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에 빌린 달러 다 갚아...

2009. 9. 13. 08:40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시중에 풀려있는 유동성을 거둬들이려는 정부와 한국은행의 발걸음이 한층 빨라지고 있다.

국내 경기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회복되고 있는 상황에서 주택시장은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불안하기 때문이다.


◇ ’미국서 빌린 달러’..거의 다 갚아

13일 기획재정부와 금융당국,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외화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한은의 달러 공급 조치’는 사실상 종료 단계에 들어갔다.

한은은 경쟁입찰방식 외환스와프 거래를 통해 공급한 102억7천만달러를 지난달 9일 모두 회수했다. 외환시장 상황이 개선되고 있어 달러를 계속 공급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한.미 스와프협정을 통해 지난 1월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로부터 수혈받은 163억5천만 달러의 자금도 현재 46억달러만 남기고 모두 갚았다.

FRB 대출자금 잔액은 ▲3월17일 160억달러 ▲5월19일 125억달러 ▲6월9일 100억달러 ▲7월7일 80억달러 ▲8월18일 58억달러 등으로 계속 감소했다. 이런 속도로 가면 미국 FRB로부터 받은 자금은 이달 말쯤 30억달러대로 떨어져 거의 남지 않게 된다.

이에 따라 당분간 외환시장에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으면 내년 2월1일 만기인 한미 스와프 협정은 재연장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한은 관계자는 “미국 FRB는 당사국인 14개국과 협상을 통해 스와프협정 연장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하고 “국제금융상황이 어떻게 될지 단정하기 어려운 만큼 협정 연장여부에 대해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 지급준비율 인상도 검토대상

한은은 금융감독원의 대출규제에도 불구하고 주택담보대출 증가세가 꺾이지 않으면 지급준비율을 올려 은행들의 대출 여력을 축소하는 방안도 검토 대상에 올려놓고 있다.

지급준비율은 은행이 고객의 예금 중 얼마를 한은에 예치해 놓는지를 나타내는 것으로, 비율이 높아질수록 은행의 대출 여력은 줄어든다.

한은이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금융기관에 자금을 공급하는 총액한도대출 규모도 금융위기 이후 6조5천억 원에서 10조 원으로 늘어난 상태이나 올해 연말을 계기로 정상 수준으로 회복될 가능성이 크다.

한은 관계자는 “총액한도대출은 정부의 중소기업 신속 지원 프로그램(패스트트랙)과 맞물려 있어 올 4분기에도 10조원 규모로 유지할 가능성이 높지만 내년 1월부터는 정상 수준으로 되돌릴 가능성이 크다”며 “유동성 팽창이 극심하고 자산시장 과열이 심화하면 지준율 인상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기 이후 한은의 공개시장조작 대상 증권에 포함됐던 은행채와 주택금융공사채는 11월6일부터는 다시 대상에서 제외된다. 한은은 또 환매조건부채권(RP)으로 공급했던 유동성도 채권안정펀드에 투입된 1조8천억 원을 제외하고 모두 회수했다.

◇ 금융위기 비상대책들 사실상 철수

정부는 금융시장 안정과 은행 자본 수혈, 중소기업 지원 등을 위해 내놓은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각종 비상대책들’을 연장 없이 종료할 계획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올해 말까지 시행키로 했던 위기 대책들은 신중을 기하기 위해 추가로 1~2개월 정도 연장할 수는 있으나 대부분 시한이 종료되면 더 이상 시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 유동성 지원 프로그램(패스트트랙)과 신용보증 비율 및 한도 확대, 중소기업 대출 만기 연장 등의 중소기업 지원 조치들도 시한인 연말까지만 유지된다. 신용보증기금은 중소기업 대출 만기 연장 혜택을 올해까지만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술보증기금은 업체당 평균 보증금액을 줄이고 일부 기업에 대해서는 보증을 축소하거나 회수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또 정부가 작년 말 외화 유동성 악화에 시달리던 은행들을 지원하기 위해 내놓은 대외 채무지급보증 조치도 지난 6월 말에서 연말로 시한이 한 차례 연장됐으나 추가 수요가 없어 재연장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현재 대외채무 지급보증 실적도 13억 달러로 저조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대외채무 지급보증을 결정할 당시에는 은행이 3년물 채권을 발행할 때의 추가 금리가 5~7% 수준이었으나 지금은 2~3% 수준에 불과하다”며 “이런 상황이라면 연말로 끝나는 대외채무 지급보증 시한을 연장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 자본학충펀드 이미 개점 휴업

은행에 자본수혈을 목적으로 조성된 자본확충펀드와 금융안정기금도 이미 개점 휴업 상태이다.

금융당국은 은행들을 대상으로 자본확충펀드 추가 신청을 받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20조원 한도의 자본확충펀드가 은행에 수혈한 자금규모는 3조9천억원에 불과하다.

더구나 일부 은행은 자본확충펀드에서 지원받은 자금을 조기 상환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하기까지 했다. 다만, 금융당국은 신종자본증권은 5년내 상환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특별규정을 두지 않는 한 지금 당장 조기 상환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은 또 채권시장 안정을 위해 총 10조 원 규모로 조성키로 했던 채권시장안정펀드도 1차 조성 자금인 5조원이 모두 소진되더라도 2차 자금 조성을 유보할 방침이다.

정부가 부실채권 매입 등을 위해 40조원 한도로 조성한 구조조정기금의 올해 소진액도 목표치인 20조 원을 훨씬 미달할 전망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구조조정기금 계획을 세울 당시에 비해 성장률 전망치가 올라갔고 금융권 연체율도 하락했다”며 “올해 목표치를 다 채우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