굶는 아이들! 편중심화

2008. 10. 27. 23:14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국민소득 2만달러 그늘속부의 편중 심화
생활고에 보호자 없어…끼니는 점심급식뿐
"꿈같은것없어요" 가난에 희망마저 빼앗겨

초등학교 4학년 조민준(10ㆍ가명) 군은 서울 금호동 13평짜리 임대아파트에서 한 살 위 누나와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산다. 아버지는 간 경화로 2년 전 세상을 떠났고, 어머니는 아버지가 죽은 뒤 집을 나가 연락이 끊겼다. 할머니(69)는 백내장을 앓고 있고 할아버지(73) 또한 오랜 투병으로 거동이 불편하다. 민준이네 수입은 정부보조금 월 33만원이 전부다. 폐품수집으로 한 달에 10만원 정도 벌었던 할머니는 눈이 안 보여 그마저 할 수 없게 됐다.

민준이에겐 학교에서 주는 급식이 유일한 끼니가 되는 날이 많다. 방학 때는 기초생활수급대상자에게 한 달에 24장씩 나오는 식권으로 끼니를 때울 수 있지만, 식권을 이용하기가 부끄럽고 '못 사는 아이'라는 낙인이 찍히는 게 싫어 차라리 굶는 날이 많다. 가난과 배고픔은 민준이에게서 희망마저 빼앗았다. 장래 희망이 뭐냐고 묻자, "그런 거 없어요… 할머니나 안 아프시면 좋겠어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희망을 뺏긴 아이들

세계 11번째 경제 규모와 국민소득 2만 달러를 넘은 대한민국. 화려한 수사의 이면에 끼니를 거르는 아이들이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성장의 과실이 적절히 나눠지지 않는 왜곡된 현실 속에 어른들의 실직과 사업실패, 이에 따른 부모의 이혼과 가출로 가정이 무너지면서 수많은 저소득층 아이들이 가장 보호를 받아야 할 시기에 배를 주리고 있는 것.

초등학교 2학년 최현석(9ㆍ가명) 군. 현석이는 서울의 한 반지하 방 두 개짜리 집에서 일용직 노동자인 아버지(38)와 신부전증으로 앓아 누운 할머니(68), 역시 일용직 노동자인 삼촌(36)과 함께 산다. 아버지는 현석이가 3살 때 아내와 이혼한 뒤 알코올 중독으로 생활을 포기하다시피 했다.

17일 찾은 현석이네 집은 불을 꺼 놓으면 낮에도 빛이 거의 들어오지 않아 음습했다. 습기 가득한 집안 곳곳에는 곰팡이가 제 집인 양 여기저기 자리를 차지했고, 시큼하고 매캐한 냄새를 자아냈다. 싱크대는 언제 사용했는지 모를 정도로 더러웠고, 먼지를 덮어 쓴 주방도구는 위생상태를 짐작케 했다. 어디 하나 현석이를 위해 따뜻한 밥 한 공기 마련할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현석이네는 동사무소에서 주는 25만원과 삼촌의 불규칙한 벌이로 생활을 이어가는 형편이다. 올 초부터 할머니 병세가 나빠져 한달 약값으로만 20여만원이 들어간다. 안 그래도 빠듯한 살림이 더욱 쪼들리고 있다.

평일 점심은 학교에서 해결할 수 있지만, 아침과 저녁, 그리고 주말이나 방학이 문제다. 할머니가 밥을 해 줄 것으로 보고 일주일에 한 번씩 부식이 전달되지만 제대로 챙기지 못하기 때문. 담당 사회복지사 김모씨는 "주거환경도 좋지 않고 할머니 치료비가 많이 들어 기본적인 생활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지역아동 센터 등에서 교육 프로그램과 함께 급식 지원을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