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거들의 ‘넷심전심’

2009. 6. 19. 00:07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블로거들의 ‘넷심전심’ 정보바다가 나눔바다로

 이용균기자 noda@kyunghyang.com

ㆍ책·완구·소장품 등 다양한 품목 ‘동시나눔’ 확산


지난 17일 48개 인터넷 블로그에서 한꺼번에 ‘동시 나눔’이라는 행사가 열렸다. 각자 자신만의 기념일을 만들고 물건 몇 개를 블로그 방문자에게 나눠주는 행사였다.

기념 방식도, 나눠주는 물건도 다양했다. 육아 블로그를 운영하는 ‘함차’는 ‘감사 이벤트’라는 제목으로 육아 관련 서적 3권과 영화예매권 2장, 기차 완구를 내놓았다. 한 대학생 블로거는 ‘방학 기념’으로 소설 3종과 수첩, 양말을 올렸다. ‘검은괭이2’는 블로그 개설 2주년 기념으로 자신의 책 3권을 나눠주겠다고 밝혔다. 첫 만남, 20대 후반 진입, 프로야구 두산 1위 등을 기념하며 소장품을 내놓은 네티즌이 줄을 이었다.

인터넷 온라인 공간에서 자신의 물건을 나눠주는 ‘동시 나눔’이 번져나가고 있다. 이런 나눔의 물결은 한 네티즌의 제안에서 시작됐다.

‘초하뮤지엄넷’이라는 블로그를 운영 중인 네티즌 ‘초하’는 지난 11일 ‘○○ 기념, 동시 나눔 마당’을 제안하는 글을 올렸다. 각자 나름의 기념을 정해 나눔을 실천하자는 뜻이었다. 기왕이면 동시에 하자는 뜻도 더했다. D데이는 17일로 결정됐다.

반응은 예상보다 훨씬 뜨거웠다. 10명 정도로 예상됐던 참여인원은 48명으로 늘어났다. 이들은 ‘초하’의 제안에 따라 22일까지 물건받을 희망자 접수를 마감한 뒤 이달 말까지 선물을 배송해줄 예정이다.

인터넷을 통해 책을 나누는 일은 수년 전부터 ‘북 크로싱’ ‘책 여행시키기’라는 이름으로 진행됐다. 독서 관련 블로그 중심으로 자신이 읽은 책의 후기를 남기고 해당 책을 원하는 이들에게 나눠주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번처럼 여러 명이 같은 날, 동시에 나눔 이벤트를 진행하기는 처음이다. 물건도 책에 그치지 않고 완구, 애장품 등 다양한 종류로 확대됐다.

‘초하’는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자신을 대학교 행정직원 고지혜씨(42·여)라고 소개했다. 그는 “나눔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블로그를 통해 나눔을 더 퍼트리기 위해 시작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뜩이나 소통이 어려운 시대에 나눔만큼 좋은 소통 매개체가 없다”면서 “나눔은 특별한 인연을 만들어 주는 행동”이라고 덧붙였다.

시민단체 ‘아름다운 가게’ 관계자는 “나눔에 제한은 없다. 물리적인 것뿐만 아니라 자신이 가진 시간과 생각 등도 다양한 방식으로 나눌 수 있다”며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에서 나눔을 실천하는 일이 바로 나눔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인터넷 동시 나눔 이벤트는 정기적으로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초하뮤지엄넷’에는 다음번 이벤트에 꼭 참여하겠다는 블로거들의 댓글이 벌써 수십개나 달렸다. 고씨는 “인터넷의 나쁜 기능만 자꾸 강조되는 요즘이 과도기로 보이는데 나눔이 긍정적 역할을 하면 좋겠다”면서도 “나눔을 독차지할 수는 없다. 뜻을 같이하는 다른 분이 2차 동시 나눔을, 또 다른 분이 3차 나눔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용균기자 noda@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