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타계할 신성장산업
2008. 11. 8. 19:04ㆍ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경제 침체 타개할 신성장산업은 | |||||||||
차세대 車와 반도체가 희망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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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은 97년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특유의 관리경영을 꽃피우며 한국 최고 그룹으로 거듭났다. 도요타자동차는 글로벌 경제 불황기였던 2001~2002년 북미 지역에 과감한 생산시설 투자를 단행하면서 1등 기업으로 성장했다. ‘위기는 기회’라고 하지만, 실제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서는 나름의 비책이 있어야 한다. 그 비책 중 하나가 바로 신성장동력이다. 우리가 외환위기를 단기간에 극복하고 다시 성장가도를 달릴 수 있었던 것은 IT와 벤처로 대변되는 신성장동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현재의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할 젖줄이 돼줄 만한 신성장산업은 무엇일까? 정부는 지난 9월 22개 신성장동력을 선정, 발표했다. 향후 22개 신성장동력에 무려 100조원을 쏟아 부을 계획이라는 청사진도 밝혔다. 이와 관련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쏟아진다. 과연 22개 신성장동력 중 진짜 우리 경제의 젖줄이 돼줄 신성장동력은 무엇일까. 각계각층 전문가들 고심 끝에 선정된 신성장동력이 우리 경제를 이끌 새로운 원동력으로 자리 잡기 위해 필요한 전제조건과 보완책은 무엇일까. 이성옥 정보통신연구진흥원장, 유진근 산업연구원 연구본부장, 이주량 현대경제연구원 신산업연구실장, 조용수 LG경제연구원 미래연구실장, 차문중 KDI 경제·산업연구부장 등 전문가들 도움을 받아 해법을 모색해봤다. ‘선택과 집중’해야 할 5대 신성장동력 5명의 전문가가 꼽은 ‘선택과 집중’ 항목은 모두 현재 잘나가고 있는 산업과 무관하지 않다. 자동차, 통신, 반도체가 대표적이다. 다만 현재 상황에서 좀 더 앞으로 나아간 상황의 모습을 의미한다. 자동차는 하이브리드카를 위시한 친환경자동차로, 통신은 차세대무선통신으로, 반도체는 우리나라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시스템반도체로 업그레이드돼야 한다는 식이다. 이 외에 소프트웨어(SW)는 우리나라가 상대적 강점을 지닌 IT 연관 산업이라는 측면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태양전지는 다소 생소한 분야지만 환경·에너지 산업이 향후 최고 중요 사업군으로 떠오를 것임을 감안하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아이템이다. 1.친환경자동차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8·15 경축사에서 “저탄소 녹색성장을 새로운 비전으로 제시한다”고 발표했다. 정부 국정 운영의 중심을 ‘저탄소 녹색성장’에 두고 모든 정책을 집행하겠다는 의지도 덧붙였다. 친환경자동차는 바로 저탄소 녹색성장의 대표주자다. 그러나 친환경자동차에 방점이 찍히는 것이 단순히 녹색성장에 걸맞은 아이템이란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자동차 산업 자체가 한국이 이미 상당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고, 연관 산업 파급효과도 큰 분야기 때문이다. 상황도 그리 나쁘지 않다. 사실 친환경자동차 부문에서 선진국과 우리나라는 기술 격차가 큰 상태다. 일본을 비롯한 선진국 기업들은 이미 하이브리드차량 상용화를 실현한 데 이어 현재는 이미 하이브리드카 이후 차량을 개발 중이다. 특히 하이브리드카 부문에서 가장 앞서 있는 도요타사는 10년도 더 전인 1997년에 ‘프리우스’ 상용화에 성공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내년 7월이나 돼야 비로소 현대자동차에서 양산체제에 들어갈 예정이다. 단순 비교해봐도 12년이나 늦어 있는 셈. 그러나 기회가 아주 없지는 않다. 조용수 LG경제연구원 미래연구실장은 “GM 등 미국 자동차 업체들이 최근 파산 위험에 처해 기술 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 기업들이 파고들어갈 틈새가 열린다는 의미다. 현재의 기회를 잘만 활용하면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2.차세대무선통신 CDMA 세계 최초 상용화 이후 한국은 세계 최고 휴대전화 제조 기술력을 보유한 나라로 거듭났다. 무선통신 또한 단기간 내 수출 주력 산업으로 성장했다. 차세대무선통신은 미래 트렌드인 유비쿼터스(장소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는 정보통신 환경)의 기본 인프라로서 막대한 신규시장 창출이 가능한 분야다. 현재의 최고 수준 기술을 바탕으로 차세대무선통신에서도 세계 최강국으로 도약할 가능성이 높다. 차세대무선통신은 또한 IT와 타 산업의 융합이 가속화되는 현 시점에서 특히 중요한 분야다. 이성옥 정보통신연구진흥원 장은 “국방, 조선, 건설, 환경, 보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차세대무선통신이 응용될 여지가 많다. 차세대무선통신에 기반을 둔 고부가가치 신산업 창출을 반드시 한국이 주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3.시스템반도체 10월 29일에 열린 ‘제1회 반도체의 날’에서 권오현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은 “시스템반도체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밝혔다. 90년대 이후 메모리반도체는 단일품목 중 제1의 수출 주력품으로 성장했다. 2007년 기준 반도체 수출액은 390억달러로 전체 수출액의 10.5%를 차지한다. 그러나 시스템반도체에서는 사정이 다르다. 반도체시장의 80%를 차지하는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우리나라 점유율은 2.4%에 불과하다. 미래 전략 산업으로 시스템반도체를 눈여겨볼 수밖에 없다. 꼭 시스템반도체뿐이 아니다. 이미 우리나라가 세계 제1의 경쟁력을 갖고 있는 메모리반도체 또한 오래도록 확실한 캐시카우가 돼줄 것이 확실하다. 유진근 산업연구원 연구본부장은 “반도체시장이 자동차, 디지털헬스, 에너지 등의 분야로 확대되는 추세를 감안할 때 향후 시장이 무궁무진하다”고 설명한다. 4.소프트웨어 이명박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직후 ‘5년 안에 세계 100위권 SW 업체 열 곳을 육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소프트웨어 산업이 ‘다양한 산업 영역 중 하나’의 지위를 넘어서 ‘국가 경쟁력의 핵심 인프라’로 떠오르고 있음을 인정한 셈이다. 그러나 현재의 SW 산업 위상은 미약하기 짝이 없다. 국내 소프트웨어 생산액은 국내 산업 총 생산액의 1.1%, IT 생산액의 9.8%에 머문다. 다른 선진 국가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국내 SW시장 규모도 전 세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매출액 100억원을 넘어가는 SW 기업이라 해봐야 안연구소 등 몇 개 되지 않는다. 반면 인도나 중국 등 신흥국가들의 SW 산업은 매년 20~30%의 성장률과 30~40%대 수익률을 기록한다. 미국 SW업계는 이 나라 전체 국외 매출액의 13%를 차지한다. 소프트웨어를 잘만 키우면 충분히 신성장동력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5.태양전지 염료감응 태양전지(엽록소 등 특정 염료를 사용해 태양으로부터 에너지를 얻어내는 장치)의 상업화와 시장 성공 시기는 5년도 채 걸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태양전지가 본격적인 먹을거리로 자리 잡을 날이 멀지 않았다는 의미다. 태양전지 분야에서 가장 앞선 것으로 평가받는 나라는 일본이다. 국가가 주도해 20년 넘게 태양전지 개발에 주력해온 일본은 현재 전 세계 태양전지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획기적인 신소재 개발을 통해 전지 효율을 극대화하고 제작 공정을 개선해 생산비용을 크게 줄인 점이 원동력이 됐다.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70% 줄여 저탄소사회로 가겠다는 일본의 목표가 태양전지를 통해 가시화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현재 막 발걸음을 뗀 정도다. 조용수 실장은 “기초기술 측면에서 약점이 많고 내수시장 개척상 어려움이 많은 분야로 정부 투자와 지원 정책이 절실한 분야”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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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장동력 정책 보완점 민간투자 비율이 높은 만큼(92%) 민간투자가 제대로 이끌어내질 수 있을 것인가가 최대 관건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최근 금융위기로 실물경제가 둔화되는 상황에서 신성장동력에 대한 민간투자가 계획대로 실행되기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민간투자 활성화를 위한 유인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신성장동력 수가 너무 많다 보니 100조원이래봤자 한 분야에 배분되는 금액은 얼마 되지 않는다. “소프트웨어 산업에 5년간 1조3000억원을 투자한다고 하는데 이 정도 투자로 소프트웨어 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이주량 현대경제연구원 신산업연구실장 지적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제대로 된 신성장동력 추진을 위해 수를 줄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차문중 KDI 경제·산업연구부장은 “지원 사업별로 성공과 실패의 명확한 기준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기준에 맞춘 평가를 통해 불필요한 지원을 수시로 폐지해야 한다는 것. 자칫 지원받는 산업과 기업의 도덕적해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 제언 / 이성옥 정보통신연구진흥원장] ■ 민간투자 유인책 제공이 최고 관건
이번 신성장동력 비전이 성공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전제조건이 있다. 우선 신성장동력에 투입되는 100조원 가까운 투자금 가운데 92%가 민간투자로 제시된 만큼 민간투자를 이끌어내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2004~2006년 중 신성장동력 추진의 정부투자 대비 민간투자 비율이 48%에 불과했던 것을 감안하면 이번에 제시된 민간투자 금액과 비중은 엄청난 수준이다. 결국 얼마나 효율적으로 민간투자를 끌어들일 수 있느냐가 이번 신성장동력 정책의 성공 관건이 될 것이다. 민간투자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게 하기 위해 정부는 민간의 R&D나 투자 저해 요인을 제거하는 등 민간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보다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원격의료가 불가능한 의료법, 신재생에너지 및 친환경자동차 활성화를 위한 제도 부재 등 규제나 제도에 막혀 기술이 있으면서도 산업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던 전철을 다시는 밟지 말아야 할 것이다. [외환위기 극복에 일조했던 벤처생태계 요즘] ■ 창업도 안 하고·투자도 안 하고 신성장동력 정책이 성공적으로 추진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인프라 중 하나가 바로 벤처생태계의 원활한 흐름이다. 벤처 기업이 계속 창업되고 이들이 중견기업, 대기업으로 성장하면서 한국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는 수준으로 성장하는 벤처생태계가 제대로 가동돼야만 비로소 신성장동력도 의미를 찾을 수 있다. IT가 단기간에 우리나라 주요 산업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바로 수많은 IT 부품 회사와 서비스 업체들이 벤처라는 이름으로 나타난 덕분이다. 대기업은 이들의 기술력과 제품을 한 데 모아 훌륭한 IT 상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냈고 이는 한국의 수출 경쟁력으로 이어졌다. 지금 이 벤처생태계가 완전 무너졌다. 경제에 역동성을 제공하는 벤처의 씨가 마르고 있다는 의미다. 벤처생태계는 3단계로 나뉜다. 창업, 성장, 성숙이다. 현재 3단계가 모두 어려움에 처해있다. 우선 창업. 벤처업계 관계자들은 “이제 아이디어나 기술력 하나로 벤처 기업을 창업해 성공할 수 있는 시기는 지났다”고 평가한다. IT 시대에는 ‘돈과 마케팅력은 없어도 기술력과 아이디어만 있으면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이 팽배했다. 이 같은 믿음이 벤처 창업의 원동력인데, 이 원동력이 사라졌으니 벤처 창업이 크게 줄어드는 것은 당연지사다. 향후 IT를 대체할 분야는 에너지, IT와 다른 분야의 융합 정도로 판단된다. 이는 훨씬 비용이 많이 드는 분야다. 앞으로도 활발한 벤처 창업을 쉽게 기대하기 어려운 요인이다. 두 번째 성숙과 성장 단계에는 벤처캐피털과 코스닥시장이 깊숙이 관련돼 있다. 그런데 코스닥시장이 몰락하고 회수시장으로서의 기능을 거의 잃으면서 벤처캐피털까지 제 궤도를 못 찾는 결과가 나타났다. 올해 9월까지 벤처 기업에 신규 투자된 금액은 5715억원. 지난해 동기에는 7420억원이었다. 이마저 대부분이 상반기에 투자된 금액이다. 하반기 들어서는 신규 투자를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지경이 되고 있다. 4분기에는 특히 더욱 시장이 얼어붙으리란 전망이다. 이와 관련 윤종연 키움인베스트먼트 상무는 “벤처캐피털 업체들이 돈이 없어 투자를 못하는 게 아니다. 100원을 투자해 200원을 회수할 수 있었던 기업이 지금은 코스닥에 올려봤자 50원도 못 받는다. 그렇다면 20원 정도에 투자해야 하는데 해당 벤처 기업들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대형 창투사들은 벤처 기업 투자보다는 투자 분야 제한이 없는 PF(사모펀드)에만 눈길을 주는 형편이다. 이들 창투사의 돈줄인 연기금과 기관들이 벤처투자에서 눈을 돌린 때문이다. 김종술 한국벤처캐피탈협회 부장은 “돈이 수익을 향해 달려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벤처투자는 보다 정책적인 차원에서 접근될 필요가 있다”고 얘기한다. 우리나라가 지속성장하기 위해서는 기술벤처 기업의 씨가 마르는 것만은 절대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김소연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480호(08.11.12일자)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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