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가구 호황

2009. 6. 9. 09:05분야별 성공 스토리

수수료·마진 ‘없애고’… 값 ‘내리고’

‘불황아 반갑다’ - 온라인 가구

불황과 함께 온라인 가구 매출이 크게 성장하면서 가구 업체들은 앞 다퉈 온라인 전용 브랜드를 출시하고 있다. 사진은 한 샘이 5월 출시한 온라인 전용 가구 '샘(SAM)'과 이경섭 디자이너.
‘옷과 가구는 직접 보고 골라야 한다.’ 전자 제품과 달리 옷과 가구는 재질과 마무리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반드시 매장을 방문해 보고 골라야 하는 것으로 인식돼 왔다. 전자 제품은 단일 품목이 대량으로 판매되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굳이 직접 보지 않고 주변 사람들이 갖고 있는 것과 똑같은 것을 사더라도 실패할 확률이 낮다. 그러나 가구의 경우 화면상으로 예쁜 제품이었는데 막상 배달됐을 때 옷장 뒷면의 거친 재질이 그대로 드러난다든지, 지독한 접착제 냄새가 난다든지, 서랍이 뻑뻑하다든지 하는 문제가 발생하곤 했다.

그러나 전자상거래 규모가 커지면서 온라인 가구 거래가 증가하자 대형 가구 업체들도 온라인 거래에 뛰어들고 있다. 업계 상위를 다투는 업체들이 참여하면서 온라인 거래 비중은 매년 10~30%씩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

특히 불황이 닥치면서 과시하려는 소비보다 합리적인 소비가 늘게 마련이다. 가구 업계도 온라인 전용 제품의 라인업을 확대하고 전용 브랜드를 출시하는 등 온라인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온라인 가구, 매년 30% 이상 성장

최근 온라인에서 가구를 구매한 30대 초반의 미혼 여성 이모 씨는 본인이 구매한 옷장 책장 서랍장에 무척 만족스러웠다. 온라인으로 구매한 총액은 88만 원가량. 그러나 가구들의 품질은 그 이상이었다. 가구를 구매 신청한 뒤 업체가 배송 가능한 일자와 시간을 문의해 왔고 직장인인 이 씨는 토요일 오후 3시 배달을 의뢰했다.

토요일 오후, 업체 기사 두 명이 가구 부품들을 들고 와 이 씨의 방에서 조립을 시작했다. 코트 등 긴 옷을 보관하려고 한 이 씨는 옷장 절반은 가운데 막이를 설치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 최근의 가구는 보관 및 물류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부품의 형태로 배달돼 현장에서 즉시 조립된다.

기술자들의 성격이 험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기사들은 친절했다.나중에 본사가 해피콜(고객 만족도 조사)을 통해 기사들을 평가하기 때문이다. 가구 배치가 마음에 들지 않아 한 번 위치를 바꾸기도 했지만 기사들은 “고객이 만족해야 한다”며 군말없이 요구를 들어주었다.

이 씨는 “우선 가격이 저렴한 것이 온라인 구매의 큰 이유였고 대리점과의 흥정이나 바가지 쓰는 것에 대한 부담이 없어서 좋았다. 여러 회사 제품을 함께 비교할 수 있었던 것도 장점이다. 나중에 결혼할 때도 온라인으로 가구를 구매할 계획”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가구 업계 1위인 한샘의 올해 1~4월 동안의 온라인 매출은 72억 원으로 전년 동기 56억 원에 비해 29% 증가했다. 연도별로 보면 2004년 42억 원, 2005년 85억 원, 2006년 120억 원, 2007년 135억 원, 2008년 173억 원으로 매년 30%에 가까운 성장을 하고 있다. 코아스웰도 올해 1분기 온라인 매출 7억2000만 원으로 전년 1분기 4억5000만 원에 비해 38% 증가했다.

한샘 측은 “대표적 소비재인 부엌 가구나 일반 가구는 구매 행위가 복잡하고 고비용이 들기 때문에 마케팅이나 홍보 효과가 나기 어려운 제품으로 인식돼 온라인을 통한 판매나 마케팅 활동이 그동안 적었던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주로 기업 홈페이지를 통해 제품을 소개하고 이벤트를 안내하는 정도에 지나지 않았던 가구 업계는 2004년 한샘몰을 시작으로 2007년 리바트(이즈마인, ismine), 에넥스(에니, Ennee), 퍼시스(본비비, bonvivi) 등 대형 가구 업체들이 온라인 쇼핑 사이트를 개설해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한샘은 2008년 한샘몰을 하우위즈(Howwiz)로 바꿨다.

에넥스는 “온라인 사업이 상승 추세를 그리자 사업을 제대로 하기 위해 온라인 몰을 만들었다”며 “오프라인 시장은 주로 경제적 여유를 가진 40~50대 위주로 클래식한 고가 제품을 구매하는 반면 온라인 시장은 20대 후반에서 30대까지의 여성이 대부분으로 인터넷에 친숙한 고객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스타일리시하면서도 가격이 저렴한 제품을 주로 구매한다. 말하자면 오프라인과 온라인은 타깃 층이 다르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처음 오프라인 매장 제품을 온라인으로 구매만 하던 것을 넘어 최근에는 온라인 전용 제품과 더불어 전용 브랜드를 출시하는 것도 트렌드다. 한샘은 “온라인 숍 이름이 ‘하우위즈’이고 판매되는 제품은 ‘한샘’ 브랜드다. 아직은 하우위즈 브랜드가 잘 알려지지 않았다. 장기적으로는 하우위즈로 가는 것이 과제”라고 밝히고 있다. 한편 한샘은 올해 5월 온라인 전용 브랜드 ‘샘(Sam)’을 새긴 제품을 본격 출시했다. ‘선생님’의 준말로 통하는 ‘샘’을 뜻하며, 지금은 아동용 책장 위주로 점차 책상과 같은 서재 가구, 그리고 전체 가구로 품목을 늘릴 예정이다.

리바트도 “그동안 가구의 온라인 판매는 시중에서 판매되는 가구를 온라인에서 판매하는 것으로 제품 차별성이 없었지만 리바트는 오프라인에서는 판매하지 않고 온라인에서만 판매하는 이즈마인을 만든 것”이라고 배경을 밝혔다.

상대적으로 브랜드 파워가 약한 코아스웰은 자사 홈페이지(보리, Bori)를 통한 판매보다 오픈마켓이나 홈쇼핑 계열 온라인 몰을 공략하고 있다. 코아스웰은 “초기에는 온라인에서 주문 받아 구매자와 가장 가까운 곳의 대리점과 연결하는 시스템에 그쳤지만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며 “가구는 그동안 직접 보고 사는 것으로 통했지만 업체들의 품질 신뢰도가 구축되었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충분히 믿고 구매하게 됐다. 오프라인 매장의 경우 대리점에 주는 판매 수수료와 대리점 자체 마진 등이 있는데 제조사와 판매자가 직거래하면서 중간 비용이 들지 않는 것이 온라인 매장의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오프라인 매출 ‘잠식’ 우려도

리바트의 온라인 전용 가구 '이즈마인'의 구매 사이트.
대형 업체와 달리 작은 업체에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2005년 ‘한국OA’에서 사명을 바꾼 코아스웰은 종합 가구 업체로 변신했다. 그간 사무용 제품에 주력하다 보니 종합 가구 라인업은 사무용에 비해 미미한 상태였지만 온라인에서 먼저 제품군을 완성했다. 코아스웰은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을 먼저 공략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오는 7월 오프라인에서도 종합 가구 업체로서의 라인업을 모두 갖출 예정이다.

그러나 가구 시장 규모가 정체된 상황에서 온라인 매출이 커지는 것이 반갑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온라인 매출이 전체 가구 매출을 잠식하면서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 전용 제품은 중저가 제품이 많다. 결국 수익성이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업체들 간의 경쟁 때문에 온라인 판매에 나서는 것이다. 그러나 불황에도 가구 매출이 줄지 않은 것은 온라인 부문의 성장 때문이라는 분석도 가능하다.

업체들의 다음 과제는 온라인 브랜드를 업그레이드하는 것. 쇼핑몰과 함께 리빙 포털로서의 기능을 좀 더 키울 계획이다. 한샘은 “하우위즈를 출범시킨 것은 기존 브랜드와 타깃별로 별도 운영되던 ‘리빙닷컴’ ‘웨딩닷컴’ ‘한샘몰’ ‘tntn.com’ 등의 마이크로 사이트를 모두 모아 국내 최고의 인테리어 전문 포털 사이트(버티컬 포털)로 운영하기 위한 것”이라고 목적을 설명한다. 리바트 측도 “이즈마인은 단순히 제품 판매를 위한 것이 아니라 다양하고 풍성한 콘텐츠로 방문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려고 한다. 자신이 원하는 스타일의 홈 코디를 제안해 주는 ‘룸 플래너’, 결혼·이사·육아 등 일상 대소사 일정을 컨설팅해 주는 ‘스케줄러’, 신혼 층에게 관심이 높은 분야를 대상으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매거진’, 고수들의 조언을 담은 ‘지식센터’ 등 풍부한 볼거리를 제공한다”고 얘기하고 있다.

한편 에넥스의 경우 정수기 제품이 홈쇼핑에서 히트를 치면서 온라인 매출을 크게 올리고 있다. 이 때문에 온라인 매출 순위에 대해 업계에서는 ‘기준’을 정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우종국 기자 xyz@kbizweek.com
입력일시 : 2009년 5월 27일 16시 41분 41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