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안나와도 발명특허 300건

2009. 1. 21. 00:15분야별 성공 스토리

대학 안나와도 발명특허 300건…땀으로 일궜죠
포스코 박순복씨 쉼없이 자격증 도전
자타공인 최고 용접전문가 인정받아
전국기능대회 수상땐 기업서 모셔가

서울 원효로 현대자동차 애프터서비스센터 판금 2반에서 근무하는 서보덕 씨(29)는 국제올림픽에서 금상을 수상한 자동차 판금ㆍ수리 분야 전문가다.

어렸을 때부터 자동차에 흥미가 많았던 서씨는 중학교 2학년 때 일찌감치 진로를 결정했다. 부모님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신라공고에 진학한 서씨는 밤을 새워가며 자동차 관련 실무기술을 익혔다. 고등학교 3학년 재학 시절 전국기능경기대회에서 금메달을 수상한 그를 현대차는 졸업과 함께 스카웃했다.

하이테크팀으로 발령받은 서씨는 대학에 들어간 친구들이 소개팅 하는 것을 부러워할 틈도 없이 공부와 실습에 매달렸다. 그리고 결국 2001년 국제기능올림픽 금메달 수상자 명단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서씨는 "대학을 갔더라면 지금처럼 되기는 힘들었을 것"이라며 "어린 딸이 똑같은 선택을 하더라도 말리지 않을 생각"이라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그는 대학의 허상을 버리고, 소신껏 진로를 선택한 대표적인 사례다.

포스코 전기강판연구그룹 박순복 대리(43)도 이런 경우다.

그는 자타가 공인하는 용접 분야 장인이다. 공고를 졸업한 후 곧장 사회에 뛰어든 박 대리는 최고 용접 전문가를 목표로 새벽에 출근해 밤 늦게 퇴근하는 강행군을 이어갔다. 용접기능사 1급, 일반판금기능사 2급 자격증을 취득하면서 꿈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전진했다.

출원한 직무 관련 발명특허가 300여 건, 특허등록 5건에 실용신안등록 100건 등을 보유한 그를 주변에서는 발명왕으로 부른다. 박 대리는 "대학 졸업자 중에는 똑똑한 사람이 정말 많다"며 "용의 꼬리가 되기보다는 뱀의 머리가 되고 싶어 기능직에 뛰어든 뒤 땀을 흘리다 보니, 어느 순간 성공이 소리 없이 찾아왔다"고 전했다.

고교를 졸업하고, 곧장 직장에 들어간 이들은 초기에는 대학을 가지 않았다는 소외감이나 박탈감에 시달리기도 하지만 자격증을 하나 둘씩 쌓아가면서 만족감이 높아진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나 요즘처럼 대학과 대학원을 졸업하고도 제대로 된 일자리를 잡지 못해 단순 업무라도 찾기 위해 수백대 1의 경쟁을 하고 있는 또래를 보면 현명한 선택이었다는 판단이 들 때가 많다고 한다.

20대 초반부터 직장경력을 쌓은 이들은 "대학은 언제든지 갈 수 있다"고 자신있게 말한다. 고교를 졸업하고 곧장 대학에 갈 필요는 없고, 나중에 좀 더 실력을 쌓고 싶을 때 제대로 된 공부를 위해 진학하라는 것이다. 직장을 다니면서 야간대학에 다닌다거나, 사이버대학에서 실력을 쌓기 위한 길은 얼마든지 열려 있다는 점을 이들은 강조한다.

"대학공부가 경력을 때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직장을 다니며 배우는 평생교육이 목적"이라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강연흥 서울시교육청 직업진로교육과 장학관은 "일자리를 먼저 찾은 후 직장이나 사회에서 전문교육을 지속적으로 받는 사회 제도적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며 "이렇게 전문지식을 쌓으며 학위에 대한 욕구를 해결해 주는 것이 세계적 추세"라고 지적했다. 사실 90년대까지만 해도 고교를 졸업하고, 직장을 찾는 학생들이 많았다. 하지만 전문계고가 특성화에 나서고, 좀 더 나은 교육과정을 갖춰 나가면서 오히려 `딜레마`에 빠져들었다. 전문계고를 졸업한 후 직장 대신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들이 급증한 것이다. 지난 1996년 22% 수준에 머물던 전문계고 졸업생의 대학 진학률은 꾸준히 올라 2003년 57%를 웃돌게 된다. 지난해에는 72.9%에 이르렀다.

전문 기술인력 양성을 위한 전문계고가 당초 취지를 완전히 상실한 것이다. 남재량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그동안 정부에서도 직업교육 활성화를 위해 많은 정책을 내놨지만 대부분 효과를 보지 못했다"며 "전문계고를 졸업해 일찌감치 직업세계에 뛰어드는 학생들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없애도록 장기적 관점에서 국민 의식을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시리즈 끝>

[기획취재팀 = 황형규(팀장) 기자 / 서찬동 기자 / 김은정 기자 / 방정환 기자 / 정석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