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외국인 기관장’ 이참 관광公 사장

2009. 8. 2. 00:25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인재등용 글로벌化·‘다문화’ 인식변화 상징

사상 첫 ‘외국인 기관장’ 이참 관광公 사장

박경일기자 parking@munhwa.com


이참(오른쪽) 한국관광공사 사장이 31일 서울 중구 다동 사무실에서 직원들과 대화하고 있다. 심만수기자 panfocus@munhwa.com
한국관광공사 사장으로 임명돼 귀화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공기업 고위직에 오른 기록을 세운 이참(55)씨. 그의 임명은 신선했습니다. 외국 출신의 귀화 한국인에게 700여명이 넘는 직원을 거느린 공기업 조직 수장 자리가 주어진 것은 파격입니다.

관광분야 경험이 없고, 행정 경험도 전무하다는 것을 지적하는 시선도 있지만 인생의 절반은 자신의 고향인 독일에서, 나머지 절반은 한국에서 보낸 그에게 ‘한국관광을 세일즈하는 업무’가 맡겨진 것은 적절 해 보입니다. 사실 이 사장의 임명에 시선이 쏠린 것은 그의 공기업 사장 기용이 우리 사회에서 진행되는 두 가지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인재 기용의 글로벌화 추세’입니다. 공기업이나 공무원 쪽은 그동안 외국인 채용이 거의 전무했습니다. 그나마 민간 기업은 국적과 피부색을 따지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이 사장은 그마저도 ‘그렇지 않다’고 했습니다. 그는 “우리(한국) 기업들은 외국인들에게 극히 폐쇄적이고 배타적”이라고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자신의 경우는 법적으로 귀화 한국인 신분이었음에도 그저 ‘다른 외모’나 ‘정서의 문제’만으로도 ‘왕따’가 되기도 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사정이 이런 정도니 외국 국적을 가진 사람이 한국 기업의 조직에 섞이지 못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는 것입니다.

이 사장의 임명으로 감지되는 두번째 변화는 급격히 진행되고 있는 이른바 ‘다문화 사회’에 대한 인식 변화입니다. 1986년 한국에 귀화한 이 사장은 1957년 귀화제도가 만들어진 이후 325번째 귀화자입니다. 그는 “당시 귀화자들은 대부분 한국에 오래 거주하던 화교들이었고, 서구권의 귀화자는 나를 포함해 20명이 채 안됐다”고 기억했습니다. 그러던 것이 지금은 귀화 한국인만 무려 12만명이 넘고, 한국에 장기체류하는 외국인의 숫자도 100만명을 넘어섰습니다.

“귀화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한국) 사람들은 국제결혼을 이상한 시선으로 봤지요. 1993년에 제가 출연한 TV드라마 ‘딸부잣집’에서 국제결혼을 다룬 것이 드라마 사상 최초였을 정도니까요. 하지만 이제 우리 사회는 국제결혼 정도는 그리 거부감없이 받아들이고 있잖아요.”

이 사장은 이렇게 국제결혼이 늘어나고 다문화사회로 급격히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피부색이 다른 한국인’에게도 똑같은 기회와 책임있는 역할이 주어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자신의 관광공사 사장 임명이 그런 과정의 일환으로 받아들여졌으면 좋겠다고도 했습니다. 이 사장은 “그래서 더 막중한 책임을 느끼고 있다”며 “혁신적인 조직관리와 운영을 통해 관광공사 사장 기용이 상징적인 면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도 ‘옳은 선택’이었음을 증명해 보이고 싶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사장은 인터뷰 내내 ‘우리’라는 말을 자주 썼습니다. 그가 말하는 ‘우리’란 당연히 ‘한국 사람’을 뜻하는 것입니다. 외국인 관광객 유치 전략을 설명하면서 그는 “‘우리 자연’이 참 아름다운데, 정작 ‘우리’는 그것을 잘 모른다”며 “먼저 ‘우리’가 좋아하고, 자주 찾을 여행지를 만들어내면 자연스럽게 외국인 관광객들도 찾게 된다”고 했습니다. 그는 귀화하면서부터 늘 한국사람이 ‘우리’였다고 했지만, 정작 우리 사회는 그동안 마음을 걸고 그를 ‘우리’로 대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박경일기자 parking@munhwa.com


기사 게재 일자 2009-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