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10. 27. 09:28ㆍ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글로벌 금융위기가 실물경기 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는 영세 자영업자들의 시름이 그 어느 때보다 깊다.
지난 1997년 외환위기를 연상시키듯 동네어귀와 시장골목에는 꽃집과 치킨집, PC방, 노래방, 부동산중개업소 등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많은 자영업자들이 업종전환을 통해 재기를 노리지만 결국 과잉경쟁에 따른 IMF형 악순환만 되풀이되며 서민들의 주름살은 하나둘 늘고 있다.
◈창업으로 새로운 인생 도전하지만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동 홍릉사거리 주변에는 반경 100m 거리에 부동산중개업소만 25곳이 넘는다. 최근 몇달사이에도 4-5곳이 넘는 업체가 홍릉사거리를 중심으로 들어섰다.
젊을 때 건설 관련 공직에 몸담았던 김지만(남,55,가명)씨는 올해초까지 인천에서 식당을 경영했지만 지난 8월 홍릉사거리 옆에 부동산중개업소를 열었다. 김씨는 "내 인생 마지막으로 승부를 건다는 생각에 3,500만원을 투자해 이곳으로 옮겨왔지만 석달 가까이 운영하면서 매매계약을 단 한 건도 처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최근까지 함께 일했던 여직원마저 내보냈다. 한달에 350만원씩 들어가는 관리비를 감당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인천에서 여기까지 와서 적지 않은 권리금을 주고 어렵게 사무실을 열었지만 지금 심정 같으면 사무실을 얼른 내놓고 싶다"며 울상졌다.
지난 4월 다니던 회사를 관두고 4,000만원을 투자해 서울 은평구 갈현동에 꽃집을 오픈한 이은남(남,40,가명)씨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동생과 동업을 결심하고 퇴직금 2,000만원과 은행에서 대출받은 돈 2,000만원으로 꽃집을 개업했지만 최근 경기가 좋지 않아 단 한푼도 생활비에 보태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씨는 "사람들 심리가 많이 위축돼 파리만 날리고 있다"며 "경기가 좋아야 사람들이 꽃도 사고하는 여유가 있을텐데 지금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어 "사실 올해 말쯤이면 손익분기점을 넘길 것으로 예상했지만 장사가 너무 안돼 내년까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 경기불황에 자영업 퇴출 잇따라
경기불황에 자영업 시장에서 퇴출되는 사람들이 크게 늘고 있다. 지난 2006년 상반기 610만 5,000명에 달했던 자영업자는 지난해 601만 7,000명으로 크게 줄었다. 이어 올해 상반기에는 594만 5,000명으로 2년 전보다 16만명이나 감소했다.
한국음식업중앙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에 폐업한 음식점만 3만여개에 달하고, 휴업에 들어간 음식점도 8만 곳을 훌쩍 넘겼다.
특히 새로운 창업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려는 사람들은 늘고 있지만 지난해부터 시작된 고물가로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된 데다 과잉경쟁에 따른 제살 깎아먹기로 변변한 재기의 기회도 없이 자영업 시장에서 퇴출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 한국은행이 발표한 생계형 서비스산업의 현황과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인구 1,000명 당 음식점은 12.2개로 미국의 7배, 일본의 2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중개업소 역시 1,000명 당 1.5개로 미국보다 5.6배, 일본보다 4.1배나 많았다.
10여년 전만해도 창업은 부업형이나 재테크형이 주류였지만 최근 들어 경기둔화세가 뚜렷해지면서 말그대로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올인하는 생계형이나 취직이 안돼 자영업에 눈을 돌리는 취업형 창업이 크게 늘었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촉발된 실물경기 침체 움직임에 자영업 역시 직격탄을 맞으며 음식업, 의류업, 부동산중개업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경기불황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새롭게 창업한 자영업자는 물론 기존 업체 역시 현상유지만 해도 다행이라는 자조섞인 한숨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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