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법 한 달 ‘해고대란’은 없었다

2009. 7. 30. 10:13이슈 뉴스스크랩

비정규직법 한 달 ‘해고대란’은 없었다

 정제혁기자 jhjung@kyunghyang.com

 

ㆍ실직자 4839명…노동부 ‘100만 해고설’ 헛말
ㆍ정규직 전환 늘어 “대책없이 위기만 조장” 비판


비정규직 고용기간 2년 제한 조항이 31일로 발효된 지 한 달을 맞는다. 그동안 정부와 여당이 주장한 ‘해고대란’은 발생하지 않았으며 비정규직법 개정 논란도 정부가 개정안을 사실상 철회하면서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정부와 정치권의 비정규직 논의 방향도 고용기간 연장이나 유예와 같은 땜질처방이 아니라 근본적인 대책을 찾는 국면으로 전환되고 있다.

◇해고대란은 없었다 = 노동부는 지난해 말부터 ‘100만 해고설’을 제기하며 비정규직법 개정을 밀어붙였다. 노동부는 비정규직 고용기간 2년 제한 조항이 발효되는 7월 이후 1년 이내에 고용기간 2년을 맞는 비정규직 노동자 108만4000명 대부분이 해고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업이 정규직 전환을 회피하기 위해 고용기간 2년이 되기 전에 해고할 것이라는 논리였다.

막상 고용기간 2년 제한 조항이 발효된 뒤 나타난 현실은 달랐다. 당초 노동부는 월 6만~8만명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해고 위험에 직면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노동부가 지난 1일부터 16일까지 파악한 비정규직 실직자의 수는 1만1104개 사업장 4839명이 전부다. 그나마 1104명은 정부의 영향력 아래 있는 공공부문 비정규직이었다. 기업들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사례도 잇달았다. 한국노총은 지난 1일을 전후로 산하 사업장에서 정규직으로 전환한 비정규직의 비율이 68.4%라는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뢰성 있는 통계치가 없는 상황에서 비정규직 실직 규모를 예단하기는 이르지만 전체적인 상황은 정부가 주장한 ‘해고대란’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 중론이다.

◇노동부, 정책 신뢰도에 치명상 입어 = 100만 해고설이 과장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노동부의 정책 신뢰도는 심각한 손상을 입었다. 노동부가 ‘비정규직법 개정을 위해 해고 위험을 부풀렸다’는 지적이 터져나왔다. 여기에 법 발효 이후 노동부가 보인 행태는 비판적 여론을 더욱 증폭시켰다.

기간연장만을 주장했을 뿐 법이 발효될 경우에 따른 대비책을 준비하지 않은 것이다. ‘해고대란’을 제기했으면서 기본적인 실태 파악도 못했고 법이 작동하고 있음에도 “기간연장만이 유일한 대안”이라며 정규직 전환 지원책 등 보완책 마련에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노동부가 사회적 합의 없이 법 개정을 압박하면서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논의 자체를 왜곡시켰다는 비판도 나온다. 비정규직 해고자의 숫자가 쟁점이 되면서 정작 논의가 필요한 차별시정 문제나 간접고용 문제 등은 시야에서 사라졌다는 것이다.

윤진호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근거 없는 ‘100만 해고대란설’ 때문에 아무런 소득도 없는 논쟁으로 1년을 허비했다”며 “향후 비정규직법 개정 과정에서는 객관적 실태 파악과 사회적 합의정신에 바탕을 두고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제혁기자 jhj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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