보유액은 줄지 않는다는 것이 정부 설명이다.

◆외환보유액 현금화 수월한가

유동외채와 더불어 외환보유액을 둘러싼 또 다른 우려는 '과연 위기상황이 발생했을 때 외환보유액을 즉각 현금화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현재 정부는 외환보유액의 90%가량을 미국 국채 등 유가증권 형태로 보유하고 있으며,나머지는 외국 은행 예금과 금 등으로 보유 중이다. 하지만 정부는 "미국 국채는 여전히 가장 안전한 자산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며 "현 외환보유액은 모두 일주일 내 현금화가 가능한 자산들로 운용 중"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더 이상 외환보유액 문제는 없는 것일까. 이와 관련,최근 정부가 은행들에 450억달러(150억달러는 이달 초 공급)를 직접 또는 수출입은행을 통해 공급하고 은행의 외화 차입에 대해 총 1000억달러 한도 내에서 지급 보증을 서주기로 하면서,외환보유액 감소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 역시 기우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은행들에 450억달러를 공급할 경우 그만큼이 외환보유액에서 빠져 나가겠지만 이는 1~3개월 내에 다시 회수되기 때문에 실질적인 감소는 아니라는 논리다. 또 지급 보증에 투입키로 한 1000억달러도 지금 당장 한꺼번에 빠져 나가는 것은 아니고,최악의 경우를 가정하더라도 은행들의 재무건전성이 튼튼해 모든 채무를 정부가 대지급할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