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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의 금리 인하는 실물경기 침체가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
버락 오바마가 예상보다 훨씬 손쉽게 미국의 44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데는 변화에 대한 미국인의 열망이 표로 분출됐다는 평가가 많다. 하지만 150년 역사를 자랑하는 세계적인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으로 촉발된 미국 월가의 금융 위기도 오바마 당선의 큰 원인이 됐다는 걸 부정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앨런 그린스펀 전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100년 만에 한번 터질 만한 사건”이라고 묘사한 월가발 금융 위기는 안타깝게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금융 위기의 파장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또 세계경제에 어디까지 영향을 미칠지 속 시원히 단언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세계경제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놓인 한국 경제 역시 마찬가지다. 전문가들은 세계가 금융 위기의 해법을 모색하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금융 규제와 경제 패러다임의 모색이 2009년의 화두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09년 전반적인 금융 환경과 관련해 전효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2009년에는 국가 간 정책 공조와 함께 현재의 금융 위기를 야기한 금융 시스템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하 있을 듯그는 이와 함께 헤지 펀드와 같은 규제도 강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 각국이 헤지펀드의 설립이나 등록, 상품 판매, 투자 방식 등에 대한 규제를 강화함으로써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제고하는 한편 거래의 불투명성을 완화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것.
전 연구원은 당장 2009년 2월부터 시행되는 자본시장통합법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이 목표로 하는 미국의 글로벌 투자은행들이 대부분 도산하거나 다른 금융회사에 합병되는 사태가 발생함에 따라 일정 부분 궤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며 “달라진 목표가 상업은행이 될지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이 결합한 새로운 모습이 될지 확신할 수 없지만 기존의 금융회사 성장 모형은 변화를 겪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경기 침체와 금융시장 불안이 깊어질 경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추가로 더 내려갈 것으로 예상됐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전문연구위원은 “원화 환율의 상승 압력이 지속되고 있어 쉽사리 기준금리를 인하하지 못한다는 전망이 있었지만 지난 10월 27일 한국은행이 전격적으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하했다”며 “이는 기본적으로 실물 경기 침체가 그만큼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앞으로 추가적인 금리 인하도 예상된다”고 말했다.
세계 각국이 공조해 발등의 급한 불을 끈다고 하더라도 21세기 최초의 글로벌 금융 위기의 상흔은 쉽게 지워지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장보형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그동안 위기의식에 사로잡힌 글로벌 정책 당국의 적극적인 구제금융 러시는 현대 금융의 진화에 깊은 후유증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유화나 규제 강화 등을 통해 ‘고삐 풀린 금융’의 족쇄를 다시 채우는 과정에서 지금까지 현대 금융의 수혜로 간주됐던 많은 것들(특히 유동성 붐)이 대부분 다시 반납될 수밖에 없다는 것.
장 연구위원은 이와 함께 지금 당장에는 자산 디플레이션의 영향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대폭 후퇴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정부 주도의 ‘재정적 능동주의(fiscal activism)’가 갖는 인플레이션적인 함의에 대해서도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것. 아직 인플레이션이 완전히 죽은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그는 최근 유럽 금융회사의 파산 위기에서 입증되듯, 인류 역사상 초유의 실험이자 대안적인 미래로서 각광 받았던 유럽 통합 노력, 특히 유럽 경제·금융 시스템의 발전이 정치 통합의 부재라는 한계에 직면해 좌초 지경에 내몰리고 있는 점도 간과해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2009년 은행 업종의 전망은 다소 우울할 것으로 예상됐다.
한정태 하나대투증권 애널리스트는 “2009년도 은행에는 재미없는 한 해가 될 전망이다. 본연의 업무에서 성장에 대한 고민을 5년째 할 것이지만 가시적인 성과는 여전히 없을 것”이라며 다소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그는 특히 2008년 경기 하강을 보면서도 과도하게 늘렸던 자산 성장의 후유증이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감도 2009년 상반기에 은행 업종을 압박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다만 2008년 9월부터 들어간 자산 성장 조절 때문에 그동안 은행주의 발목을 잡았던 순이자마진(NIM: Net Interest Margin) 문제는 해소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한정태 애널리스트는 이와 함께 추가적인 인수·합병(M&A) 등이 은행주의 촉매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며 주가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은행·보험 업종 전망 어두워보험 업종의 경우도 은행 업종과 마찬가지로 2009년 환경이 단기적으로는 밝다고 볼 수 없다고 전망됐다. 하지만 “장기손해보험의 장기 성장 추세가 유지되는 가운데 체력 강화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긍정적인 접근이 가능하다”(이병건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의견에서 확인할 수 있듯 중·장기적 관점에서는 비관적으로 볼 필요가 없을 것으로 예상됐다.
전 세계 주가의 경우 2009년으로 접어들면서 꾸준히 올라가는 시세를 연출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이 나왔다.
김정훈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이같이 예상하는 데 대해 미국 부동산 시세가 2009년 2분기부터 안정 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과거의 경기 침체 국면을 되돌아보면 2년 이상 가격 조정을 받았던 적이 없다는 것이 그의 판단 근거다.
그는 “고용 시장이 불안하고 단위당 임금 소득이 감소하고 있어 주택 수요 증가에 대한 자신감은 부족하지만 점차 집을 사기 위한 대기 매수세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현재와 같은 금융 위기 상황에서는 국민연금의 투자 행태도 보수적이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원종욱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금보험팀장은 “지금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는 해외 투자를 줄이거나 중단하고 국내 투자도 채권 위주의 투자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그는 전 세계적으로 금융 시스템이 안정된다면 기금의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선 해외 투자와 주식 투자의 비중을 높여 하는 것은 사실이라는 단서도 빠뜨리지 않았다.
2009년도 신용카드 시장의 전망도 대체로 ‘흐림’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보우 단국대 경영대학원 교수(신용카드금융연구소 소장)는 “2009년은 전례 없이 카드회사들이 장기적 생존을 위한 전략에 부심하는 한 해가 될 것”이라며 “무엇보다 자본시장통합법과 정부의 금융 개혁이 맞물리면서 시장 구조 변화의 소용돌이에 부딪치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우선 자본 시장의 재편 과정에서 금융권이 새로운 짝짓기나 M&A가 이뤄지는 가운데 전업 카드 회사 중에는 장기적으로 은행, 할부회사, 중소 여신금융회사 등 제2금융권 회사와의 합병 등이 모색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재창 기자 changs@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