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디레버리지

2009. 5. 3. 00:11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끝나지 않은 글로벌 디레버리지

세계 경제가 활황이었고 자산시장이 강세를 나타내던 2007년까지는 빚을 내서 투자하는 레버리지(leverage)가 미덕이었다. 레버리지의 승수 효과로 인해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자본주의의 위기는 늘 과잉에서 비롯된다. 과도한 부채를 통해 주택을 구입했던 미국 모기지 시장에서 문제가 터져 버렸다.

 

차입을 통한 M&A로 몸집을 불렸던 한국의 중견 그룹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제는 더 이상 빚이 미덕이 될 수 없다. 과잉 레버리지로 인한 후유증이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2009년 글로벌 경제의 화두는 디레버리지(deleverage)가 될 수밖에 없다. 디레버리지는 부채의 상환을 통한 규모의 축소(자산의 축소)에 다름 아니다.

 

좁게는 금융 부문에서의 디레버리지가 필요하다. 이미 이런 과정은 상당 부분 진행되고 있다. 그렇지만 금융의 디레버리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 동안 미국(선진국)은 자신들이 버는 것보다 더 소비해 왔다. 미국의 저축률은 한 때 마이너스로까지 떨어졌다. 자산 가격의 상승과 차입을 통해서 이런 과소비가 가능했다.

 

미국 소비의 구조조정도 필요하다. 아시아는 미국의 과잉 소비에 부응하기 위해 생산 설비를 늘렸다. 미국이 소비를 줄인다면 아시아 역시 유휴 설비에 대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한국에서 해운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거론되는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미국의 과잉소비와 중국의 과잉생산을 대표하는 업종이 해운업이기 때문이다.

 

이미 미국의 저축률은 상승 중이다. 소비의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아시아의 과잉생산을 보여주는 지표를 찾기는 힘들지만, 대용지표(proxy)로 중국의 산업생산과 소매판매를 사용해 봤다.

 

 

과거 한국의 고성장 시기에서도 정부에 의한 강압적 구조조정이 늘 있어왔다. 산업합리화 조치라는 이름으로 공급을 조정하는 조치가 늘 있어 왔다. 중국에서도 미국의 과소비로 지탱돼 왔던 유휴설비가 존재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필자의 견해이고, 이는 어떤 형식으로든 조정돼야 한다. 중국 소비시장의 잠재력은 대단히 크지만, 아직까지 미국의 소비를 대체할 수 있는 수준은 못되기 때문이다.

 

 

지나치게 많이 썼던 미국은 덜 쓰게 될 것이고, 이 과정에서 미국으로의 수입은 줄어들 것이다. 이는 중국(아시아)의 수출 감소로 귀결될 것이다. 미국의 무역 수지 적자는 줄어들 것이고, 중국의 무역 수지 흑자 역시 줄어들 것이다. 이미 이런 모습은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있고, 이런 과정은 글로벌 불균형을 완화시켜 나갈 것이다.

 

 

구조조정은 당장 입에 쓴 약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약이 된다. 그런데 최근에는 반대의 모습이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 디레버리지를 통한 구조조정이 아니라 오히려 레버리지를 키우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고정자산 투자는 다시 증가하고 있고, 대출 증가율도 고공권이다. 당장은 달콤하지만, 미국(선진국)에서 소비의 구조조정이 진행된다면 이는 미래의 과잉 설비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도 과잉 레버리지의 혐의가 있다. 지난 10여 년간 실물 경제의 성장(GDP 증가율)보다 은행의 대출 증가 속도가 훨씬 빨랐다. 늘어난 대출의 대부분은 부동산을 비롯한 가계 부문으로 들어갔다.

 

 

최근 한국에서도 주택 담보 대출 및 중소기업 대출이 증가하고 있고, 아파트와 골프 회원권 가격도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물론 어떤 정책이든 결국은 선택의 문제이다. 선진국의 소비가 위축이 될 가능성이 높은 형국이라면, 내수를 부양하는 것이 맞다. 또한 자산 가격 상승을 통해 소비가 늘어나는 선순환을 기대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정도의 문제라는 생각이다. 구조조정도 병행돼야 한다. 과잉 레버리지 때문에 세계 경계가 만신창이가 됐는데, 다시 레버리지를 일으켜서 위기를 극복한다는 처방은 결코 옳지 않고, 자산 가격의 움직임 또한 지속성을 가지기 어렵다.

 

최근의 주가 반등은 구조조정이라는 통과의례를 치르고 올라간 것이 아니라, 각 국 정부의 경쟁적인 유동성 쏟아 붓기가 주된 동인이 된 것이라고 본다. 필자가 주식시장의 강세장 전환에 선뜻 동의하기는 어려운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