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여.야 동침 여관?

2009. 7. 16. 21:33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대치-농성-충돌’ 국회 악순환, 협상은 포기?

여야 ‘본회의장 동시 점거’ 책임전가 급급

민병기기자 mingming@munhwa.com


국회 본회의장이 여관? 여야 동시 본회의장 점거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16일 오전 한 의원이 침구류를 들고 본회의장에서 나오고 있다. 김선규기자
상호불신’의 ‘이심전심’이 낳은 사상 초유여야 국회 본회의장 동시 점거가 ‘동침’이틀째를 맞았다. 16일 오전 여야는 각각 20여명의 의원이 밤을 새우며 본회의장 점거를 이어갔다. 이날 오전 민주당과 한나라당은 각각 본회의장 인근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소속 의원들을 독려하기에 급급했다. 여야 지도부는 협상보다는 상대방에 점거 책임 뒤집어씌우기에 몰두했다. 이강래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CBS 라디오에서 “본회의 산회 후 전부 철수하길 기대했는데 한나라당이 떠날 기색이 전혀 없고 미디어악법을 날치기 처리하기 위한 준비 작업만 하는 걸 눈으로 직접 보며 국회를 빠져나올 형편이 아니었다”고 한나라당을 몰아세웠다.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폭력점거라도 하기 위해 농성을 하는 것이고, 우리는 법 통과를 위해 폭력행위를 막을 수 있는 자구행위적 차원의 밤샘대기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거대 여당은 밀어붙이기에만 몰두하고, 소수야당은 실력행사로 맞서며 정작 비정규직관련법 등 민생을 외면하는 행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대치-농성-충돌’의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18대 국회가 사상 초유의 ‘본회의장 동거’를 자행한 것에 대해 정치원로들과 전문가의 비판은 매서웠다.

이만섭 전 국회의장은 16일 평화방송 라디오에 출연, “여야가 동시에 본회의장을 점거한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라며 “여야가 모두 농성을 풀어야지 서로 부끄럽지 않으냐”고 여야를 싸잡아 비판했다. 18대 국회 최다선인 7선의 조순형 자유선진당 의원도 이날 KBS 라디오에서 “입법부의 기능 마비이고 의회민주주의의 위기”라고 주장했다. 심지연 국회운영제도개선자문위원장은 “내일로 다가온 제헌절의 의미를 생각해서라도 이런 일이 일어나지 말았어야 했다”며 “기본적인 정치문화가 바뀌지 않는 이상 제도를 아무리 바꿔도 이런 식의 국회 운영 행태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형준(정치학) 명지대 교수는 “정치를 포기한 것이고 정치실종시대”라고 진단한 뒤 “욕을 먹더라도 국가와 국민을 위해 나서는 용기있는 정치 리더십이 부재하다”고 지적했다.

민병기기자 mingming@munhwa.com


기사 게재 일자 2009-07-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