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매입 미분양 절반 빈집 방치

2009. 1. 7. 09:55건축 정보 자료실

정부매입 미분양 절반 빈집 방치
[경향신문] 2009년 01월 07일(수) 

ㆍ임대율 54%… 주먹구구식 수요예측 탓
ㆍ중대형 집중매입 ‘건설사 퍼주기’ 논란

주택공사가 매입한 미분양 아파트의 임대아파트 활용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임대 아파트에 대한 수요 조사 없이 미분양 아파트를 사들이면서 임대가 되지 않는가 하면 유주택자에게 임대되는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주택공사의 미분양 아파트 매입사업이 ‘건설사 퍼주기’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6일 국토해양부와 주택공사에 따르면 지난달 말 현재 미분양 아파트 매입 규모는 5027가구로 이 가운데 임대가 완료된 아파트는 54.0%인 2715가구에 그쳤다.

이 중 10월 말 현재 매입 후 6개월이 지난 8개 단지 983가구를 분석한 결과, 무주택자를 대상으로 하는 1~2순위의 임대계약 체결 비율은 44.0%(433가구)에 불과했다. 3순위와 선착순 임대 가구수는 전체의 31.3%(308가구)여서 3가구 중 1가구는 유주택자가 입주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주택공사의 입주자 모집기준에 따르면 1순위는 입주자 모집공고일 현재 공급대상 주택이 있는 시·군·구에 거주하는 무주택 가구주이고, 2순위는 그 외 지역에 거주하는 무주택 가구주다. 3순위는 1·2순위에 해당하지 않는 사람으로 3순위까지 임대가 되지 않으면 선착순으로 임차인을 모집한다.

부산의 한 아파트의 경우 임대 대상 388가구 중 선착순으로 임차인을 채운 경우는 263가구에 달한다.

이에 따라 정부가 미분양 아파트 매입에만 속도를 내고 있을 뿐 활용방안에서는 주먹구구식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미분양 아파트 매입이 건설업체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긴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임대수요가 충분하고, 공공임대 건설계획이 있는 지역’에 한해 미분양 아파트 매입사업을 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미분양 아파트를 매입해 임대주택으로 활용하면 임대주택을 직접 짓는 방식보다 사업 기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건설업체 퍼주기 정책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러나 매입한 미분양 아파트의 임대율이 저조해 정부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지고 있다.

특히 매입한 미분양 아파트가 소형보다는 중대형에 집중되고 있는 것도 임대아파트로서의 활용보다는 건설사들의 자금 지원을 위한 정책이라는 비난을 사는 이유이다. 실제로 지난해 말까지 매입한 가구 중 60㎡ 이하는 전체 매입 가구의 19.1%에 불과했고, 60㎡ 초과 아파트는 80.8%에 달했다. 중대형 아파트 비율이 소형보다 4배 이상 많다. 정부는 매입한 미분양 주택 중 전용면적 60㎡ 이하는 국민임대, 60㎡ 초과는 비축용 임대주택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결국 서민주거 안정을 위한 국민임대주택 공급보다는 10년 뒤 분양전환될 아파트로 대부분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경실련 윤순철 시민감시국장은 “중대형 규모의 주택 매입이 많을수록 임대료 부담이 올라가 저소득층의 입주율은 낮아지고 유주택자의 입주 가능성은 높아진다”면서 “이는 정부의 미분양 주택 매입이 건설사 지원을 우선시하면서 철저한 수요 조사를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박재현기자 parkjh@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