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돈 쓰는 중

2009. 7. 31. 08:43이슈 뉴스스크랩

 

 

대한민국은 돈 쓰는 중

 

 

 

가계소득 25% 늘어날 동안 가계빚은 52%나 불어나
'소비왕국' 미(美)는 이제 저축
외신 "해외여행·사교육·차(車)…
한국, 집단적으로 돈 펑펑"

서울에 사는 30대 주부 황모씨는 지난 6년간 남편 월급을 알뜰하게 모았다. 이 돈으로 85㎡짜리 아파트를 사느라 은행에서 빌린 대출금 1억원을 다 갚았다. 황씨는 은행 빚을 갚아 홀가분하다면서도 또다시 빚을 내 부동산에 투자하겠다며 주말마다 서울 근교 토지를 훑고 다닌다.

"부채도 결국 재테크 아닌가요? 은행 빚을 안고 아파트를 샀지만 아파트값이 올라 대출 이자랑 세금 제하고도 5000만원 이득을 냈거든요."

IMF 외환위기 이후 10년간 한국인들은 값싼 금리로 돈을 빌려 자산을 불리고, 자녀 교육에 아낌없이 돈을 쓰면서 점점 '빚의 덫'에 빠져들고 있다.

올 1분기 기준 가계소득은 월평균 347만원으로, 5년 전과 비교하면 25% 늘어났다. 반면 가계 대출은 3월 말 현재 683조7000억원으로, 지난 5년간 51.7%(233조2000억원)나 불어났다. 소득보다 빚이 훨씬 빠르게 늘었다. 그 결과 IMF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만 해도 25.2%에 달하던 가계 저축률(가처분 소득에서 저축액이 차지하는 비율)이 올해 5.1%로 추락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최근 발표한 경제 전망에서 내년에 한국의 가계 저축률은 3.2%로, 미국(6.5%)의 반 토막에 불과할 것으로 예측했다.

세계 최대의 소비 왕국으로 2005년에 분기별 가계 저축률이 마이너스까지 떨어졌던 미국은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가계 저축률이 꾸준히 높아져 2009년 1분기 현재 4.4%에 이른다.

미국의 유력 일간지 워싱턴포스트는 '지갑을 열면서 저축이 비어가고 있다'는 제목의 30일자 기사에서 한국의 저축률 급감 현상을 꼬집었다. 워싱턴포스트는 "한국인들은 사교육과 멋진 차, 어학 캠프와 새 아파트, 해외여행과 디자이너 구두에 집단적으로 돈을 펑펑 써왔다"면서 "그 결과 한국은 산업화된 국가 중에 저축률이 가장 가파르게 줄어 지난 10년 새 가구당 3300달러이던 평균 저축액이 525달러로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과소비 탓도 있지만, 가계 빚 급증의 가장 큰 요인은 부동산이다. 외환위기 이후 집값이 급등하고 저금리가 계속되자 빚을 내서라도 집 장만하려는 사람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우리 경제가 이번 불황을 탈출하려면 국민들이 소비를 해줘야 하는데, 소득보다 빠르게 늘어난 빚 부담 때문에 내수 살리기의 화력(火力)이 약해진 상태다. 게다가 그동안 풀린 유동성(流動性·자금)을 흡수하려고 통화 당국이 금리를 올릴 경우 가계 빚 부담이 가중돼 경기 회복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김현정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 차장은 "가계 대출 부실을 막기 위해 적극적인 일자리 창출과 함께 부동산 가격 안정 등의 정책적 노력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