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2. 24. 10:24ㆍ지구촌 소식
지난해까지 규제풀어 외자유치…"유동성위기 취약"
'사막의 기적' 두바이가 결국 '구제금융'을 받는다. 개방과 외자에 의지한 경제모델은 '사막의 모래성'으로 드러나고 있다.
두바이 자치정부는 5년 만기 채권을 200억달러어치 발행해, 아랍에미리트 중앙정부의 지원을 받기로 했다고 현지 일간 < 칼리즈 타임스 > 가 23일 보도했다. 중앙정부는 이 가운데 100억달러어치를 사들일 계획이다. 7개 토후국(에미리트)들이 함께 낸 중앙정부 예산이지만, 중동 최대 산유국 가운데 하나인 '맏형' 아부다비가 가장 많은 부담을 지게 된다.
두바이의 기적을 만들어낸 외자 800억달러 가운데 200억달러가 올해 만기가 다가오고 있어, 두바이 투자자들에게는 단비 같은 소식이다. 아부다비 국립은행의 한 경제분석가는 "두바이가 신뢰를 받고 있다는 신호"라며 "두바이에 대한 인상이 바뀔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고 < 블룸버그 통신 > 이 전했다.
그러나 중앙정부의 구제금융이 충분한지, 불충분하다면 아부다비가 더 많은 도움을 줄지는 불투명하다고 < 월스트리트 저널 > 이 23일 보도했다. 한 나라를 꾸리고 있기는 하지만 토후국들이 서로 경쟁관계인데다, 아부다비 또한 경제위기 속에 자산 가격 폭락의 된서리를 맞은 탓이다. 아부다비가 두바이의 자산을 노린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해 여름까지만 해도 두바이는 명실상부한 '사막의 기적'이었다. 전쟁과 불황으로 점철됐던 중동의 역사와 카이로(이집트), 베이루트(레바논), 바레인 등 '실패한 중동 허브'의 우려를 뿌리치고, 두바이는 21세기 들어 활발하게 외자를 유치하며 승승장구해왔다. 두바이 지도자 셰이크 모함메드 빈 라시드 알막툼은 과감히 규제를 풀고 주요 개발사업을 외국 기업에 개방했다. 아라비아해의 인공섬 팜 주메이라,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 부르즈 두바이 등 세기적인 건축물들도 등장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도자의 상상력과 리더십"을 들어 두바이의 성공에 찬사를 보내고, 인수위 국가경쟁력강화특위 공동위원장에 데이비드 엘든 두바이국제금융센터 회장을 임명한 것도 이런 호시절이었다.
주변 중동 나라와 유럽·미국 등으로부터 투자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으면서 두바이 자산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현지 자산 컨설팅 회사 콜리어스 인터내셔널은 두바이의 빌라와 아파트 가격이 지난해 상반기에만 65% 올랐다고 전했다. 일부에선 투기 현상도 나타났다. 짓지도 않은 건물을 두고 2차시장이 형성되는가 하면, 부동산을 짧은 기간에 사고파는 '단타 매매'도 등장했다. 빚을 끌어다 투자에 나선 사람들도 있었다. 현지인들은 "그 때만 해도 부동산이 금이나 다이아몬드처럼 안전한 줄로만 알았다"고 털어놓는다.
지난해 초엔 두바이에 오일머니가 집중되면서 세계 금융위기도 비켜가는 듯했다. 그러나 하반기 들어 미국발 금융위기가 전세계 경제위기로 확산되면서 두바이 부동산에 투자됐던 자금이 쑥쑥 빠져나갔다. 자신에 찬 정부 당국이 투기 억제 목적으로 대형 부동산 회사, 금융회사 등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터였다. 자산 가격이 빨리 오른 지역일수록 거품도 빨리 꺼졌다. 건설 중인 부르즈 두바이 인근의 750평방피트(약 70㎡) 아파트는 지난해 68만5000달러(약 10억원)를 호가했지만 지금은 절반에도 못 미친다.
정부 당국은 공개하지 않지만, 두바이 성장의 주축이었던 외국인들이 떠나고 있다는 징표는 곳곳에서 포착된다.( < 한겨레 > 13일치 14면 참조) 사회 최상층에도 경제위기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두바이 지도자가 지분 99% 이상을 소유하고 있는 '두바이 홀딩스'는 비용절감을 위해 산하의 투자회사 두 곳을 합병하고, 개발업체 세 곳의 비영리부문을 통합한다고 이달 초 발표했다. 정부 지분이 31%인 두바이 최대급 개발업체 에마르는 다음달 연례 주주총회를 앞두고 현금 확보를 위해 배당금 지급 보류를 추진하고 있다고 최근 밝혔다.
무디스가 내는 '취약성 보고서'를 보면, 중동·북아프리카에서 두바이는 '최약 지역'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 아르지이(RGE) 모니터 > 는 "두바이는 기본적으로 부채에 근거하고 있어 세계적 유동성 위기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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