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이슬러,챕터11 법정관리

2009. 5. 1. 10:30지구촌 소식

크라이슬러 결국 `파산보호行`

 `챕터 11`..오바마 "신속·효과적인 회생 위한 것"
피아트와 제휴 공식 발표..美정부 80억弗 추가 지원키로
입력 : 2009.05.01 04:01

[뉴욕=이데일리 전설리특파원] 미국 3위 자동차업체 크라이슬러가 결국 파산보호(Chapter 11)를 신청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밝히고 "크라이슬러의 파산보호 신청은 신속하고 효과적인 구조조정을 위한 것"이라며 "구조조정 이후 보다 경쟁력있는 기업으로 거듭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크라이슬러와 미국 정부의 자동차 테스크포스팀(TFT)은 파산보호를 모면하기 위해 전날밤 늦게까지 채권단과 채무 구조조정 협상을 벌였으나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에 따라 크라이슬러는 이날 뉴욕 맨해튼 파산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미국 주요 자동차업체의 파산보호 신청은 지난 1933년 스투드베이커(Studebaker) 이후 처음이다.

크라이슬러는 이와 함께 이탈리아 자동차업체 피아트와의 제휴를 공식 발표했다. 이에 따라 크라이슬러는 약속대로 정부의 추가 지원금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챕터11`.."신속·효과적인 회생 위한 것"

▲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크라이슬러의 파산보호 신청을 발표하고 있다.
크라이슬러가 신청한 `챕터 11(Chapter11)`은 청산(liquidation)을 의미하는 `챕터 7(Chapter 7)`과는 달리 파산법원의 감독하에 구조조정 절차를 진행해 회생방안을 모색하는 제도로 국내의 `법정관리`와 유사하다.

절차와 처리 속도 등은 법정관리와 다르지만 회사가 완전히 망해서 없어지지는 않는다는 의미에서는 같다.

법원은 부채의 일부 혹은 전액 탕감이나 상환 유예 등으로 기업을 정상화시키는 것이 청산하는 것보다 경제적이라고 판단되면 챕터 11 신청을 받아들인다.

챕터 11을 신청할 경우 채무자가 직접 채무 변제를 위한 노력에 나설 수 있고, 생산과 영업 등 사업을 지속적으로 전개할 수 있다.

따라서 크라이슬러의 이번 파산보호 신청은 회생을 위한 방편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날 오바마 대통령이 "크라이슬러의 파산보호 신청은 신속하고 효과적인 구조조정을 위한 것"이라고 언급한 것은 이같은 맥락에서다.
 
정부 관계자들은 크라이슬러의 파산보호 신청을 `외과수술적 절차(surgical process)`라고 일컬으며 회생 절차를 신속하게 추진할 것임을 시사했다.

◇피아트와 제휴..파이낸싱 GMAC이 맡기로

크라이슬러는 향후 30일~60일간 파산보호하에 구조조정을 진행할 예정이다. 구조조정을 통해 크라이슬러는 채무 변제 의무 등에서 벗어나 새로운 회사로 거듭나게 된다.
 
크라이슬러의 주요 자산은 신설되는 법인에 매각된다. 신설되는 법인의 지분 55%는 전미자동차노조(UAW)가, 20%는 피아트가, 25%는 미국 및 캐나다 정부가 각각 보유하게 될 전망이라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크라이슬러는 이와 함께 피아트와의 제휴를 공식 발표했다. 피아트는 크라이슬러의 지분 획득 댓가로 자금을 투입하지 않고, 대신 친환경 자동차 기술을 제공하고, 한 개 이상의 모델을 크라이슬러 공장에서 생산하기로 했다. 또 해외 유통망을 공유하기로 했다.

오바마는 이와 관련해 "피아트와의 제휴는 강력한 성공 기회"라며 "이를 통해 새로운 생존의 기회를 얻게 됐다"고 말했다.

크라이슬러의 금융자회사인 크라이슬러 파이낸셜은 GMAC과 합병하기로 했다. GMAC은 크라이슬러 파이낸셜의 대출 포트폴리오를 편입하고, 딜러 파이낸싱을 관할하기로 했다. GMAC은 이에 따라 정부로부터 45억달러를 지원받기로 했다. 전미 3600개의 크라이슬러 딜러망 가운데 일부도 문을 닫게 될 전망이다.

크라이슬러는 한편 이사진을 새로 선출할 예정이다. 새로운 이사진은 크라이슬러와 피아트, UAW로부터 선출될 것으로 보인다. 로버트 나델리 현 크라이슬러 최고경영자(CEO)는 물러날 것으로 전해졌다.

◇美정부, 35억弗 DIP 등 최대 80억弗 추가 지원

피아트와의 제휴가 성사됨에 따라 크라이슬러는 미국 정부로부터 추가 자금을 지원받게 됐다.

크라이슬러는 파산보호하의 구조조정 전후로 최대 80억달러의 자금을 지원받을 예정이다. 이는 오바마 정부가 당초 피아트와의 협상이 성사될 경우 제공하기로 한 금액인 60억달러보다 20억달러 많다.

백악관 관료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30억~35억달러의 `DIP 금융(debtor-in-possession financing)`을 지원할 예정이다. `DIP 금융`은 기업이 파산보호를 신청한 후 회생을 모색하도록 하기 위해 엄격한 조건하에서 지원되는 자금을 말한다. 정부는 또 구조조정이 완료된 후 45억달러를 추가로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캐나다 정부도 미국 정부가 지원하는 금액의 3분의 1 가량인 26억달러를 크라이슬러에 지원하기로 했다.
 
크라이슬러는 앞서 미국 정부로부터 45억달러의 자금을 지원받은 바 있다.
 
◇채권단 협상 막판 결렬..헤지펀드 등 소규모 채권단 반대..오바마 `맹비난`

크라이슬러와 미국 정부의 자동차 TFT은 파산보호를 모면하기 위해 전날밤 늦게까지 채권단과 채무 구조조정 협상을 벌였으나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정부는 전날 채권단에게 69억달러 규모의 보증 채권을 포기하는 댓가로 당초 제안보다 2억5000만달러 높은 22억5000만달러의 현급을 지급하겠다고 했으나 협상은 끝내 결렬됐다.

JP모간과 골드만삭스, 모간스탠리, 씨티그룹 등 지분 70%를 보유한 대형 채권단과는 합의가 이뤄졌으나 나머지 45개 은행과 헤지펀드 등 중소규모 채권단의 반대에 부딪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이날 연설에서 "헤지펀드 등 채무 구조조정 과정에서 반대 의사를 표명한 이들은 크라이슬러의 미래를 위한 다른 이해관계자들의 희생을 따르지 않았다"며 비판했다.
 
◇옛 영광 되찾을지 `의문`..GM 뒤따를까
 
크라이슬러가 신속한 구조조정을 통해 정상화 된다고 해도 전망은 밝지 않다. 판매 부진 등으로 인한 손실이 지속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W스트리트의 데이비드 실버 자동차 산업 담당 애널리스트는 "크라이슬러가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수 년 이내에 세계 자동차 시장의 주요 업체로 활약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미국 최대 자동차업체 제너럴 모터스(GM)도 크라이슬러의 운명을 뒤따를지 귀추가 주목된다.
 
오는 6월1일까지 정부에 만족스러운 구조조정 계획안을 제출해야 하는 GM은 현재 노조 및 채권단과 이렇다 할 합의에 이르지 못한 상태. GM은 최근 정부가 대주주가 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자구책을 발표했지만 정부와 채권단 모두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프리츠 핸더슨 GM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파산보호 신청 없이 구조조정이 이뤄지기를 바라지만 파산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음을 인정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