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슈퍼,자체 경쟁력 확보에 나서야..

2009. 7. 8. 19:13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골목슈퍼가 대기업슈퍼를 혼내줬다

헤럴드경제 | 입력 2009.07.08 07:25

 

골목상권을 두고 대기업과 중소상인들의 갈등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자체 경쟁력을 갖춰 당당히 맞서고 있는 골목슈퍼가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대형마트를 철저히 벤치마킹해 장점은 흡수하고 약점은 보강했다.

그 결과 150m 인근에 위치한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도, 농협하나로마트도 넘보지 못하는 골목슈퍼 강자로 우뚝 설 수 있었다.
지난 6일 오후 7시에 찾은 서울 신길동의 지오마트. 지하 1층 450평 규모의 이 마트엔 장을 보러 나온 주부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중앙에 위치한 청과코너에서 할인을 외치는 직원과 비닐봉투에 담는 주부들의 모습은 마치 대형마트와 재래시장을 섞어놓은 것 같았다. 직원 50명에 하루 매출 3000만~4000만원. 덕분에 올해 신월동에 350평 규모의 2호점도 냈다.

비결이 뭘까. 송영근 지오마트 점장은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라며 "과감한 가격정책으로 단골 고객을 확보해 대형마트와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는다"고 힘줘 말했다.
이 마트의 가장 큰 무기는 가격. 다년간 쌓아온 협력업체와의 신뢰를 바탕으로 품질 좋은 상품을 박리다매로 팔 수 있었다. 주변 마트보다 30~40%가량 저렴한 신선식품을 언제나 구비해놓고 있어 까다로운 주부들까지 모두 단골로 만들 수 있었다.

주부 배영순(여ㆍ54) 씨는 "누구나 가격은 싸고 품질이 좋은 곳을 찾게 마련"이라면서 "이곳에 오면 동네사람들을 다 만날 수 있어, 서로 안부를 주고받는 일도 즐겁다"고 말했다.
이곳은 골목마트지만 넓은 매장과 다양한 상품군, 배달, 마일리지 서비스 등 대형마트의 장점들을 적극 수용했다.

전담 바이어도 뒀다. 특히 고객 편의를 위해 구입 금액이 아닌 '무게'에 기준을 두고 배달을 해준다. 한편 대형마트의 약점도 놓치지 않았다. 정해진 상품, 기간 등 매뉴얼대로 움직여야 하는 대형마트와 달리, 지오마트는 규모가 작은 만큼 상황에 따른 발빠른 대처가 가능했다. 고객의 반응에 따라 한발 앞서 기획상품을 만들거나 할인행사를 진행해 매출을 높였다. 또 봉지 포장이 아닌 직접 손으로 골라 담을 수 있게 한 점도 주부들을 사로잡았다.

이 같은 세심한 배려로 흔한 전단지, 온라인사이트 없어도 9년째 골목상권 최강자의 자리를 지켜냈다.
이곳도 작년 11월에는 SSM(대기업 슈퍼마켓)이 인근에 들어서 고객을 빼앗길 위기에 처한 적이 있었다. 오픈 기념 행사를 1주일간 여는 동안에는 매출이 5%가량 줄기도 했다. 당시 이 마트는 오히려 배달직원을 5명에서 6명으로 늘리고 배달지역을 기존 신길 1, 2동에서 여의도, 대방동 지역까지 넓혔다. 이런 노력으로 새로 생긴 SSM의 오픈 행사가 끝나면서 자연스레 매출이 되돌아왔고, 새로 유입된 고객까지 포함돼 전체 매출이 더 늘어났다. 새 SSM이 문을 열면서 오히려 특수를 누린 셈이다.

송영근 점장은 "대기업들의 무차별적인 골목상권 장악도 문제지만 중소상인들 역시 자체 경쟁력 확보에 나서야 한다"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서는 결코 살아남을 수 없다고 생각하며, 발빠른 변화 없이는 대기업 규제 방안이 만들어진다고 해도 달라지는 것은 없을 것"이라고 충고했다.
황혜진 기자(hhj6386@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