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12만명 일자리 창출, 그 중 대기업 정규직이 1만명.’
정부의 새로운 일자리 창출 목표가 아니다. 바로 신세계그룹의 지난 5년간 일자리 창출 실적이다. 신세계는 지난 2004년 이후 5년간 총 1만여명을 신규 고용했다. 여기에 협력, 파견 등 간접 고용 인력이 2만여명에 달한다. 같은 기간 45개 점포를 열면서 점포당 약 2000명의 건설인력을 고용, 총 9만여개의 일자리를 만들었다.
신세계가 서비스 산업 선진화를 이끌며 일자리 창출로 ‘사업보국’(事業報國·기업경영으로 나라에 보답한다)의 정신을 실천하고 있다. 신세계의 이 같은 실천의 시작과 끝은 바로 인재양성이다.
설 직전인 지난 21일 오후 서울 중구 충무로 1가 신세계 본점 1층 영업매장.
“고객들이 반품을 요구하면 어떻게 대응하죠?”, “진열을 이런 식으로 하면 고객들이 상품을 고르기가 더 좋아 보입니다.” 대학생처럼 보이는 20대 초반의 남녀가 손에 수첩을 들고 고객을 응대한 매장 직원을 상대로 인터뷰가 한창이다. “진열에도 법칙이 있습니다. 일단 고객들에게 보다 좋은 상품이 어필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죠.” 매장 직원의 설명에 모두 열심히 메모를 한다.
지난해 입사한 신세계 새내기 직원 60명의 교육현장이다. 이날 교육은 신세계 주요 매장들의 영업형태를 분석하는 것이었다. 언뜻 보기에 지극히 평범한 교육일정. 그러나 여기에 신세계만의 장점이 있다. 현장에서 배우는 철저한 ‘서비스 정신’이 그것이다. 사원들은 직접 물건을 구입도 해보고 다른 유통업체들을 순회하며 서비스의 질을 비교한다. 이날 현장수업에 참여한 신입사원 이은우(27)씨는 “고객용 동선은 물론 직원용 동선도 다녀보고, 현장 판매사원들의 고객 응대법에 대한 생생한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런 인재양성은 최근 몇 년간 신세계의 놀라운 성장의 핵심 동력이었다는 게 신세계측 분석이다. 실제 미국발 금융위기 쓰나미가 국내 소비시장에 몰아닥쳤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신세계는 총매출액 10조8506억원, 영업이익 8400억원, 순이익 5627억원을 달성했다. 이는 2007년과 비교해 총매출액에서 7.4%, 영업이익과 순이익에서 9.7%, 12.4%씩 성장한 수치다.
지난 2004년만 해도 신세계의 총매출액은 7조6147억원에 그쳤다. 2004년 69곳이었던 신세계 이마트의 전국 매장 수는 지난해 말에는 120곳으로 급성장했다. 2006년 5월에는 월마트코리아 매장 16곳을 인수했으며 지난 1997년 이래 2003년 단 한 곳이었던 중국내 이마트 매장이 지난해에는 무려 18곳으로 늘었다.
일반적으로 대형 할인매장 1개를 개점하는 데 일자리 창출 효과가 평균 250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점포에 직접적으로 고용되어 일하는 직원 수만 평균 500~600명, 여기에 개점을 위한 건설 고용인력은 물론 납품회사들의 추가적인 고용인력까지 포함하면 평균 2500명 정도에 이른다는 것이다.
지난해에만 이런 신규점포가 9개 들어섰다. 매장 개점의 고용효과를 극명히 보여준 사례가 지난해 11월 부산에서 있었던 신세계 부산센텀시티점 인력채용 현장이었다. 당시 부산 해운대 벡스코 채용박람회장은 올 3월에 개점예정인 이곳에서 일하려는 구직자들로 장사진을 이뤄 전국적인 화제가 됐다.
20여개 상담부스에서 진행된 채용 현장의 모습은 우리나라 ‘고용 없는 성장’의 해법으로 새로운 서비스 산업을 중심으로 한 고용창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깨닫게 해줬다. 실제 서비스 산업을 통한 고용창출은 지역사회별로 일어난다는 점에서 지역균형발전에도 이롭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부산센텀시티점은 물론이고 2007년 12월 오픈한 이마트 여주점 근무인원 465명 가운데 95%인 441명이 여주군 인력이다.
구학서 신세계 부회장은 “국가적으로 볼 때 유통업체의 성장에 따라 발생하는 고용창출효과는 그 어느 산업부문보다 크다고 할 수 있다”며 “무엇보다 지역민 중심의 고용 및 지역 우수상품 구매에 따라 지역사회 발전에 공헌하는 효과 또한 크다”고 강조했다.
올해도 신세계의 성장과 함께 일자리 창출의 신화는 계속된다. 신세계는 올해 백화점부문 340명, 이마트부문 1600명, 부산센텀시티점 300명 등 총 2240명의 직원을 신규 채용할 계획이다. 사회 속의 한 기업의 역할이 무엇이며 어느 정도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하도록 하는 수치다.
박선호기자 shp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