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감세,중기,서민층에 세부담

2009. 6. 17. 08:51이슈 뉴스스크랩

부자 감세로 부족한 세수 ‘서민에 덤터기’

[경향신문] 2009년 06월 17일(수) 오전 01:09

ㆍ정부, 연 20조원 넘는 비과세·감면 대폭 축소 방침

ㆍ면세유 등 우선폐지 대상… 부가세 인상 가능성도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지속돼온 ‘부자 감세’ 정책이 서민층의 세부담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대규모 감세와 재정지출 확대 정책을 추진한 데 따른 부작용으로 세수 부족이 심화되자 연간 20조원이 넘는 비과세·감면 규모를 대폭 축소한다는 방침을 세웠기 때문이다. 각종 비과세·감면 제도 중에는 취약계층에 혜택이 돌아가는 조항이 적지 않아 서민층의 세부담이 가중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비과세·감면 대폭 축소=16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조세특례제한법상 올해 일몰기한이 돌아오는 76개 비과세·감면제도를 대폭 손질키로 했다. 감면 규모는 지난해 기준 3조337억원으로 총국세감면액(29조6321억원)의 10% 수준이다. 76개 비과세·감면제도를 모두 폐지하게 되면 그만큼 세입이 늘어나게 된다.

그러나 정부가 폐지를 검토하고 있는 비과세·감면제도에는 중소기업·서민에 대한 지원 분야가 상대적으로 많이 포함돼 있어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부는 농어업용기자재 영세율, 농어업 면세유, 수송용 차량 유가보조금 등을 우선 폐지 대상으로 분류해놓고 있다. 중소기업 투자세액공제, 창업 중소기업에 대한 세액 감면 등도 폐지 여부가 주목된다.

◇비과세·감면제도 손질 배경=그동안 조세 행정의 효율성과 과세 공평성 측면에서 비과세·감면 제도의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그러나 정부가 부자 감세에 따른 세수 부족을 서민층의 세부담 증가로 메우는 모양새를 띠게 돼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당초 정부는 대규모 감세정책을 추진하면서 세수 감소분을 경제성장과 과표 양성화 등으로 상당 부분 상쇄할 수 있다고 장담했다. 그러나 금융위기에 따른 경기침체로 이 같은 예측이 크게 빗나갔고, 수년간 재정 건전성이 심각하게 위협받을 상황에 처하게 됐다.

지난해 세제개편에 따른 국세 수입 감소 규모는 올해보다 2단계 감세정책이 발효되는 내년과 2011년에 더욱 늘어나게 돼 있다. 감세 규모는 정부 추정치로만 봐도 올해 7조1000억원에서 내년에는 10조7000억원, 2011년에는 12조5000억원으로 증가하게 된다.

◇부가가치세율 인상 가능성도 배제 못해=윤종훈 시민경제사회연구소 기획위원(공인회계사)은 “정부의 비과세·감면 제도 정비 방침은 ‘부자 감세’를 저질러 놓은 뒤 나온 고육책”이라며 “부유층과 대기업에 혜택이 집중되는 감세정책을 지양해야 한다는 지적에는 귀를 막아온 정부가 서민층의 부담을 늘려 세수 부족을 메우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재정부 관계자는 “비과세·감면 제도 정비 방침은 감세냐, 증세냐 논쟁과 관계없이 제도 도입의 목적이 달성됐는지가 중요한 판단기준이 된다”고 밝혔다.

특히 정부의 거듭된 부인에도 불구하고 부가가치세율을 인상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최영태 참여연대 조세개혁센터 소장은 “비과세·감면 제도를 대폭 정비한다고 해도 재정건전성을 확보하는 데는 미흡한 수준이 될 것”이라며 “그동안 보수 진영 학자들이 간접세를 강화하는 쪽으로 세제개편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온 만큼 정부가 부가가치세의 세율 인상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오관철기자 okc@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