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하는 대한민국' 노래방 33,830개 연매출 1조6천억

2009. 8. 23. 21:54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노래하는 대한민국' 노래방 33,830개 연매출 1조6천억
전국민 하구 45만6천여번 노래방 찾아
 
 
 
'노래교실'의 인기도 여전하다. 사진은 올 3월 열린 수성구청의 '해피먼데이' 노래교실.
장소불문, 음치여부 불문. 대한민국 사회의 유흥에 노래는 빠질 수 없다. 심지어 관광버스 안에서도 마찬가지. 웬만한 노래교실 하나쯤은 인근 도서관의 지역주민 프로그램에 들어가 있다. 노인복지회관에는 100%. 입추의 여지없는 인기 프로그램으로 손꼽힌다. 심지어 교도소 내에서도 노래하는 그룹이 있다 하니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만하다.

 

실제 '음주가무를 빼면 모임의 알맹이가 빠진 것'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우리나라의 놀이문화

에는 노래와 춤을 빼놓을 수 없다. 노래방 기계라는 것이 생기기 전에도 대학생들은 잔디밭에서 막걸리를 마시며 노래를 불렀고, 직장인들도 대폿집에서 젓가락 장단에 맞춰 노래를 불렀다.

1970년대에는 통기타로 대표되는 문화가 번지면서 노래에 빠져서는 안 되는 게 통기타였다. 이 때문에 야유회의 인기를 얻는 이는 노래를 잘하는 사람이기도 했지만 반주를 넣어주는 '기타맨'이었다. 기술의 발달로 기타의 역할을 대신한 것이 1990년대 초반 등장한 노래기계. 대구 중앙네거리 인근에 촘촘하게 들어섰던 통기타 교실은 역사의 뒤안길로 조금씩 사라져갔고 마이크와 반주기가 노래의 터줏대감이 됐다.

영화 '와이키키 브러더스'의 수많은 기타맨들의 입지는 좁아졌지만, 1990년대 초반 전국에 등장한 노래방은 '전국민의 가수화'의 1등 공신이 됐다.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것은 언제, 어디서든 노래하는 대한민국.

 

2006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에 있는 노래방의 숫자는 3만3천830개. 유흥주점 등을 뺀 순수 노래방의 숫자다. 연매출액만 1조6천652억여원에 이른다. 낮에 노래방을 이용하면 할인된 금액으로 이용할 수 있고, 이용객이 가장 많이 몰리는 심야시간대 이용금액은 1만5천원 이상. 하지만 노래방 이용금액을 1만원이라고 가정하면 1억6천652만번 노래방에 갔다는 계산이 나온다. 우리 국민들은 하루 45만6천200여번 노래방을 찾으며, 1년에 3번꼴로 노래방을 찾는 셈. 노래방에 혼자 가는 경우가 극히 드물기에 4인 1조라는 계산을 하면 연간 10번. 한 달에 한 번은 노래방을 찾는다는 얘기다. 2009년에도 대한민국은 노래하고 있다. 끝이 없는 노래에 대한 열기. 그와 관련된 이야기만 묶어봤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애창곡

최근 여론조사기관인 한국갤럽이 만 13세 이상 남녀 1천704명을 대상으로 노래방 애창곡 설문조사를 했더니 이은미의 '애인 있어요'를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외에도 노사연의 '만남', 박상철의 '무조건' 등이 뒤를 이었는데 1위인 '애인 있어요'가 1.7%라는 낮은 지지율이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그만큼 좋아하는 노래는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 나머지 곡들도 비슷하다. '만남'(1.4%), '무조건'(1.3%), 장윤정의 '어머나'(1.3%), 김수희의 '남행열차'(1.3%), 이미자의 '동백아가씨'(1.1%)도 높은 지지율을 얻진 못했다. 노래방에 100명이 들어가면 각자 한 곡씩 다 따로 부른다는 계산이다.

그렇다면 그나마 지지율이 높은 노래들의 인기 비결은 뭘까. 윤정인 대구과학대 방송엔터테인먼트과 교수는 전제조건으로 술을 꼽았다. 술을 마신 뒤 쏟아지는 감정의 배출구로 노래방이 최적의 장소라는 것. 윤교수는 "술을 먹고 나면 고음을 지르고 싶어하는 심리가 있어 '무조건'이나 '남행열차'가 사랑받고, 한편으로 감정이입을 목적으로 '애인 있어요'와 '동백 아가씨'가 인기를 얻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특히 젊은층에서도 사랑을 받은 '애인 있어요'의 경우 실용음악을 전공하는 여학생들도 많이 도전하는 곡. 이 곡은 여성의 저음부터 고음까지 음역대가 잘 드러난 곡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이다. 쉽게 부를 수 없는 곡이지만 고음 부분으로 올라가면 카타르시스를 느껴 자기 만족감이 최고조에 다다른다는 것.

 

◆각종 가요제

노래방에서만 노래실력을 뽐내기에는 무대가 좁다. 그래서 넘쳐나는 것이 가요제. 그런데 많아도 너무 많다. 여러 사람이 대중적인 노래를 불러 실력을 겨루는 대회인 가요제는 두 손으로는 꼽을 수 없다. 각 지방자치단체의 축제가 있을 때마다 열리는 게 가요제. 기초자치단체별 축제에 없으면 섭섭한 게 가요제다. 그뿐이랴. 대구만 하더라도 동성로가요제, 대구경북가요제 등 굵직한 2개의 가요제가 있다. 한 지상파가 오랜 기간 열어온 대학가요제와 강변가요제(현재는 열리지 않음)는 가요제의 대명사로 통용될 정도.

난영가요제, 현인가요제, 배호가요제, 남인수가요제, 반야월가요제(현재 중단) 등 가수의 이름을 딴 가요제도 적잖다. 오죽하면 일요일 오전 시간대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 프로그램이 '전국노래자랑'이겠는가.

이렇듯 수많은 가요제가 난립하다 보니 가요제를 돌며 상금을 노리는 '가요제 전문꾼'들도 생기고 있다. 최근 가요제를 치른 주최 측의 한 관계자는 "예선에 참가한 450여팀 중 노래 실력이 상당해 의심(?)스러운 팀은 일부러 예선에서 떨어뜨렸다"며 "심사위원들이 가수협회나 연예협회 등에 소속되지 않은 사람들로 미리 추렸지만 프로의 냄새가 나면 아마추어 가요제의 의미가 손상될 것을 우려해 내린 결정이었다"고 귀띔했다. 이 가요제의 대상 상금은 100만원을 훌쩍 넘는 수준.

 

◆노래 잘하는 사람도 많은 대구

대구 사람들의 노래 실력은 전국에서도 통한다. 특히 곧 있으면 예선이 시작될 대학가요제는 대구와 인연이 깊다. '괜찮아, 잘 될거야. 너에겐 눈부신 미래가 있어…'라는 가사로 우리에게 친숙한 '슈퍼스타'의 주인공 이한철은 1994년 '껍질을 깨고' 라는 노래로 대학가요제에서 대상을 차지했다. 1999년부터 2004년까지 마니아들 사이에서 상당히 알려진 '불독맨션'의 멤버로 활약한 이한철은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출신으로 대구 출신 대학가요제 대상 1호.

대구 출신 대학생들이 대학가요제를 잇따라 석권하기 시작한 것은 2002년부터. 2002년 경북대 의류학과 출신의 안세진이 대상을 수상한 뒤 2005년까지 '대구 천하'를 이뤘다. 2003년에도 경북대 경영학부 출신의 '솔레노이드(이상민, 이창욱)'가 대상을, 2004년 금상을 받은 '허니첵스'의 전덕호(아주대 건축학과), 전진욱(경북대 경영학부)도 모두 대구 출신이다. 2005년에는 '잘 부탁드립니다'로 유명한 5인조 혼성 밴드 Ex(경북대·영남대·대구대 연합)가 배출됐다.

이들 대다수는 여전히 가요계에서 활동하고 있다. 안세진은 'Block', '레이디요요'라는 이름으로 자신만의 음악색깔을 내고 있으며, '허니첵스'는 현재 6인조 '슈퍼키드'라는 그룹으로 활동하고 있다. Ex는 남자 셋, 여자 둘 중 남자 멤버들이 모두 군복무 중이지만 이상미가 여전히 방송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