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LCD·차(車) 더 강해졌고 철강·조선은 중(中) 도전에 고전

2009. 9. 14. 08:15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반도체·LCD·차(車) 더 강해졌고 철강·조선은 중(中) 도전에 고전

 

입력 : 2009.09.14 03:00

반도체·LCD·車 더 강해졌고철강·조선은 中 도전에 고전
'리먼 사태' 1년… 한국 5개 대표업종의 명암

작년 9월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년간 우리나라 기업들은 반도체, LCD(액정표시장치), 자동차 업종에서 더 강해졌다. 반면 조선(造船)과 철강에선 중국의 급부상으로 우리나라 기업들이 약간 밀렸다. 현재로선 한국을 대표하는 5대 업종 가운데 3개는 선방하고 2개는 고전한 셈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는 지난 1년 세계 경제의 지형을 바꿔놓았다.

13일 본지가 글로벌 금융 위기 1년을 맞아 대우증권과 신영증권에 의뢰해 분석한 결과 무한 생존경쟁 속에 탈락한 약자(弱者)의 시장까지 승자(勝者)가 독점하며 더욱 강해지는 '승자독식(勝者獨食)' 현상이 일어났으며, 이것이 두드러진 분야는 반도체 업종인 것으로 나타났다. 메모리반도체 분야 1위 삼성전자의 시장점유율은 금융위기 전인 작년 8월 말 28.9%에서 지난달 말 현재 34.4%로 5.5%포인트나 늘어났다. 지난 2분기에 2조5000억원 영업흑자를 낸 데 이어 3분기엔 전분기보다 이익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기간 2위 업체 하이닉스의 점유율도 19.3%에서 23.1%로 늘어났다. 살아남은 업체들도 희비가 엇갈렸다. 1위 삼성전자 주가는 10일 현재 금융위기 전보다 45% 이상 오른 반면, 3위 엘피다(일본) 주가는 39% 하락했다.

자동차업종은 GM 등 상위권 미국 회사들이 무너지고 일본 자동차 업체들이 엔고(円高) 현상으로 수출 타격을 받아 고전하는 가운데 현대·기아차가 점유율을 대폭 올리며 자동차 산업의 중심권으로 부상하기 시작했다. 금융위기 이전 5.3%(현대·기아차 합산) 수준이었던 현대차 그룹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지난달 말엔 8%로 약 2.7%포인트 높아졌다. 같은 기간 도요타의 점유율은 17.8%에서 16.9%로 하락했고 세계 1위 GM은 24.6%에서 19.5%로 추락했다.

LCD도 한국 업체들이 승자로 부상하며 입지가 튼튼해지고 있다. 이 부문 세계1,2위인 삼성전자·LG디스플레이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작년 8월 말 46%에서 1년 사이에 53.6%로 7.6%포인트 늘었다. 성장산업인 LCD 시장의 절반 이상을 한국산이 차지한 셈이다. 김창동 LG디스플레이 홍보과장은 "최근 LCD 수요 급증으로 24시간 공장을 돌리며 월 1100만대씩 만들고 있지만 공급이 달린다"고 말했다. 반면 대만업체들은 세계 점유율이 35.2%에서 31.6%로 3.6%포인트 감소했다.

조선·철강 부문은 중국의 도전이 위협적이다. 특히 그동안 세계 시장 점유율 상위를 독점하고 있던 한국 조선은 금융위기를 거치며 입지가 불안해졌다.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중국이 낮은 가격을 앞세워 글로벌 신규 발주량의 54.3%를 수주한 반면 한국은 31.5%를 수주하는데 그쳤다.

지난 7월에는 중소형 선박을 위주로 전체 수주의 70%를 중국이 가져갔고, 지난달 말에도 상하이조선·다롄조선 등이 한국 조선사들을 제치고 이란 국영 해운사가 발주한 선박을 싹쓸이했다. 중국정부는 '國需國造(우리가 필요한 배는 우리가 만든다)'의 기치 아래 조선업을 성장동력으로 밀고 있다.

반면,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대형사들은 연초에 세웠던 수주목표의 10분의 1도 달성하지 못했다. 리먼 사태 직전과 비교한 주가도 대우조선해양(-35.7%)·현대중공업(-22%)·삼성중공업(-3.6%)이 모두 떨어졌다. 조용준 신영증권 상무는 "전체적으로 선박 수요가 저조한 가운데 저가의 화물선 위주로 발주가 이뤄지다 보니 중국이 유리한 거라고 말하지만, 가볍게 넘겨선 안 될 것"이라며 "해양 플랜트 등 고부가가치 산업에서 비교 우위를 더 벌려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전 세계 조강(쇳물) 생산량 1위(2008년 점유율 38%)인 중국은 올해에도 생산을 늘리면서 세계 생산량의 절반 정도를 담당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은 바오스틸 같은 기업은 2007년 세계 6위에서 지난해 3위로 올라섰고, 올해 2위로 뛰어오를 전망이다. 이에 비해 포스코는 2007년 철강업계 5위에서 지난해 6위로 내려앉았다.

철강 생산량에서 중국의 10분의 1 수준인 우리나라는 그나마 포스코 같은 선도업체들 덕분에 고급 제품을 위주로 중국에 수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중국업체들의 품질 또한 빠르게 개선되고 있어 국내 철강업체들이 더 힘들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