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정권 홍위병役·정책실종 순수성 잃어
뉴라이트 세력이 분화하고 있다. 대선 당시에는 보수 정권 창출을 위해 이명박 대통령의 외곽 조직으로 함께 했지만, 정권 출범 1년이 다가오면서 국정운영에 대한 입장과 평가에 따라 거리감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뉴라이트전국연합 등 일부 그룹이 정권의 ‘홍위병’ 역할에 나서면서 내부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김일영 성균관대 교수(한반도선진화재단 정책위원)는 28일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뉴라이트의 일부가 정치에 참여하면서 애초의 순수성을 잃었고 뉴라이트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행동주의 분파가 정부와 길을 같이 하면서 사상·정책 운동의 여지를 축소시켰다”며 뉴라이트전국연합을 직격했다. 그는 또 “많은 국민들은 낡은 가치를 뛰어넘는 새로운 가치에 목말라 하고 있는데 이명박 정부는 그 중요성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전날 연세대에서 열린 ‘한국의 보수를 말한다’ 심포지엄에서도 “뉴라이트는 죽었다”며 “뉴라이트 종언을 선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또 “뉴라이트를 한국 보수 제3의 길로 부르기에는 콘텐츠가 너무 취약했다”고 자평했다.
뉴라이트 운동의 또 다른 한 축인 ‘시대정신’의 안병직 이사장도 이날 경향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특정 이해관계 집단과 밀착하면 시민운동으로서의 객관성을 상실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나도 여의도연구소 이사장을 하면서 정권교체에 도움을 줬는데 지금은 반성을 하고 있다”며 “시민운동은 그렇게까지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비판은 일차적으로 이명박 정권 창출 이후 급속히 정치화하고 있는 뉴라이트전국연합의 움직임을 겨냥한다. 나아가 이명박 정부가 10년 만의 보수정권으로서 제 자리를 가고 있는지에 대한 뉴라이트 내부의 평가가 갈라지고 있음을 반영한다.
실제 이 대통령의 ‘20년 지기’인 김진홍 목사가 이끄는 뉴라이트전국연합은 최근들어 이명박 정권의 홍위병을 자처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각종 정책 이슈에서 노골적으로 정권을 편들고 있으며 교과서 문제, 남북관계, 국정원법 개정 등 현안에 대해 극우적 목소리를 내고 있다.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을 ‘북한 조선노동당의 대변인’이라고 표현하는 등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세력을 총력 비판하고 있다. 지난 12일에는 한나라당 내에서 나오는 수도권 규제 완화 반대론에 대해 “전형적 포퓰리즘”이라고 비난했으며, 지난달 29일에는 국가인원위원회 해체를 주장했다. 보수의 개혁을 기치삼은 뉴라이트 운동이 정치화하면서 자기모순에 빠졌다는 비판을 자초한 행보다.
여권은 전국 17만명의 회원을 확보한 뉴라이트전국연합의 이 같은 행보에 적극적으로 힘을 싣고 있다. 지난 7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출범 3주년 기념식에는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 김덕룡 대통령 국민통합특보 등 여권 핵심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는 이들을 “정권 창출의 1등 공신”이라고 매김했다.
이번 논쟁은 보수집권 이후 뉴라이트 세력 분화의 출발점이 될 전망이다. 2004년 11월 자유주의연대의 출범으로 시작된 뉴라이트 운동은 2005년 11월 ‘우파가 만든 최초의 자생적 시민단체’란 평가를 들었던 뉴라이트전국연합 창립, 2006년 뉴라이트재단의 출범으로 절정을 맞았다.
2007년 대선을 거친 후 뉴라이트 운동은 △뉴라이트전국연합 △시대정신 △한반도선진화재단 세력으로 3분되고 있다. 뉴라이트전국연합이 대중운동을 통한 정권 친위부대를 표방한 반면, 자유주의연대와 뉴라이트재단이 연합한 시대정신은 보수이념의 정립을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한반도선진화재단 등은 분야별 전문가그룹을 통해 정책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박영환·이호준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