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위기후 도약 4가지 이유

2008. 10. 29. 21:31이슈 뉴스스크랩

한국경제 위기후 도약 가능한 4가지 이유

① 국가 부채비율 美ㆍ日보다 훨씬 낮고
② 튼튼한 대기업 수출구조 다변화 성공
③ 금리ㆍ재정등 정책 수단도 아직 여유
④ 추락하는 油價도 큰 도움

"어려운 고비를 넘기면 세계 어느 나라보다 빨리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잘 대처하면 경제 순위가 바뀌고 위상에 변화가 올 것이다."(28일 이명박 대통령 경남도 업무보고)

한국경제의 `실력`이 의심받고 있다. 일부 외국언론들은 △국내 은행들의 부족한 외화유동성 △경상수지 적자 누적 △한국 금융당국의 허술한 위기관리능력 등을 지적하며 연일 `한국 위기론`을 양산해내고 있다.

그러나 상당수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가 △튼튼한 대기업 △다변화한 수출시장과 상품구조 △두둑한 재정ㆍ금융정책 여력에서 장점을 살려 `포지셔닝`을 잘한다면 금융위기 후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수 있다고 진단한다. 한국경제 포지셔닝 작업을 잘해야 된다는 얘기다.

근거없는 자신감과 낙관론은 경계해야겠지만 위기국면에서 벗어난 `생존국가`가 누리게 될 기회를 허망하게 놓쳐서는 곤란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충고다.

현 시점에서 한국경제의 최대 강점이자 버팀목은 튼튼한 대기업이다. 유동성 부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부 중소기업과는 달리 국내 주요 대기업들은 양호한 재무상태와 수익성, 성장성을 유지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97년 말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주요 대기업들의 재무상태는 `글로벌 스탠더드`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분기 국내 상장ㆍ등록법인의 부채비율은 96.4%에 불과하다. 외환위기 당시(400% 수준)와 비교하면 하늘과 땅 차이다. 상장ㆍ등록법인의 매출액증가율도 전분기(18.2%)보다 6.6%포인트 상승한 24.8%를 기록했으며 주요 대기업들의 3분기 실적도 위기상황과는 거리가 멀다.

오문석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이런 불황기일수록 세계 경제의 판도가 바뀌는 사례가 많다"며 "재무여력이 튼튼한 기업들로서는 세계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고 인수ㆍ합병(M&A) 등을 통한 사업영역 확장의 기회가 많이 생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 실장은 "경기 침체의 골이 너무 깊어진다면 보수적으로 경영을 해야겠지만 이럴 때일수록 기업들은 핵심역량 강화에 힘써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수출전선에도 아직까지는 큰 이상이 없다. 특히 다변화된 수출구조는 선진국 경기침체가 가속화하는 시점에서 더욱 빛을 발할 것이란 분석이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미국을 비롯한 북미와 EU지역 수출시장 비중은 각각 15.1%와 13.3%에 그친다. 각각 22.1%, 10.4%의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과 아세안(ASEAN) 국가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다. 여기에 일본(7.1%)과 중남미(6.9%), 중동(5.3%)의 비중도 상당하다.

수출품목도 크게 다변화돼 반도체, 중화학, 자동차, 이동통신, 기계류, 조선, 철강업종 등으로 리스크가 분산된 상태다.

황인성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우리나라 수출산업은 IT, 조선 등 경쟁력 있는 산업이 많고 수출시장도 다변화되어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세계 어느 지역에서 경제회복의 기미가 보인다면 우리나라 수출은 빠르게 증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도 "미국, 유럽 등 선진국 경기침체가 가속하면서 수출에도 상당한 영향이 오게 될 것"이라면서도 "과거에 비해 다변화된 수출구조 덕분에 향후 글로벌 경기침체가 촉발되더라도 그 영향은 제한적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향후 한국경제를 전망할 때 매우 중요한 변수는 중국 경제의 향방"이라며 "속도가 다소 둔화될지언정 성장세가 유지된다면 중국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더욱 높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여전히 넉넉하게 남아 있는 재정ㆍ금리정책 수단도 한국경제가 가진 무기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 27일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0.75%포인트의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이로써 기준금리가 4.25%로 떨어졌지만 미국(1.5%) 등에 비해서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EU, 영국 등 주요 국가들이 추가적인 금리인하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책적인 운신의 폭은 더욱 넓어진다.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동원할 수 있는 재정수단도 마찬가지다.

한국의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33.0%로 미국(62.0%) 일본(180%) 독일(66.0%) 프랑스(72.0%) 등은 물론이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77%에 비해서도 월등히 낮은 수준이다.

송준혁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지금 한국은행에서 금리인하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우리 경제의 여력이 충분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 물가등 경제전반 긍정영향 기대

= 글로벌 금융위기와 선진국들 경기 침체 영향으로 세계 경제 여건이 급변하고 있다.

금융시장이 개방돼 있고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 처지에서는 어려운 상황을 맞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경쟁 국가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나은 위치를 점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가장 고마운 `원군`은 국제 유가 하락세다.

급등한 유가는 지난 상반기 물가와 경상수지 측면에서 한국 경제를 강타한 주원인이었다.

29일 석유공사 등에 따르면 지난 7월 한때 배럴당 140달러(중동산 두바이유 기준)까지 치솟았던 국제 유가는 이날 현재 절반 이하인 배럴당 54.9달러 수준까지 곤두박질쳤다.

이 같은 유가 하락세가 지속된다면 한국 경제는 △유류수입액 감소에 따른 경상수지 개선 △국제 원자재 가격 동반 하락 △국내 물가 상승 압력 감소 △서비스수지 적자폭 감소 등 혜택을 입게 된다.

올해 예상되는 유류 수입액이 11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내년 유가가 올해보다 30% 하락한다고 가정하면 단순 계산으로 330억달러가량 경상수지 개선효과가 생기는 셈이다. 올해 경상수지 적자 예상치(100억달러 안팎)를 크게 웃도는 금액이다.

황인성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외환위기 방어를 위한 가장 중요한 요인은 경상수지 흑자"라며 "유가 의존도가 큰 한국은 최근 유가하락 기조가 상당히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원화가치 하락에 따른 수출가격 경쟁력 강화도 단기적으로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원화가치가 떨어지면서 수입업체 등이 큰 고통을 겪겠지만 수출기업 처지에서는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급등하고 있는 일본 엔화가치 영향을 주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경제가 위기 상황에서도 건전성을 유지한다면 한국도 상당한 반사이익을 챙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물경제 건전화에 초점을 맞춰왔던 중국, 인도, 일본 등 아시아 국가들은 이번 금융위기를 계기로 `세계 경제를 떠받치는 기둥`으로 재조명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밖에 상당수 전문가는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위기탈출을 위해 풀어놓은 3조달러 구제금융 자금이 언젠가 세계 금융시장이 안정을 되찾게 되면 이 자금 중 상당 부분이 한국을 비롯한 우량 신흥국 시장에 흘러들어 올 수 있다는 시각이다.

■ <용 어>

포지셔닝(positioning) : 세계 최고 마케팅 전략가인 잭 트라웃이 경영학에 도입한 개념으로 기업을 표적시장ㆍ경쟁 등과 관련해 가장 유리한 포지션에 있도록 노력하는 과정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