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천구 목동에서 공시가격 10억원 B아파트에 거주하면서 경기도 용인에 공시가 6억원짜리(시가 7억5000만원) 주택을 소유한 이알뜰씨(가명)도 헌재의 이번 결정으로 경기 용인의 집을 아내에게 증여할지 따져보고 있다. 현행 제도에서 832만원이나 내는 종부세 부담이 너무 커서 아내에게 증여한다면 큰 절세효과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헌재 판결로 종부세 부과방식이 세대별 합산에서 인별 합산으로 바뀜에 따라 종부세 납부 대상자들의 세테크 전략에 대한 궁금증도 커지고 있다. 가족 간에 고가 아파트의 지분을 나누거나 다주택자들이라면 가족 간에 주택 소유를 분산하는 것만으로 종부세를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세무 전문가들은 하지만 증여를 할 경우 발생하는 증여세 및 거래세 부담이 종부세 절세 효과보다 더 큰 경우가 많아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증여세·거래세 부담과 종부세 비교해야
김절세씨와 이알뜰씨는 가장 먼저 지분이나 주택을 배우자에게 증여할 때 증여세와 거래세가 어느 정도인지 따져봐야 한다.
현행 세법상 부부 간에 시가기준 6억원(공시가격 5억원수준)의 주택을 증여할 때는 세금이 면제된다. 증여세는 시가기준으로 따진다. 따라서 시가 6억원 주택을 증여하는 김절세씨는 증여세를 낼 필요가 없다. 하지만 시가 7억5000만원짜리 주택을 아내에게 증여하는 이알뜰씨는 945만원의 증여세(2009년 증여세율 기준 적용)를 내야 한다.
취득·등록세, 지방교육세 등 거래세의 경우 공시가격 기준 4% 세율이 적용돼 김절세씨는 2000만원, 이알뜰씨는 2400만원을 각각 내야 한다.
따라서 결국 아내에게 증여할 경우 김절세씨는 거래세 2000만원, 이알뜰씨는 증여세와 거래세를 합해 3345만원의 세금을 내야 한다. 증여를 할지 판단은 종부세 부담이 이보다 클 때다.
■종부세 이미 대폭 줄어 무용지물
유의해야 할 점은 종부세 부담은 앞으로 계속 줄어들 전망이라는 사실이다. 현재 국회에서 계류 중인 종부세 개편안에 따라 향후 종부세 과세 기준 금액은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상향되고, 기준 초과분에 대한 종부세율도 현행 1∼3%에서 0.5∼1%로 크게 낮춰진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아내에게 증여하지 않고도 내년에 김절세씨는 종부세를 70만원만 내면 되고, 이알뜰씨는 아예 낼 필요가 없다. 이미 두 사람 모두 종부세에서 사실상 면제된 셈이다.
국민은행 원종훈 세무사는 “얼마 전 발표한 9·23 대책으로 내년부터 대부분 고가주택 거주자들의 종부세 부담은 이미 대폭 줄어들 전망”이라면서 “괜히 무리하게 증여를 하면 절세효과는커녕 손해를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종부세 개편안 통과 여부 주목
세무 전문가들은 따라서 정부가 국회에 제출해 놓은 종부세 개편안이 통과될지 여부를 지켜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현재 야당의 반대는 물론 여당 내부에서도 종부세 기준, 세율 등을 다시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헌재가 종부세 세대별 합산 위헌 결정을 내린 상황을 반영해 종부세 개편안을 손질해야 한다는 것이다. 종부세 기준 금액을 9억으로 상향하기로 했지만 이를 다시 6억원으로 하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게 대표적이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내년부터 감소 폭의 문제일 뿐 종부세 부담은 대폭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어떤 식으로든 대부분의 고가주택 보유자들이 사실상 거의 부담을 느끼지 않는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다만 앞으로 종부세 부담은 물론 양도세, 상속세 등의 부담을 덜기 위해 신규 주택 구입시 가족 구성원의 명의를 활용하려고 할 경우 부동산실명제에 위배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무법인 정상 신방수 세무사는 “종부세 부담을 피하기 위해 앞으로는 가족 명의로 주택을 추가 매입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라면서 “이런 경우 부동산실명제에 위배 논란이 일어날 수 있으며, 국세청 자금 출처 조사 등의 위험도 예상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jumpcut@fnnews.com 박일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