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값 ‘高高’ …투자수익률 ‘뚝’

땅값 ‘高高’ …투자수익률 ‘뚝’ 헤럴드경제 | 입력 2009.08.31 12:34

안암 149-3번지 일대 등

3.3㎡당 2000만원선

경희대ㆍ외대 주변 등도

원룸쪼개기 80~90%진행

수익성 떨어져 투자 무리

"지금 도시형 생활주택 노리고 땅 알아보는 사람은 막차를 타는 셈입니다. 이미 기획 부동산업자들이 작업해 놓은 것 뒤늦게 잡아봤자 재미를 보긴 어렵습니다."

고려대를 비롯해 경희대, 한국외대 등 서울 시내 5개 대학교 주변이 도시형 생활주택 건립 활성화를 위한 '주차장 완화구역(연면적 200㎡당 1대)' 후보지로 지정되면서 해당 지역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이들 지역은 이미 땅값이 오를대로 올랐고 그동안 여기저기 원룸 쪼개기가 진행돼 도시형 생활주택을 지을 물건 찾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해당 지역의 중개업자들은 주차장 완화구역 호재로 향후 수익률이 높아질 것이란 기대감만으로 투자하기에는 리스크가 만만찮다고 충고한다.

이번에 주차장 완화구역으로 지정된 성북구 안암당 149-3 일대는 고려대 주변으로 면적이 가장 넓다. 5개 완화구역 후보지의 총 면적인 28만8346㎡ 중 절반 가까이 되는 12만190㎡다. 안암역을 중심으로 고려대 문과대, 이공대, 의대 일대에 길게 퍼져 있어 고려대 임대수요 대부분이 반경 안에 들어온다. 이처럼 도시형 생활주택을 짓기 쉽도록 구역을 지정해 주차장 기준이 완화되고, 주변이 풍부한 임대수요를 갖추고 있지만 섣불리 투자하기에는 고려해야 할 사항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우선 땅값이 많이 올랐다. 안암역 주변 부동산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일대는 이미 지난해부터 부동산 투자자들이 원룸 사업을 위한 땅을 사들이면서 이미 '원룸텔' 형태의 건축물들이 많이 들어섰다. 또한 지난해 도시형 생활주택이 발표된 뒤 올 초 부동산 기획업자들이 투자자들을 모아 놓고 사업설명회를 여는 등 투자바람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러면서 3.3㎡당 1500만원 하는 땅값은 2000만원까지 올랐고 이제는 구릉지의 땅도 2000만원을 주고 사기 힘들어졌다.

부동산하나의 이춘화 대표는 "주차장 완화구역으로 최종 지정되고 나면 땅 주인들이 호가를 더 올릴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며 "단순히 고수익만을 바라고 임대사업 하기 전에 오른 땅값 등 철저한 비용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래부동산 여규숙 대표도 "3.3㎡당 1500만원이면 몰라도 지금은 땅값에 건축비를 더하면 3.3㎡당 2300만~2500만원이 족히 된다"며 "3년전 수익률 10%보다 크게 떨어진 6%수준인 지금 주차장 완화만 믿고 투자하기에는 무리다"고 말했다.

원룸이 포화상태에 이른 지역에 얼마나 많은 도시형 생활주택을 지을 수 있을지도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경희대 주변인 동대문구 회기동 60-60(2만5300㎡), 한국외대 및 경희대 주변인 동대문구 이문동 264-235(4만7500㎡)일대는 이미 원룸 쪼개기 사업이 80~90%까지 진행됐다. 경희대, 한국외대 주변 부동산 관계자들은 원룸이 빽빽히 들어서 있는 지역을 주차장 완화구역으로 선정해봤자 얼마나 많은 도시형 생활주택을 공급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일대 대학들 주변에서는 지금도 다가구주택 리모델링 현장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러면서 경희대, 한국외대 주변 역시 땅값이 올랐다. 지난해 3.3㎡당 1500만원 하던 가격이 경희대는 2000만원, 한국외대는 1800만~2000만원까지 뛰었다.

이에 따라 도시형 생활주택의 공급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원룸 형태의 건물이 상대적으로 적게 들어선 지역을 추가로 지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외대 앞 써브공인 차흥업 대표는 "이문동 334-346은 아직 원룸 사업이 많이 진행되지 않아 도시형 생활주택을 보급하기에 적절하다"며 "게다가 경희중고교, 경희대, 한국외대 임대수요를 모두 충족시킬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설명했다.

정태일 기자( killpass@herald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