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경제학 3인,한국경제진단

2009. 1. 5. 17:56이슈 뉴스스크랩

"정부·중앙銀 전면전 나서라"
매경 샌프란시스코 포럼
"정부·중앙銀 재정지출 더 늘려라"

"금융위기의 원인인 미국 부동산 가격은 앞으로 2년은 더 하락할 것이다. 실물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정부와 중앙은행이 마치 전시의 국방부처럼 공격적으로 신용공급을 늘리고 또 재정지출을 적극 늘려야 한다."

4일 열린 매일경제 샌프란시스코포럼에 패널로 참석한 세계적인 석학 프레드릭 미시킨 컬럼비아대 교수,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 신현송 프린스턴대 교수 등 이구동성으로 미 행정부의 적극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다음은 주요 발언 내용.

◆프레드릭 미시킨 콜럼비아대학 교수= 현재의 광범위한 신용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중앙은행은 통화·신용 정책을 보다 공격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통화정책은 금리를 낮추는 것 뿐만 아니라 직접적인 신용공급도 포함한다. 현재 미국의 경우 연방금리가 '0'에 가깝기 때문에 추가적인 금리 인하정책을 수행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중앙은행과 정부는 금리인하외에 추가적으로 신용을 민간에 공급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 여기에는 정부가 은행의 부실자산을 매입해주는등 은행 자본확충을 통해 신용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같은 정책방향은 당분간 계속돼야 한다. 아울러 통화.신용정책만으로 경기회복에 한계가 있다면 재정확대 정책도 동원해야 한다. 미국 정부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전쟁시의 국방부처럼 모든 가능한 수단을 동원해 경기침체를 막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다.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은 신용위기 발생이 실물경제 침체를 불러 일으키고 실물 침체가 다시 금융부실을 증가시켜 신용경색이 더 심화되는 악순환 고리를 차단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신용위기가 발생하면 은행의 담보가치가 하락하고 이는 은행이 신용공급을 줄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신용공급 감소는 기업들의 경제활동을 위축시키고 이는 다시 은행 자산가치 하락과 미래의 불확실성을 높인다. 이는 다시 신용감소로 이어지고 경제 불황을 증폭시킨다. 경제의 악순환고리가 형성되는 과정이다.

중앙은행과 정부의 신용공급 증대는 이같은 악순환고리를 차단하기 위한 필수적인 정책이다.

악순환 고리는 정부와 중앙은행이 나서서 신용공급을 늘림으로써 어느 정도 차단할 수 있고 이는 다시 경기회복과 고용을 늘리는 등 긍정적인 효과를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은 물론 거시경제 위험도 줄일 수 있다. 다만 통화 확대 정책을 효율적으로 집행하기 위해서는 민간 경제주체들이 미래에 대한 예상을 정확하게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는 통화정책의 투명성을 대폭 강화함으로써 어느 정도 달성할 수 있다.

통화정책을 다시 중립 또는 긴축으로 전환하는 시기도 중요하다. 경기가 회복기에 접어들면 확대 통화정책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중시킬 수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언제 경기가 회복될 지 예상할 수 없기 때문에 통화정책을 선제적으로 취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분명한 것은 현재는 신용위기 국면이고 확대 통화.신용 정책이 매우 중요한 시점이라는 점이다.

오바마 정부가 들어선후 30일간의 정책 결정이 매우 중요하다. 미국은 종합적인 거시경제대책이 필요하다. 오바마 정부가 좌편향적이라는 비판도 있을 수 있지만 기업활동을 가로막는 방향으로 진행돼서는 안된다는 점은 분명하다.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 = 2000년 닷컴 버블 당시 미국 증시(S&P 500지수)는 기업 실적 대비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후 51% 급락했다. 미국 부동산 시장 역시 사상 최대 급등을 경험한 뒤 곤두박질쳤다. 미국 집값은 향후 2년간 추가 하락이 예상되고 있다. 한국 증시나 부동산 시장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버블의 생성과 붕괴는 저금리나 인구구조 변화, 건축 붐 등에 의해 초래된 것이 아니다. 결국 인간들의 투기적 본능이 버블의 배경에 있다고 본다. 부동산과 증시에 대해 일반 사람들이 이성적인 판단을 하지 않고 과잉 신뢰를 보인 것이 버블을 만든 주범이다. 샌프란시스코 집값을 보면 버블기에 고가의 주택보다 가난한 사람들이 사는 저가의 주택 가격들이 훨씬 많이 급등했고 또 훨씬 더 많이 폭락했다. 가난한 사람들이 메릴린치와 같은 투자은행에 찾아가면 아무도 정보를 주지 않는다. 브로커나 세일즈 파트에 있는 사람들에게서 받는 정보는 제대로 된 객관적인 정보가 아니다. 마치 의사 처방전 없이 제약회사에게만 가서 약을 달라고 하면 제약회사가 비싼 약을 너무 많이 처방해 결국 환자를 죽여 버리는 것과 같다.

장기적으로 볼 때 버블에 따른 금융위기의 해법은 우선 금융, 경제 지식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일반 사람들에게 제대로 된 금융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금융정보 공시시스템을 강화하고 또 금융데이타 베이스를 확충해야 한다. 또 새로운 금융감독기구이 필요하다.

또 위험을 방지할 수 있도록 파생금융시장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주택가격 선물을 시장에서 사고팔 수 있도록 해서 위험을 방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밖에 주택가격 변동에 따른 보험상품을 도입하고 소득 수준 변동에 따른 보험상품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금융시장을 더 확대 발전시켜서 부동산 가격, 주택 가격, 소득 상승은 물론 하락 위험도 시장에서 다 함께 거래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미국은 이제 부시행정부에서 오바마 행정부로 바뀌는 교체기를 맞고 있다. 정권 인수팀에서는 이번과 같은 큰 경기침체가 오지 않도록 미국의 금융시스템을 현대화시켜야 한다.

◆신현송 프린스턴대 교수= 이번 금융위기는 차입확대와 자산확장이 반대로 자산과 차입이 축소로 이어지면서 발생했다. 특히 금융시장의 증권화는 금융위기의 주요 원인을 제공했다. 증권화는 은행부문 전체의 차입을 증가시키고 해외에서 자본을 끌어들이는 역할을 하는데 미국의 경우 바로 이런 과정을 거쳤다.자산거품이나 경제위기 현상을 잘 보면 심리적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기도 하지만 경제적인 틀이 있고 매카니즘이 있다. 개인이 잘 하더라도 총체적인 제도를 잘 마련하지 않으면 안된다. 정책 입안자들은 개인의 이해를 떠나서 정책을 잘 수립해야 한다.정상적인 상황일때는 시장의 거품을 잡기 위해서는 이자율을 높여 자금 공급을 축소해야 한다. 하지만 최근처럼 거품이 붕괴되는 상황에서는 자금을 대폭 공급해서 시장을 금융시장을 정상화시켜야 한다. 중앙은행이 유동성 공급을 통해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는 정책을 써야 한다. 유동성을 공급하고 대출조건을 낮추고 금리도 낮춰야 한다. 유동성 위기가 진정되면 금융회사도 위험회피 활동을 덜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유동성 위기가 지나가게 된다.특히 단기 이자율은 시장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서 이자율의 기대치를 바꾸는 도구로 이용해서는 안된다. 이자율은 직접적으로 금융시장의 유동성을 조절해주기 때문에 위력있는 수단이고 조심해서 써야 할 수단이다. 2003년-2004년 시기에 이자율을 1%로 낮춘 것은 과잉 유동성을 불러일으켰다.통화정책은 인플레이션 목표에서 벗어나서 다양한 총량을 고려해서 결정해야 한다. 통화정책과 금융정책은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으로 구분할수 없다. 현상황에서는 금리도 낮추고 양적완화를 통해서 풍부한 유동성을 공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