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태영교장,점심 마음이 무겁다.

2009. 7. 17. 09:00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한겨레 홍용덕 기자 이경미 기자 
» 2009년 7월15일. 경기도 교육청 초등생 무상급식 기획 관련/경기도 고양시 지축초등학교 교실 급식 모습. 고양/이종찬 선임기자 rhee@hani.co.kr
‘예산삭감에 기대만큼 실망 큰’ 경기도 학교들

경기 화성시 마도면 청원리 청원초등학교는 이른바 ‘농촌학교’다. 이 학교 봉태영(60) 교장은 아이들 점심만 떠올리면 늘 마음이 무겁다. 자체 조리시설이 없어 “아이들에게 식은 밥 먹이는 게 미안”하기 때문이다. 지난 15일 찾은 이 학교 점심시간, 인근 학교에서 배달된 밥과 미역국, 김치가 점심으로 나왔으나 이미 많이 식은 상태였다. 급식비는 더 문제라고 봉 교장은 전한다. 현재 전체 학생 120명 가운데 15%인 18명이 급식비를 지원받고 있다. 기초생활수급자 1명, 편부모와 조부모 5명, 세자녀 6명, 저소득층 5명, 부모 장애인 1명이다.

 

도교육청의 농촌지역 급식 지원비 900원(끼니당)을 빼면 나머지 학생 1명이 내야 할 급식비는 월 3만4000원꼴이다. 한 집에 2명이 다니면 월 6만원이 넘는다. 녹록지 않은 농촌 현실이다 보니 매달 15~20명의 미납자가 생긴다. 이아무개 행정실장은 “독촉전화를 3~4번씩 하면 부모와 함께 산다는 아이가 실제로는 조부모와 함께 사는 경우도 많다”며, “급식비 지원 소식에 기대를 많이 했는데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농촌지역 아이 중에도 자가용 탈 만큼 잘사는 아이가 있지 않나요?”라는 물음에 봉 교장은 “농촌 실정도 모른다”며 펄쩍 뛰었다. “대중교통이 부족한 시골에서 자가용은 최소한의 통학수단일 뿐”이라며, “큰 과수원이나 양돈장을 운영하는 부농들은 자녀들을 도시로 유학 보내 시골에 없다”는 게 봉 교장의 설명이다. 병설유치원은 그나마 900원의 급식비 지원도 없다. 봉 교장은 “농촌에 정말 ‘돈’ 될 게 없다”며, “농어촌 지역만큼은 꼭 무상급식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경기도의회 송영주 의원(민주노동당)의 조사 결과를 보면, 300명 이상 도시학교와 비교해 경기도내 섬과 오지, 농어촌, 도시내 300명 이하 소규모 학교 학생들 중 기초수급자 비율은 1.5배, 한부모 가정이 차지하는 비율은 1.3배, 차상위계층 비율은 2.2배가 더 높았다. 끼니를 걱정해야 할 이들에겐 무상급식 무산 소식에 따른 아쉬움은 더 커 보였다.

 

고양시 덕양구 지축초등학교는 전교생이 164명밖에 안 되는 도심 속 조그만 학교다. 이 학교 역시 조리실이 따로 없어 매일 근처 삼송초등학교에서 음식을 ‘배달’해 온다. 이 학교의 급식비는 끼니당 2290원이다. 무료급식 대상은 기초생활수급대상자와 차상위계층 가정의 자녀 59명이다. 나머지 아이들은 도에서 한 끼당 550원씩 지원을 받아도 한달 급식비가 3만4000원에 이른다.

 

고양에서도 낙후된 지역 내 비닐하우스에서 하루 3만원 남짓 일당을 받거나 서울로 출퇴근하는 일용직 노동자가 대부분인 학부모들은 급식비 제출 독촉을 받기 일쑤다. 부모들의 통장 잔고가 수시로 부족하다 보니, 이 학교는 ‘스쿨뱅킹’을 하지 않고 학부모가 직접 행정실로 돈을 가져온다. 연말이면 급식비 미납이 10%나 된다. 이 학교 김정태 교장은 “1년에 3200만원이면 이 학교 전교생 무상급식이 가능하고, 3억원이면 고양시 소규모 학교 학생들이 돈을 내지 않고 밥을 먹을 수 있다”며, “정치논리가 아니라 현장을 한번이라도 보고 판단했으면 이렇게 서운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고양시에는 지축초등학교 같은 소규모 학교가 8곳 있다. 이 학교 학생들에게 지원되는 도교육청의 끼니당 급식 지원금 역시 550원이다. 힘겨운 급식비 전쟁은 2학기에도 재연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