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조어&축약어

'R의 공포, 알트A, 오바마콘, 스테이케이션….'
말의 홍수 시대다. 글로벌 금융 및 경제위기, 미 대선 등 굵직굵직한 이슈가 불거지면서 각종 전문용어, 축약어 등도 일상화되고 있다. 술자리나 식사자리에서 이런 말들을 이해 못하면 바보 취급 받기 십상이다.

▶'R-D-GD-J(E) 공포 시리즈'=월가 금융위기는 '공포' 시리즈를 생산했다. 위기가 실물경기로 번질 가능성을 놓고 'R(Recessionㆍ경기침체)의 공포'가 언급됐고, 위기가 생각보다 심각해 'D(Depressionㆍ공황)의 공포', 내지는 'GD(Great Depressionㆍ대공황)의 공포'가 이어질 것이라는 얘기도 나왔다. 경기침체에 이어 연쇄적으로 실업 사태가 우려된다는 의미에서 'J(Jobless) 또는 E(Employment)의 공포'라는 말도 등장했다.

▶월-메인-K거리=거리 시리즈도 있다. 이번 경기침체의 시발점이 된 미국의 금융가 '월스트리트', 금융위기 후폭풍을 맞게 될 실물경제를 뜻하는 '메인스트리트', 그리고 위기 타개책으로 나온 구제금융 떡고물을 챙기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워싱턴 로비스트들의 거리 'K스트리트' 등이다.

▶'CDS, 디레버리지, 알트A, KIKO 등 머리 아픈 전문용어'=금융위기는 전문용어를 일상화하는 데 일조(?)했다. 요즘 'KIKO(미리 정한 환율 범위를 벗어나지 않으면 이익을 보지만, 벗어나면 손해를 보게 설계된 환헤지 상품)' 모르면 대화에 끼지도 못한다. 국가신용등급과 관련한 '크레디트디폴트스와프(CDSㆍ국가 부도에 대비해 보험료조로 내는 프리미엄으로, 높을수록 국가부도 위험이 높다)'도 마찬가지.

최근 등장한 '프리워크아웃(pre-workout)'은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ㆍ채권단의 부채상환 유예, 부채 경감 등을 통해 기업경영을 정상화하는 일)에 처할 가능성이 있는 기업을 사전에 회생시키려는 작업. 이 밖에 차입을 뜻하는 '레버리지(leverage)'의 반대개념으로 자산매각 등을 통해 현금을 확보하는 '디레버리지(deleverage)', 모기지증권 가운데 프라임(primeㆍ우량)과 서브프라임(sub-primeㆍ비우량) 사이의 중간 등급을 뜻하는 '알트A(Alt-A)' 등 머리가 아플 지경이다. 미국에서 비관론자들은 '알트A' 모기지까지 부실화 위험이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버락스타, 스테이케이션 등 기발한 합성 신조어'=미국엔 요즘 버락 오바마 당선인과 관련된 합성 신조어가 많다. 예컨대 오바마의 스타성을 빗댄 '버락스타(barackstar)', 오바마가 열어갈 미래를 뜻하는 '오바마토피아(obamatopia)', 오바마 팬들이 할렐루야와 결합해 환호하는 '오바마루야(obamalujah)', 감탄사로 쓰이는 '오-바마(oh-bama)', 오바마 시대에 부각되는 보수주의자를 뜻하는 '오바마콘(obamacon)' 등이다.

'스테이케이션(staycation)'이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머문다(stay)'와 '휴가(vacation)'의 합성어. 소비를 줄이고 집에 머물면서 휴가를 보낼 정도로 어려운 경제상황을 반영한 말이다. '네카시즘(NeCarthyism)'은 '네티즌(Netizen)'과 '매카시즘(McCarthyismㆍ무차별 비방)'의 합성어. 고(故) 최진실 씨 사례에서 보듯 인터넷상에서의 무차별적 비방을 뜻하는 말이다.

이 밖에 이제는 널리 알려진 '리만브러더스(LeeMan Brothersㆍ이명박 대통령과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온갖 여론에도 불구하고 흔들림 없는 강만수 장관을 비유한 '만수무강(萬洙無疆ㆍ원래는 萬壽無疆)', 고유가 시대에 각광받는 'BMW(버스, 메트로, 워킹)', 부동산 침체로 아파트 공사 진행 정도를 알 수 없는 '깜깜이 공사' 등의 신조어도 있다.

김필수 기자(pilsoo@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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