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사회

2009. 4. 13. 22:19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건물 옥상서 석달째 노숙… 소희네 다섯 식구의 기구한 삶

 

'집 없는 아이' 소희(가명·12·여). 초등학생인 소희는 날마다 학교에 가는 게 싫다. 역한 냄새가 난다며 놀림을 당하기 때문이다. 혹여나 친구들이 노숙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될까봐도 두렵다. 그러다보니 소희는 이른 아침이면 공중화장실에서 찬물로라도 고양이 세수를 하고, 탈취제를 몸에 듬뿍 뿌린다.

서울 신길동 학원가 한 건물. 옥상으로 통하는 철문 앞 두 평 남짓한 공간에 소희네 다섯가족이 머물고 있다. 영어학원에서 학생들이 다 빠져나간 밤 10시30분쯤이면 소희네는 어김없이 건물 앞에서 만나 뒤꿈치를 들고 5층 꼭대기로 올라간다. 옥상의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는 스티로폼과 이불 한 채가 덩그러니 놓여있고, 곳곳에 깨끗하게 비워진 컵라면 용기와 아이들이 가지고 다니는 문제집이 흩어져 있다. 소희네가 사용하고 있는 생활용품의 전부다.

소희네가 사람들의 눈을 피해 전깃불도 없는 어두컴컴한 옥상 생활을 시작한 지 벌써 3개월째다. 맹추위가 계속됐던 지난 겨울에도 식구들은 서로 부둥켜안고 이불 한 장으로 지냈다. 이마저도 딱한 사정을 알게 된 건물 관리인의 배려가 없었다면 어려운 일이었다.

소희네 가족이 노숙생활을 시작하게 된 사연은 구구절절했다. 폭력을 휘두르는 남편을 피해 6년 전 엄마 황모(37)씨는 딸 셋과 막내아들을 데리고 무작정 집을 나왔다. 이후 기초생활수급자로 등록돼 정부로부터 생계비를 지원받았다. 아이들이 잠이 들 시간에는 음식점에 나가 서빙일을 도우면서 어렵사리 생활을 이어갔다. 그러던 중 지난해 10월 같이 일하던 동료에게 전세보증금 500만원 등 전 재산을 사기당하면서 인근 영화관 등을 전전하게 됐다.

자식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기도 전에 황씨는 만신창이가 된 자신을 추스르기조차 힘겨웠다고 털어놨다. 세상에 대한 원망은 말할 수 없이 커졌다. 황씨는 "대물림하지 말아야 할 가난을 물려줘 미안하다. 아이들에게 이렇게밖에 해줄 수 없는 나를 이해해주기 바란다"며 눈물을 흘렸다.

다행히 네 남매는 씩씩했다. 방과 후면 엄마가 걱정하지 않게 이리저리 노숙자들을 돕는 센터나 단체에서 나눠주는 식사로 근근이 끼니를 때웠다. 가끔 행인들이 쥐어주는 단돈 몇 천원을 모아 일주일에 한 번꼴로 인근 여관에서 입고 있던 한벌의 옷을 손으로 빨고 편한 잠을 자기도 했다. 집안 형편 때문에 제때 학교에 가지 못해 또래보다 두 살 많은 첫째딸 주희(가명·17)는 "3년만 있으면 내가 스무 살이니까 배고프지 않게 해줄게"라는 말을 동생들한테 입버릇처럼 내뱉었다. 소희는 "우리 네 남매의 꿈은 똑같이 한 가지, 돈 많이 벌어서 엄마한테 새 집을 사주는 것"이라며 슬픈 미소를 지었다.

글·사진=김아진 기자 ahjin82@kmib.co.kr

안녕하세요. 국민일보 김아진 기자입니다.
소희네 안타까운 사연을 접하고 급한 마음에 보도한 뒤 수많은 전화와 이메일을 받았습니다. 기자생활 4년동안 많은 기사를 써왔지만 뿌듯한 마음이 드는 건 처음인 것 같습니다. 아직도 따뜻한 분들이 많다는 것을 새삼 느끼고, 보내주신 메일들 받아 읽으면서 스스로 소리없이 울었네요.
보도이후 쉽게 연락이 닿지 않는 소희 어머니를 수소문해 만나기까지 좀 많은 시간이 걸려 답변이 늦었습니다. 어머니께서는 당황하시면서도 매우 감사한 마음이라고 전했습니다. 소희 어머니께서 신용불량자라 계좌가 없고 여러가지 사정으로 고민끝에 믿고 맡길 수 있는 단체를 통해 후원을 결정하게 됐습니다.
기자가 이후에도 여러분이 보내주신 후원이 잘 쓰이고 있는지 거듭 확인할 것입니다. 도움 주시기 위해 수백통의 메일과 전화주신 것 감사하고, 이렇게 일일이 답변하지 못하고 메일 보내는 것 너그러이 이해해주시리라 믿습니다.
소희네 가족을 위한 후원계좌: 국민은행 514201-01-019460 (보내주실 때 보내는 사람에 ‘소희네’라고 꼭 적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국민일보 김아진 016 639 5378


From: 정외철 [mailto:e-removal@hanmail.net]
Sent: 2009-04-12 (일) 오후 11:38
To: 김 아진
Subject: 리더스건설 정외철 이라고 합니다.

기자님께서 기사화한 옥상건물서 다석식구,소희네 기사를 보았습니다.

긴급지원 129 도 있고,동네 통장을 통해서 지원 받을수도 있는데 왜 그런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학교 담임도 있을텐데,어떻게 멀쩡한 아이들이 이지경에 처할수 밖에 없었는지 이해가 안됩니다.

아무튼 너무 안타까워서 아주 작은 보탬으로 해서,저의 전회원 1만 여명에게 도움을 청해 보아야 할것 같습니다.

결과를 예측 할수 없으니,그 장소나, 연락 될수 있는 방법을 메일로 알려 주시면 감사 하겠습니다.

큰 일 하자는것이 절대 아니고,아주 작은 본인부터 도움을 시작해 보려는것 뿐 이랍니다.

사회 일원으로서,유익한 기사 고맙고 감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