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가 지난해 말 개정한 신규 '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요령'은 입찰참가를 신청한 뒤 낙찰자 선정 시점 전에 컨소시엄의 구성원이 부도가 날 경우 공동수급체를 입찰적격자 선정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즉 컨소시엄 대표회사나 나머지 컨소시엄 구성회사들은 아무 문제가 없어도 구성원이 부도가 난다면 해당 프로젝트를 낙찰받는 것은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문제는 현대건설 대우건설 삼성물산 대림산업 등 일부 초대형 건설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건설사의 경영상황이 최악인데다 특히 지방 중소 건설사들의 연쇄부도 우려감마저 커지는 상황에서 건실한 컨소시엄 구성사를 찾는 것이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삼성물산의 한 임원은 "입찰적격자 선정 후 낙찰자 결정까지 최소 6개월, 길게는 1년 이상 걸리는 게 턴키공사"라며 "예기치 못한 부도로 컨소시엄 구성사 모두가 낙찰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표사가 구성사의 재무 및 사업 안정성, 경영상의 위험요소 등을 자세히 파악할 수 있을 때나 (우량 구성사를 꼽는 게) 가능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춘천 소재 전문건설업체인 영인공영 배충기 사장은 "지난해 폐업한 전문 건설업체가 2000개가 넘고 주택전문업체 1200개가 문을 닫은 상황에서 컨소시엄 자체를 무산시키는 것은 지나치다"며 "중소 건설사들의 공사 참여 기회를 박탈시키는 규정”이라고 비판했다. 건설업체 부도 건수는 2007년 314건에서 2008년 443건으로 늘었다.
실제로 턴키나 대안입찰은 입찰에 참여하려면 공사금액의 2~3%에 달하는 설계비를 들여 적격심사를 받아야 한다. 이후 낙찰 대상에서 제외되면 나머지 컨소시엄 구성사들은 설계비 부담 등 손실이 발생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컨소시엄 일부 업체의 부도시 잔존 구성원만으로 재심사를 받아 입찰에 참가할 수 있도록 돼 있다"며 "오히려 컨소시엄 대표사의 영업정지 등 결격사유 발생시 해당 컨소시엄의 입찰 참가를 금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체들은 컨소시엄 구성사가 부도를 냈을 경우 남은 구성원만으로 재심사를 하면 입찰적격 요건을 충족하기 어렵다는 점을 들어 구성사 대체나 지분율 변경 등을 허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한 중견 건설업체 관계자는 "정부가 건설경기 부양을 위해 지역 중소건설사의 공사 참여를 장려하고 있지만 이같은 현실의 장벽들이 사라지지 않은 한 중소업체들의 참여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김종길(기자) kjk5432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