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사업에서 조합원 비용 분담에 영향을 주는 계약 내용을 변경할 때는 조합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지 않으면 무효가 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이홍훈 대법관)는 한 모씨(61) 등 2명이 반포주공3단지 재건축조합을 상대로 낸 조합장 선임 결의 무효 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가 패소한 원심을 깨고 이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5일 밝혔다.
이번 판결은 재건축 사업 추진 과정에서 분양수익금과 비용에 대한 조합원 동의 요건을 강화하는 의미를 가지고 있어 다른 재건축 사업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반포주공3단지와 같이 과반수 동의로 수익금이나 비용 문제를 처리한 곳은 조합원과 시공사 간 분쟁이 일어날 여지가 있고 심한 경우 공사 중단 사태까지 갈 수도 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김조영 변호사는 "분양수익금을 놓고 시공사와 본계약을 체결할 때 조합 정관에 따라 과반수 동의로 하는 곳이 많아 파급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도 원고 측은 궁극적으로 GS건설을 상대로 3000억원대 규모의 시공사 부당 이익 환수 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다.
원고 측 윤성철 변호사는 "대법원 판결이 확정되면 시공사를 상대로 3000억~4000억원 규모의 소송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반포주공3단지 재건축조합이 확정지분제를 제시한 GS건설과 2002년 9월 분양수익금의 10%를 초과하는 이득을 조합원에게 배분하는 내용의 가계약을 체결하면서 시작됐다. 확정지분제는 사업비가 증가해도 조합원들에게 비용을 넘기지 않는 방식이다. 그러나 GS건설은 공사비가 늘어났다며 증가한 비용을 부담하고 조합원 지분 권리금액을 3.3㎡당 100만원가량 올려 주는 대신 분양수익금 10% 초과분을 배분한다는 가계약 내용을 변경해줄 것을 제안했다.
조합 측은 이를 수용해 2005년 2월 총회에서 재적조합원 54.8%의 찬성으로 이 안건을 가결하고 본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대해 원고 측은 본계약 내용이 조합원 예상 분양수익금 포기를 요구하는 것이어서 도시정비법에 따라 재적 조합원 3분의 2 이상 출석에 출석 조합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의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당 조합 정관에 따르면 시공사 본계약 승인은 재적 과반수 출석에 과반수 찬성으로 가결되도록 돼 있었고 확정지분제를 채택한 다른 상당수 재건축조합도 이런 관행을 따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현실을 반영해 원심에서도 "계약서 내용이 통상적으로 예상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바뀐 것이고 해당 계약이 재건축 결의 내용을 실질적으로 변경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며 원고 측에 패소로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조합장의 이런 결정이 재건축 결의에서 정한 비용분담을 변경하는 안건에 해당되기 때문에 요건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결론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장박원 기자 / 박지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