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굶는 아이' 두배 늘었다

2009. 7. 21. 02:30이슈 뉴스스크랩

'밥 굶는 아이' 두배 늘었다
방학 급식 대상자 3만 2천명…대구시 전체 아동의 7.4% 해당

 

극심한 불경기의 여파로 올 여름방학 때 굶는 아이들이 지난해보다 두 배가량 늘었다. 각 지자체들는 방학 중 밥 굶는 아이들의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수억원의 긴급예산을 편성, 급식지원에 나섰다.

 

◆방학이 싫어요

어머니와 단둘이 사는 은수(11·가명·초교 6년)는 요즘 반 친구들을 만나면 얼굴을 들지 못한다. 지난 4월 목욕 일을 나가던 어머니가 목욕탕에서 미끄러져 다리를 다치면서 방학기간 동안 구청의 무료급식을 신청했기 때문이다. 은수는 "어머니가 병원에 누워 계셔 방학 때는 밥을 챙겨 먹을 수가 없다"며 "어머니 고생을 덜어주기 위해 무료급식을 신청했지만 학교에서 무료급식 대상자를 조사할 때 손들기가 무척 부끄러웠다"고 말했다.

김모(66) 할머니는 손자 민혁(13·가명·중학교 1년)이를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 부모가 이혼하고 지난해부터 시작한 노점상 일 때문에 손자 돌볼 겨를이 없기 때문. 할머니는 "아침 일찍 나가 저녁이 다 돼서야 집에 돌아오는 탓에 민혁이 밥을 제때 차려줄 수가 없어 마음이 많이 아팠다"며 "방학 때 구청에서 밥을 챙겨 준다는 소식에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다"고 했다.

 

경기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방학 때 밥 굶는 아이들이 느는 추세다. 대구시에 따르면 여름방학 동안 아동 급식대상자 수는 2007년 1만3천244명에서 지난해 1만6천810명으로 늘었고 올해는 3만2천598명으로 지난해에 비해 두 배가량 급증했다. 이는 대구시 전체아동(미취학 아동 포함) 43만8천여명 중 7.4%에 해당하는 수치다. 대구시 관계자는 "지난 3월에서 5월까지 각 학교별로 여름방학 동안 무료급식 대상자를 조사한 결과 100명 중 7명꼴로 여름방학때 끼니를 걱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불경기가 계속되면서 무료급식 대상아동들이 많이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아이들 끼니 걱정 막아라

방학을 맞아 각 지자체는 아이들의 배고픔을 막기 위해 긴급예산을 편성해 급식 지원에 나서고 있다. 대구 동구청은 5억5천여만원을 들여 14일부터 다음달 25일까지 학교별 방학기간 중 급식지원이 필요한 저소득계층 아동 4천200여명을 대상으로 하루 세 끼의 급식을 제공한다. 동별로 아이들이 원하는 급식소를 선정해 밥을 굶지 않도록 했다.

달서구청도 같은 기간 15억3천여만원 투입해 7천900여명의 아이들에게 밥을 제공한다. 달서구의 경우 2007년부터 급식 전자카드를 도입해 아이들의 급식 상황은 물론 사후 관리까지 맡고 있다.

 

중구청은 중구 종합사회복지관 2개 곳과 연계해 아이들이 원하는 식단을 마련하고 급식점검반을 운영, '재료에서 식단까지'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다. 서구청은 더운 날씨에 행여 음식이 상하는 것을 막기 위해 배달배식 체계를 없애고 '아동 부식 선호도'조사를 통해 식단을 짜고 있다. 중구청 정연희 여성아동 담당은 "어느 지자체 할 것 없이 아이들이 방학을 맞으면 무료급식 문제로 한바탕 전쟁을 치른다"며 "자칫 수급 대상 아이들이 드러나면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기 때문에 신분부터 여름철 음식상태까지 챙겨야 할 것이 많다"고 말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