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널리스트,1등 놓치지 않는 ‘터줏대감’들

2009. 7. 18. 19:43분야별 성공 스토리

‘나만의 비밀무기’ 하나씩 다 있어
1등 놓치지 않는 ‘터줏대감’들
피겨스케이팅에서 김연아가 늘 1등만 하는 것은 아니듯이 애널리스트들의 세계에서도 1등을 유지하기란 쉬운 일만은 아니다.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더라도 전망이나 예측이 한 번이라도 틀릴 경우 시장의 반응은 냉정하게 마련이다. 그렇지만 수영 선수 마이클 펠프스처럼 월등한 기량으로 정상의 자리를 남들이 넘보지 못하도록 하는 경우도 있다.

대우증권 백운목 애널리스트(음식료 및 담배업)는 한경비즈니스가 베스트 애널리스트 선정 작업을 시작한 1999년부터 한 번도 1등을 놓치지 않은 ‘터줏대감’이다. 이 놀라운 성적의 비결을 묻자 백 애널리스트는 “많은 분들이 도와줘서”라며 겸손하게 말을 뗐다. 그가 밝히는 1위 비결은 ‘탐방’에 있었다. “주가보다 더 중요한 것이 기업의 펀더멘털(fundamental:기초 경제 여건)이다. 애널리스트 초기엔 매주 10개씩 기업을 계속 탐방했다. 펀드매니저들이 가장 듣고 싶어 하는 것이 현장의 이야기들이다. 현재 기업분석부장을 맡고 있어 업무가 늘었지만 지금도 월 10~15개씩은 탐방을 꼭 간다”고 전했다.

삼성증권 장효선 애널리스트(증권, 보험·기타금융 2관왕)는 삼성증권이 선정 작업에 참여하기 시작한 2006년 하반기부터 6연속 ‘보험·기타금융’ 부문 1위와 2007년 상반기 이후 5연속 증권 부문 1위를 지켜오고 있다. 매번 선정 때마다 나이(34세)보다 어려 보이는 장 애널리스트의 얼굴이 익숙하다.

장 애널리스트는 “금융 부문은 기업 방문의 중요성이 떨어진다. 대신 매크로한 부분의 분위기를 봐야 한다. 증권과 보험의 경우는 은행과 달리 각 회사마다 이슈가 있다. 남들보다 업종이 돌아가는 분위기를 빨리 읽으려고 노력했다”고 비결을 밝혔다.

그렇다면 업종 분위기를 어떻게 빨리 읽을 수 있을까. “논문들도 있고 회사마다 말을 하지 않아도 파악이 가능한 이슈들이 있다. 기업설명회(IR) 외에도 다양한 콘택트 포인트(contact point:접촉 수단)를 가지고 있는 것이 도움이 된다.” 결국 쓸 만한 정보 제공자를 많이 확보하는 관건인데, 말은 쉽지만 제대로 하기는 쉬운 일이 아닌 듯하다.



만년 1등 백운목 ‘발바닥에 땀난 만큼 성과’

2007년 하반기부터 투자 전략 부문 5연속 1위인 하이투자증권 조익재 애널리스트(리서치센터장)는 비결을 3개로 요약했다. “첫째, 경쟁자가 많지 않고 둘째, 주가지수를 맞히기보다 주식시장이 어떤 요인에 의해 움직일 것인가에 중점을 뒀다. 펀드매니저들도 장이 몇 포인트나 갈까보다는 주가 결정 변수에 더 관심이 많다. 셋째, 리포트를 쓸 때 글보다 그림을 많이 그리는 편이다. 변수와 변수 사이의 관계를 잘 설명할 수 있도록 차트를 많이 만드는데 이것이 펀드매니저들에게 어필한 듯하다.”

2006년 상반기 이후 단 한 번만 빼고 여섯 번에 걸쳐 계량분석 부문에서 1위를 지키고 있는 대신증권 조윤남 애널리스트는 “시장을 분석하는 독창적인 툴을 만들려고 노력한 것”을 비결로 꼽았다. 조 애널리스트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 화학공학과를 졸업한 뒤 삼성엔지니어링에서 공장 설계를 한 현업 출신이다.

그렇지만 관련 분야(건설·기계)를 분석하지 않고 전혀 다른 계량분석을 선택했다. 그는 “오히려 전혀 다른 분야를 맡는 것이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요인”이라고 얘기한다. “처음부터 애널리스트를 했다면 회사나 선배가 하던 방식을 그대로 따랐겠지만 전혀 모르는 시장에 와서 나만의 방법을 찾다 보니 시장을 새롭게 해석하는 데 도움이 됐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대우증권 심상범 애널리스트(파생상품)가 2006년 상반기 이후 연속 네 번, 대우증권 고유선 애널리스트(거시경제 및 금리)와 메리츠증권 김미연 애널리스트(제지·교육)가 최근 3연속으로 1위에 올랐다. 특히 ‘제지·교육’ 부문은 김미연 애널리스트 외에 대우증권 유정현 애널리스트, 우리투자증권 윤효진 애널리스트 등 ‘미녀 3인방’이 번갈아 1등을 하며 치열한 경합을 벌이는 분야다.

우종국 기자 xyz@kbizweek.com
입력일시 : 2009년 7월 9일 10시 18분 18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