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두뇌 개발 프로젝트

2009. 8. 19. 20:35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도전! 두뇌 개발 프로젝트
사례1. 직장인 김모 씨는 틈날 때마다 닌텐도DS를 꺼내 ‘두뇌 트레이닝’ 게임을 한다. 출퇴근 지하철 안이건, 한가한 점심시간이건 가리지 않는다. 처음에는 주위 시선이 의식돼 쑥스러웠지만 요즘 느끼는 불안감에 비하면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 최근 들어 뭔가를 ‘깜빡’하는 일이 부쩍 잦아진 것이다. 꼭 참석해야 하는 업무 미팅을 잊거나 중요한 고객 이름이 떠오르지 않아 곤혹스러운 것은 물론 심지어 집 전화번호가 생각나지 않을 때도 있다.

김 씨는 ‘이제 겨우 30대 후반인데 벌써 뇌기능이 퇴화하는 것 아닌가’라는 걱정에 두뇌 개발에 대한 각종 서적과 인터넷 사이트를 섭렵했다. 이를 통해 뇌의 건강을 유지하고 능력을 증진시킬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알게 됐고 이를 조금씩 실천하려고 노력한다. 먼저 출퇴근 때 타는 지하철 열차 칸과 앉는 자리까지 거의 일정하던 습관을 바꿨다. 매번 타는 칸을 바꾸고 가능하면 출퇴근 코스도 달리해 본다. 휴대전화 문자를 오른 손이 아니라 왼손으로 누르고, 신문에 실리는 낱말 맞추기와 스도쿠 문제도 꼭 풀어본다. 또 틈틈이 닌텐도DS와 인터넷으로 두뇌 트레이닝 게임에 도전한다. 높은 점수가 뇌기능 향상을 뜻하는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왠지 자신감이 생기는 것만은 분명하다.

사례2. 휴가를 맞은 박모 씨는 1주일 동안을 ‘싱크 위크’로 활용할 계획이다. 마이크로소프트를 창업한 빌 게이츠는 1년에 두 번 1주일 동안 외딴 별장에 틀어박혀 단 한 가지 문제에만 ‘몰입’하는 싱크 위크를 갖는다.
 
평소에 풀지 못한 어려운 문제를 집중적으로 고민하는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많은 혁신적 사업들이 이러한 싱크 위크를 통해 탄생했다고 한다. 몰입 상태에 도달하면 인간의 두뇌 능력은 극대화된다. 이 때문에 중학생들이 어려운 미분 문제를 스스로 풀어내는 것도 가능해진다.

정보기술(IT) 업계에 종사하는 박 씨는 미래 트렌드와 관련된 문제를 자신의 ‘화두’로 정했다. 이를 포스트잇에 적어 여기저기 붙여 놓고 하루 종일 자나 깨나 이 문제 하나만 골똘히 생각할 계획이다. 긴장을 풀고 편안한 상태에서 생각에 몰입할 수 있도록 목 받침이 있는 편안한 의자도 마련해 뒀다. 생활 패턴도 저녁 9시 취침, 오전 6시 기상에 맞출 예정이다. 9시에 잠자리에 들어 밤 12시나 새벽 1시쯤 중간에 깨어나는데 ‘몰입 전도사’인 황농문 서울대 교수에 따르면 이때가 바로 아이디어가 샘솟고 문제가 풀리는 마법의 시간이다. 예정대로라면 1주일 후 박 씨는 생각의 힘, 두뇌의 힘이 한층 강해진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인간의 뇌는 항상 경이로운 감탄의 대상이다. 그 놀라운 능력에 비하면 슈퍼컴퓨터는 어린아이의 장난감에 불과하다. 인간의 뇌에는 1000억 개의 뉴런(neuron)이 있고, 이들 뉴런을 서로 연결하는 100조~1000조 개의 시냅스(synapse)가 존재한다. 문제는 이토록 놀라운 뇌의 기능도 언젠가는 퇴화한다는 것이다. 당장 30세가 넘으면 상당수 사람들은 서서히 기억력 감퇴를 경험하게 된다.

최근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두뇌 트레이닝’은 신체를 단련하듯이 두뇌도 운동을 통해 활동을 촉진하고 기능 저하를 막을 수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흥미롭게도 이런 접근법은 등장한 지 얼마 되지 않는 새로운 것이다. 과학자들은 오랫동안 성인의 뇌는 변화할 수 없다고 믿어 왔다. 성인기에 접어들 때 뇌 신경망의 배선은 이미 완성된 상태라고 본 것이다.

현대 뇌과학자들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이런 주장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해 냈다. 놀랍게도 인간의 뇌는 나이와 상관없이 발전을 계속한다. 우리가 매일 내리는 결정에 따라 새로운 시냅스 연결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뇌의 가소성(plasticity)’은 바로 이러한 극적인 발견으로 등장한 개념이다. 요약하면 성인의 뇌도 변화 능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계속 사용하는 시냅스와 경로는 강해지고 사용하지 않는 시냅스와 경로는 약해져 결국 사라진다. 뇌의 기능도 근육처럼 연습하면 강해지고 연습하지 않으면 약해지는 것이다.

꾸준한 운동으로 뇌 기능을 강화하거나 퇴화를 억제하는 것을 가리키는 용어는 다양하다. 미국에서는 ‘두뇌 피트니스(Brain Fitness)’, ‘두뇌 트레이닝(Brain Training)’이라는 말을 주로 쓰고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두뇌 체조, 두뇌 게임 등을 즐길 수 있는 ‘두뇌 체육관(Brain Gym)’도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두뇌 개발 분야를 하나의 산업 차원으로 키워낸 것은 닌테도의 공이다. “당신의 두뇌는 몇 살입니까?”라는 도발적인 질문을 던지며 2005년 탄생한 닌텐도DS의 ‘두뇌 트레이닝’ 게임은 지금까지 세계적으로 1억 개 이상 판매되는 대히트를 기록했다. 닌텐도의 게임은 초등학생 수준의 쉬운 산수 문제를 매일 풀고 글을 소리 내어 읽으면 어른도 뇌기능이 좋아진다는 일본의 세계적인 뇌 과학자 가와시마 류타 도호쿠대 교수의 이론에 기초해 개발된 것이다.

누구나 따라할 수 있는 쉽고 단순한 문제, ‘두뇌 연령’ 측정이라는 흥미 요소는 ‘두뇌 트레이닝’ 게임의 폭발적 인기를 가능하게 했다. 일본에서는 닌텐도의 대성공 이후 곱셈이나 노래 가사 외우기, 종이 접기, 퍼즐을 통한 뇌 개발서 출간이 줄을 이었다. 하지만 게임의 효과에 대해서는 초기부터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우선 ‘두뇌 연령’ 개념은 허구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인간의 뇌는 개인마다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뇌 개발에 대한 관심이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라는 데 이견을 다는 전문가는 거의 없다. 가장 큰 이유는 급격한 인구 고령화다. 미국은 지난 2007년 베이비 붐 세대가 60대에 접어들었다. 노년기를 괴롭히는 가장 큰 질병은 바로 알츠하이머병이다. 건강과 행복에 관심이 많은 베이비 붐 세대는 이제 두뇌 개발, 두뇌 건강에 돈을 쓸 준비가 돼 있다.



장승규 기자 skjang@kbizweek.com

입력일시 : 2009년 8월 13일 9시 27분 27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