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근,매출 9억 연근 박사

2009. 6. 6. 21:53분야별 성공 스토리

“연근 특허 16종… 전국 농가 돌며 기술 나누죠”

연매출 9억원 ‘연근 박사’ 경북 칠곡군 이상근 씨

박천학기자 kobbla@munhwa.com

“땅속을 파면 연근뿐만 아니라 미꾸라지도 많이 보이지요. 친환경농법으로 연(蓮)을 재배하는 증거라고 할까요.”

5월20일 오후 2시 경북 칠곡군 약목면 동안리 상근연근영농조합법인 대표 이상근(45)씨의 연근농장. 30도를 오르내리는 무더위 속에 찾아가 “미꾸라지 잡느냐”고 물었더니 이씨는 일손을 멈추고 이렇게 대답했다. 그리고 대야에 가득 담긴 미꾸라지를 가리켰다. “보세요. 농약을 치면 미꾸라지가 살 수 있겠어요.” 그는 연근농장에서 330㎡당 36㎏의 미꾸라지를 잡는다고 했다.

그는 연근을 캐는 쇠스랑을 논에 꽂고 이마로 연방 흘러내리는 땀을 닦으면서 무농약 친환경재배 비법을 소개했다. “현미식초와 목초액, 막걸리, 마늘농축액 등 4가지를 물에 타서 살충제 대신 뿌리지요. 토질은 키토산, 맥반석 등으로 향상시킵니다.”

그는 이같은 친환경농법으로 2003년 11월 국립농산물 품질관리원으로부터 무농약 연근재배 인증서를 받았다. 2005년 3월에는 농림수산식품부로부터 신지식농업인장(章)을 받는 등 친환경 연근재배로 무려 30종의 상을 받았다. 연근재배기술, 연근농축액 및 연근식혜제조기술 등 16종의 특허도 등록했다.

2006년 7월에는 농식품부의 의뢰로 연근재배 기초논문을 제출했고 전국 곳곳의 농업기술센터를 돌아다니며 29차례나 강연을 했다. 전남·경기 등 전국 각지의 연근재배(면적 190만㎡) 농가를 대상으로 기술지도도 하고있다. 그래서 고교 졸업장이 전부지만 그는 연근재배 농민들로부터‘연근박사’로 통한다. “쌀 대체작물로 연근의 가치는 매우 높지요. 쌀은 3.3㎡당 800원의 순소득이 나오지만 연근은 같은 면적에서 1만3000원의 순소득을 얻지요.” 그는 이런 요지의 강연 등을 하면서 쌀 대체작물로 연근만한 것이 없다고 설명한다.

이씨는 수확한 연근을 ㎏당 5000원에 소비자와 직거래한다. “일반농법으로는 ㎏당 2000원에 중간 상인에게 판매되고 이후 여러 유통단계를 거치면서 소비자들은 1만원 정도에 맛을 보지요. 이에 비하면 훨씬 싼 편이어서 소비자들이 많이 찾고 있어요.” 이어 그는 연근의 뿌리는 식용으로, 꽃은 관상용으로, 씨와 잎은 약재로 사용할 수 있어 버릴 것이 없다고 연근 자랑에 열을 올렸다. 실제로 그는 해마다 석가탄신일에 1000여점의 연근화분을 주문받고 있으며 각종 행사에도 연꽃화분을 제공하고 있다.

이씨는 33세부터 연근농장을 운영했다. 충북 제천에서 태어난 그는 대구에서 가구공장에 근무하다 왼쪽 손가락 4개를 다친 뒤 매형이 운영하는 연근농장 일을 돕다가 연꽃 매력에 빠져 독립했다. 칠곡뿐만 아니라 고령·구미 등지에 10만㎡의 연근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5명이 함께 일하면서 연간 평균 9억원을 번다. 그는 “현재 건축중인 공장에서 내 이름을 딴 ‘상근연근’이라는 제품명의 연근농축액·음료 등을 생산해 해외에 널리 수출하는 것이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칠곡 = 글·사진 박천학기자 kobbl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