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채권 쓸어담는 외국인들 속셈은?

2009. 3. 12. 08:56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환율급등+금리 메리트=캐리 자금 유입

- 여전한 재정거래 유인..정책효과 기대도


[이데일리 손희동기자] 채권시장에서 외국인의 매수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 2월말 국내 채권시장에서 5000억원 가까운 순매도를 보였던 외국인은 3월 들어 연일 매수우위를 기록, 1조원 넘는 순매수를 올리고 있다. 전일 3200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하기도 했지만 대신 선물시장에서 3635계약을 순매수해 관심을 끈을 놓지 않고 있음을 보여줬다. 11일에도 외국인은 채권 현물시장에서 1072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했다.

우선 외국인 매수세는 크게 두 부류로 나뉘고 있다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평가다. 1600원대까지 치솟은 달러-원 환율에 기준금리 2%대를 보고 들어온 캐리자금과 안정적인 수익 확보가 용이한 재정거래를 노린 수요, 두 갈래가 주축이라는 진단이다.

◇ "외국인, 노리고 들어왔다"


외국인 자금이 채권시장에 유입된 배경에는 1600원선을 돌파했던 달러-원 환율에 대한 하락 기대감이 우선 작용했을 것이라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반응이다.

원화가치가 저평가되면서 채권가격이 그만큼 싸졌고 여기에 제로금리 수준인 미국이나 일본과 달리 국내는 아직 2%대의 기준금리를 유지하고 있어 수익을 낼 수 있는 공간이 커졌다는 것.

이들의 예감이 적중했는지는 몰라도 이달 초 장중 한때 1600원까지 치솟았던 달러-원 환율은 그동안 100원 넘게 빠졌고 오늘 하루에만 40원 넘게 떨어진 1470원대에 마감했다.

윤여삼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외국계 리포트를 봐도 시장에서는 대부분 1600원대는 고점이라는 인식이 강했다"면서 "리먼 사태보다 신용상태가 좋은 상황인데 1600원까지 환율이 올랐다는 건 누가봐도 비정상"이라고 설명했다.

국내시장의 풍부한 유동성도 외국인 투자자들을 자극하는 요인이다. 가장 거래가 많은 국고3년 8-6호에 매수세가 몰린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실제 외국인은 이달 들어 국채 순매수 규모의 80% 가량을 8-6호를 사는데 할애했다. (아래그림)

신동준 현대증권 채권전략팀장은 "주식을 팔고 환율 때문에 나가지 못했던 외국인 자금들이 국채인 8-6호에 관심을 가졌다"며 "가장 유동성이 좋았던 종목에 먼저 손이 간 것"이라고 진단했다.

환율 내릴 때를 기다렸다가 빠져 나가려던 달러자금의 `임시 휴게소` 역할을 국채8-6호가 떠안았다는 뜻이다. 이에 최근 들어왔던 외국인 자금의 향방은 이번 금통위가 기점으로 되돌아 나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대두되고 있다.

채권 전문가들은 내일 금통위에서의 금리인하 혹은 양적완화 단행 방안이 나오고 환율이 하락국면에서 어느 정도 바닥을 다지면 어느 정도 수익을 취한 외국인 채권투자 자금이 한꺼번에 빠져 나갈 수 있다며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 제공:대우증권


◇ 재정거래 메리트 여전..매력적인 투자처 부상


재정거래 유인이 아직 남아있다는 점 역시 외국인 채권 매수세가 이어질 수 있었던 주요 이유다. 중장기 국고채는 물론, 6개월에서 1년 사이의 단기 통안채에 대한 매수가 꾸준했다는 점이 이에 대한 방증이다.

염상훈 SK증권 연구원은 "최근 환율 불안으로 인해 CRS(통화스왑)금리가 하락세를 보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상승하고 있다"며 "그만큼 원화에 대한 수요, 즉 채권을 노리는 매수세가 존재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3월초 1년물 기준 CRS 금리는 -0.3%대로 출발했다가 한때 -0.7%대로 떨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원화자금 수요에 따른 CRS 비드(페이)가 강해지면서 다시 -0.1%대로 올라왔다. 재정거래 수요가 줄어들고 있지 않다는 뜻이다.

윤여삼 연구원은 "재정거래시 수익이라 할 수 있는 스왑베이시스가 여전히 3%대를 기록중"이라며 "지난 연말 4.5%대까지 벌어진 것 보다는 줄어든 것이지만 부가적인 비용을 제하고도 이 정도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건 적지않은 메리트"라고 설명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도 국내 채권시장은 외국인에게 한 번쯤 고려해 볼만한 투자처일 것이라는 평가다. 특히 지난달 정부가 발표한 외국인 채권투자에 대한 원천징수 면제, 선진지수 편입 등의 유인들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관심을 가질 법한 재료라는 분석이다.

최경진 도이치방크 상무는 "아시아에서 일본과 호주를 제외하고 유동성이 괜찮은 시장이 한국시장"이라며 "아직 통과는 되지 않았지만 정부의 강력한 투자유치 의지 등이 반영되면서 최근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내 채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