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와 KTF합병

2009. 1. 20. 21:00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KT가 KTF와 합병한다고 공식 선언했다. 합병 작업이 마무리되면 오는 5월쯤 자산 23조6000억원, 매출 19조원에 육박하는 거대 통신기업이 탄생하게 된다.

KTㆍKTF 합병에 대해 SK텔레콤 등 경쟁사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거대 통신기업 탄생으로 통신 시장에 쏠림 현상이 심화되고 소모적인 마케팅 경쟁으로 투자여력이 축소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KT는 20일 이사회를 열어 이동통신 자회사인 KTF와 합병을 의결하고 방송통신위원회에 합병 인가를 신청한다고 밝혔다. KTF도 이날 이사회를 개최해 합병을 의결했다. 합병 방식은 KTF 주식 1주를 KT 주식 0.72주로 교환하는 형태다.

이석채 KT 사장은 "국내 유선통신 시장은 광가입자망 보급률이 일본에 뒤처지는 등 성장 정체가 뚜렷하고 이동통신 3개사는 마케팅 비용이 투자액을 넘어서는 소모적인 경쟁이 지속되고 있다"며 "합병으로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해 컨버전스(융합) 시대를 선도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합병 배경을 밝혔다. 합병을 통해 KT는 3년 뒤인 2011년에 지금보다 10.8% 증가한 20조7000억원의 매출을 올린다는 계획이다.

통합 KT는 사업조직을 개인고객 부문, 홈(가정)고객 부문, 기업고객 부문으로 나누고 독립 경영체제를 도입할 예정이다. 이석채 사장이 전체를 총괄하고 각 부문은 독립 사장이 맡는다. KTF는 개인고객 부문에 속하게 된다.

KTㆍKTF 합병은 유선시장 매출 감소가 뚜렷한 상황에서 KT 생존을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다. KT는 2001년 이래 8년째 매출이 11조원 벽을 넘지 못하고 영업이익도 2005년 1조6600억원에서 지난해 1조2500억원으로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다.

또 유ㆍ무선 통신사업자 합병은 세계적인 추세다. 이탈리아 스위스 등 11개 국가는 단일 기업이 유ㆍ무선 통신서비스를 모두 제공하고 있고, 최근 중국도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 6개 유ㆍ무선 사업자를 3개 유ㆍ무선 통합사업자로 재편했다. 융합 환경에서는 유ㆍ무선 통합이 경쟁에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방통위는 KTㆍKTF 합병신청서를 받는 대로 양사 합병이 통신시장과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 등을 면밀히 검토할 예정이다. 방통위 심사는 60일간 이뤄지며 30일 연장할 수 있다. 방통위는 심사 과정에서 정보통신정책심의위원회 심의는 물론 공정거래위원회와 협의를 거쳐야 한다.

이번 KTㆍKTF 합병은 이석채 사장의 `속도 경영`에 따른 산물이다. 이 사장은 14일 취임 직후 대대적인 조직개편과 임원인사로 현장 중심 조직을 갖춘 뒤 15일 비상경영 선포, 20일 KTㆍKTF 합병 발표 등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이 사장은 임직원에게 `선발제인(先發制人)`을 강조하고 있다. 빠르고 능동적인 대응만이 글로벌 경쟁에서 승자로 생존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번 합병 선언도 컨버전스 시대에 선도적인 유ㆍ무선 통합을 통해 IT산업 리더십을 잡기 위한 조치다.

한편 KTㆍKTF 합병에 대해 SK텔레콤 등 경쟁사들은 통신시장에서 KT 영향력이 지나치게 확대될 수 있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양사가 합병하면 2007년 기준으로 전체 통신시장 가입자 중 51.3%, 매출액 중 46.4%를 차지하게 된다. 이를 통한 시장지배력은 유ㆍ무선 통신시장은 물론 인터넷TV(IPTV) 인터넷전화 등 컨버전스 시장으로 확산돼 거대 사업자가 시장을 독식하는 구조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는 21일 오전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KTㆍKTF 합병 반대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힐 예정이다.

[이승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