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풀린 돈 향방

2009. 2. 16. 10:17부동산 정보 자료실

#13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복정동 M빌딩 4층의 위례신도시 토지보상 지원센터. 굿모닝신한증권 직원과 토지 보상금 수령자 이모씨는 여러 개의 금융상품 카탈로그를 펼쳐 놓고 투자 상담을 하고 있었다. 한참이 지난 뒤 증권사 직원은 “고객님의 입맛에 딱 맞는 상품이 있다”며 만기 3년짜리 지역개발채권을 권했다. 하지만 A씨는 “금리가 매력이긴 한데…”라고 말 끝을 흐린 뒤 “나중에 결정하겠다”며 발길을 돌렸다.

1월에만 8900억원의 토지보상금이 풀린 위례 신도시 예정지. 보상금이 흘러들지 않고 대부부 은행에 잠겨 있다[한국토지공사 제공]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에 2126㎡의 땅을 갖고 있다 지난달 22억원을 보상받은 김모(68)씨는 최근 김포시 고촌면 농지를 2억4000만원에 샀다. 그는 “농사 지을 땅이 필요했던 데다 나중에 땅값이 오를 것 같아 매입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부동산에 재투자된 돈은 10% 남짓이었다. 김씨는 남은 돈은 언제든지 인출할 수 있는 은행 계좌에 넣었다.

막대한 토지보상금이 갈 곳을 잃고 방황하고 있다. 서울시와 한국토지공사가 올 들어 서울 마곡지구와 위례 신도시에서 푼 보상금은 약 3조원. 1분기에만 수도권에서 10조원이 풀린다. 부동산시장이 눈을 번쩍 뜰 만한 규모다. 실제 3~4년 전 판교 신도시와 행복도시 토지보상 때 부동산시장은 특수를 노렸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부동산에서 나온 돈조차 부동산으로 흘러들지 않는다. 그 많은 돈은 어디로 갔을까.


#“당장 투자할 곳이 없네”

마곡지구 개발 사업자인 SH공사가 서울 강서구 방화동 강서농협으로 입금한 보상금은 1월 말 현재 1200억원. 25%인 300억여원이 인출돼 다른 곳으로 빠져나갔다.

박흥재 강서농협 상무는 “돈을 일단 은행에 묻어둔 뒤 이익이 날 만한 곳을 찾으면 투자하겠다는 사람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곧바로 빼내 부동산이나 주식 투자에 나섰던 예전과는 딴판이다.

위례 신도시 인근의 성남시 성남농협에도 입금액 1400억원 중 900억원은 아직도 계좌에 남아 있다. 한 시중은행 압구정점에는 올 들어 입금된 위례신도시 보상금 1300억원 중 260억원만이 인출됐다.

황금희 성남농협 상무는 “부동산 시장이 장기 침체에 접어들었다고 보는 보상금 수령자들이 투자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마곡지구 토지 보상금으로 12억원을 받은 조모(68)씨는 “집 담보대출금 2억원을 갚고 나머지는 은행에 둔 상태”라며 “경기가 좋아지면 부동산이나 주식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 푼이라도”…고금리 상품으로

높은 금리를 찾아 증권사 등이 운영하는 금융상품으로 흘러들기도 한다. 금리가 낮은 저축성 예금 대신 머니마켓펀드(MMF)나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등 초단기 금융상품으로 갈아타는 사람도 눈에 띄었다.

지난달 위례 신도시 보상채권으로 40억원가량을 지급받은 50대 중반의 자영업자는 최근 채권을 팔아 현금화한 뒤 CMA 계좌에 전액 예치했다. 주식·펀드·부동산 시장의 불안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금리라도 한 푼 더 받아보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삼성증권 분당의 한 지점에는130억원의 채권이 들어와 이 중 30억원이 이 증권사의 CMA 계좌로 옮겨졌다. 김선희 NH투자증권 목동지점장은 “보상 채권 680억원 중 이달 들어 5억원 정도가 CMA나 MMF 등 고금리 단기 금융상품으로 옮겨갔다”고 말했다.

#“그래도 난 부동산이 좋아”

부동산 시장을 기웃거리는 돈도 없지는 않다. 성남시 신흥동에 거주하는 박모씨는 위례 신도시 보상금으로 받은 10억2000만원 중 3억원은 부인과 자녀에게 증여하고, 나머지 돈으로 강남의 재건축아파트 한 채를 샀다. 그는 “경기가 풀리면 강남 집값도 뛸 것 같아 투자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부동산시장 유입 규모는 크지 않아 보인다. 2006년만 해도 전체 보상금(6조6508억원)의 37.8%가 부동산에 재투자된 것으로 나타났다(국토해양부 조사). 그러나 지금은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산한다. 마곡지구 인근 가양동 휴먼빌공인 강종현 사장은 “보상비가 많이 풀려 침체된 부동산시장을 움직일 것으로 기대했으나 너무 조용하다”고 전했다.

하지만 부동산시장이 꿈틀거릴 경우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부동산으로 다시 흘러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부동산으로 돈을 번 사람들은 부동산에 대한 매력을 잊지 못한다”고 말했다.

조철현·임정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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