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준비 성공사례 3인

2009. 4. 16. 05:16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불황 속 은퇴준비 성공사례 3인

매일경제 04/15 04:00

 
은행경력 30년 자산관리 베테랑
김문환 무유경영컨설팅 대표

■ 모르는 곳 투자 절대 금물
김문환 무유경영컨설팅 대표(50)는 77년 상업은행 시절부터 우리은행에서 꼭 31년을 일했다. 2005년과 2006년 최우수 지점장으로 선정될 만큼 실적도 좋았다. 정년이 아직 10여년 남았지만 지난해 8월 박차고 나와 새 회사를 차렸다. 이만하면 앞으로 생활고 걱정 없이 하고 싶은 일을 해도 되겠다 싶어서였다.

“주식은 전혀 안 한다”고 못 박은 김 대표는 주로 부동산 투자에 관심을 뒀다. 은퇴 후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하다 7년 전 경매로 상가를 구입했다. 꼬박꼬박 월세를 받으면 생활에 대한 걱정을 덜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서였다. 이것이 적중했다. 현재 이 상가에서 나오는 월세만 한 달에 700만원가량. 자산가치도 상승해 가격이 구입 당시의 다섯 배 가까이 뛰었다. 덕분에 새로운 사업에 대한 심리적 부담을 덜었다.

투자 원칙을 물었더니 “은행원이라고 별다를 것은 없다”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그는 자산관리에 대한 철저한 원칙을 세워뒀다. 첫째는 알지 못하면 하지 말라는 것. 그는 “자신이 철저히 파악한 것이 아니면 주식이든, 채권이든, 부동산이든 절대 투자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대 포장된 타인의 정보에 휩쓸려 투자하면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둘째, 올인은 금물이다. 그는 “아무리 투자수익률이 좋다고 해도 원금 회수가 불확실한 투자 상품의 경우 전체 자산의 30%를 절대 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단 한 번의 투자 실패로 극한 상황에까지 이르지 않도록 위험관리를 철저히 하라는 조언이다.

셋째, 세상의 변화에 대해 항상 생각하고 관찰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그는 “돈은 세상의 변화에서 비롯된다”고 말했다. 5년 후, 10년 후에 현재 자신이 보유한 자산의 상태가 어떻게 변할지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라는 얘기다.

그는 또 자기 자신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말라고 조언했다. 스스로 돈을 벌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일이야 말로 진정한 자산관리라는 의미에서다.

▶ 59년생 / 대문상고 / 한국방송대 중어중문학과 / 국민대 경영학 박사 / 77년 상업은행 / 무유경영컨설팅(주)·무유에스엠(주) 대표이사(현)

7년째 귀농 준비하는
김병훈 TBS 아나운서 팀장

3300여㎡ 농사짓는 예비 전업농
46세. 은퇴를 준비하기에는 조금 이른 듯도 하다. 그런데 은퇴준비를 시작한 지 벌써 7년째란다. 30대 후반부터 은퇴를 준비해왔다는 말이다. 2003년부터 귀농프로젝트에 돌입한 김병훈 교통방송(TBS) 아나운서 팀장(46)의 얘기다.

“당장 은퇴를 눈앞에 둔 상황은 아니지만 직장을 그만두고 어떻게 살 것인지를 생각해봤어요. 단지 남들보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생각했고, 비교적 빨리 실천에 옮긴 거죠. 아직 정확한 은퇴 시점을 예상할 수는 없지만, 은퇴 뒤에는 지금 농사를 짓고 있는 곳에서 전업농으로 지낼 겁니다.”
“귀농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세 단계가 필요하다”고 했다. 일단 결심이 필요하다. 둘째, 마음먹은 뒤에는 농사일을 직접 경험해봐야 한다. 마지막으로 경험 후 적성에 맞는다고 판단되면 가족들과 협의를 거쳐 추진에 돌입해야 한다. 도시에만 살던 사람이 농사일을 하려면 준비해야 할 사항이 꽤 많다. 문제는 농사짓는 법을 어떻게 배우느냐다. 김 팀장은 귀농프로그램에 등록했다. 그는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농업기술센터에서 땅 보는 법과 전원생활 즐기는 법, 농사짓는 법 등을 배웠다”고 귀띔했다.

작게 시작했던 농사 규모는 현재 3300㎡(1000여평)에 이를 정도로 커졌다. 전업농이 아니라 판매까지는 못하고 있으나 최근 몇 년간 쌀을 제외한 채소는 사먹어 본 기억이 없다. 아직 회사에 몸담고 있어 매일은 못 가도 적어도 일주일에 한두 번은 꼭 밭에 들른다. 농사일지도 작성하고, 유기농법에 대한 연구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앞으로는 잡초를 이용한 발효농법을 꼭 해보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귀농에 도전하려는 사람들에게 유익한 조언 한마디를 부탁했다. 가장 먼저 유의할 점은 귀농이 그리 쉽지만은 않다는 것. 그는 “귀농을 평화로운 전원생활 정도로 생각하면 100% 실패한다”며 “욕심을 부리거나 환상을 가져서는 안 된다”고 못 박았다. 또 “육체 노동 강도가 높다는 것도 각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63년생 / 고려대 영어교육학과 / TBS 아나운서 팀장(현)

정신건강 챙기는
박병록 엘탑종합건축사사무소 사장

■ 장기계획 세워 실천한다
박병록 엘탑건축사무소 사장(46)은 인터뷰 내내 차분했다. 얼굴이 평온했고 말도 서두르는 법이 없었다. 건축 계통 종사자들은 현장 경험이 많다 보니 으레 목소리가 크고 서두르는데, 그런 모습을 찾기 힘들었다. 인상과 말투에서 ‘건강해 보인다’는 느낌을 한번에 받았다.

“평소 안색이 좋다는 말은 많이 들어요. 일단 술, 담배는 안 해요. 건축업에 있으면 많이 하게 되지만 체질상 안 받거든요. 운동도 수시로 하는 편입니다. 틈틈이 사무실에서 팔굽혀펴기와 같은 맨손운동을 하고 집에 돌아가면 30분 정도 러닝머신을 뜁니다. 무리하지 않는다는 게 평소 신조라 규칙적인 생활을 즐겨요. 12시 되기 전에 잠자리에 누워 새벽 4시 반에 일어나고요.”
당연히 ‘건강할 만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딱히 비결이라고 얘기하기엔 평범하기 이를 데 없다. “운동만큼 신경 쓰는 게 있다면 바로 정신건강이에요. 신체건강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마음과 정신을 갖는 게 필요해요.”
박 사장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다. 새벽 4시 반에 일어나는 것도 기도와 성경을 읽기 위해서다. 특히 처세에 대한 내용이 담긴 잠언을 하루에 30분 이상 읽는다.

“종교 생활에 충실하다고 하면 오해받겠지만 굳이 종교가 아니더라도 본인 생활 패턴에 맞는 정신 활동을 꾸준히 해줘야 심신의 조화를 이루고 스스로 건강하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어요.” 기독교 신자 이전에 그는 철저한 계획주의자다. 결혼하기 전인 20대 후반에 그는 죽기 전까지 해야 할 일을 구체적으로 기록해뒀다. 결혼 시기, 자식 교육, 창업, 은퇴 시기, 자선활동 등을 연도별로 꼼꼼히 적어뒀다. 2003년 엘탑종합건축사사무소를 창업한 것도 계획에 따른 것. 4명에서 출발한 회사는 현재 국외법인을 포함해 70여명의 직원을 둘 만큼 성장했다. “계획대로 척척 이뤄지는 건 아니지만 한 번 계획을 세운 일들은 흔들림 없이 이뤄지고 있어요.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사라지기 때문에 정신건강에도 큰 도움이 되고요.”
▶ 63년생 / 89년 건국대 건축공학과 졸업 / 91년 엄앤드이종합건축사무소 / 2002년 건국대 건축전문대학원 박사과정 수료 / 2003년 엘탑종합건축사사무소 창업 / 대표이사 사장(현)

[유송이 기자 / 김충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