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 중국에 길을 묻다

2009. 9. 15. 09:10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세계경제, 중국에 길을 묻다

2009년 다보스하계포럼 폐막 … 중국 역할론에서 주도론으로
2009-09-14 오후 12:27:30 게재

12일 폐막한 하계 다보스포럼은 금융위기 이후 변모한 중국의 위상을 새삼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중국 다렌에서 열린 이번 포럼 기간 내내 세계의 눈과 귀는 중국 정재계 지도자들에게 향했다. 원자바오 총리가 개막식 기조연설에서 밝힌 △하반기 재정지출 계획 △출구전략에 대한 입장 △위안화 기축통화에 대한 태도 등은 전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중국의 향후 행보가 세계경제를 좌우할 만큼 영향력을 갖추게 된 것이다.

◆중국에 쏠린 세계의 눈과 귀 = 포럼 개막일인 10일 원자바오 총리는 개막연설을 통해 경기부양책이 효과를 보이면서 중국경제가 안정적인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연설에서 모두 4조 위안이 투입되는 중국의 경기부양대책인 ‘일람자계획(일괄계획)’의 개요와 성과를 자세히 소개하고 “우리가 국제금융위기에 대응해 취한 거시경제정책과 ‘일람자계획’은 중국의 현실에 부합하는 것으로 시의적절하고 유력하고 유효하다”고 말했다.
원 총리는 이어서 “중국경제의 회복 추세는 아직 불안정하고 세계경제 전망에는 아직 불확적정인 요소가 많다”며 “우리는 이처럼 부적당한 조건 아래서는 정책의 방향을 바꿀 수도 없고 바꾸지도 못한다”고 밝혔다.
12일 다보스포럼 클라우스 슈왑 회장 진행으로 원 총리가 각국 기업가들과 진행한 좌담회에도 관심이 집중됐다.
원 총리는 “올해 초 설정한 경제적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겠냐”는 질문에 일자리 증가, 경제성장의 질과 효율 제고, 에너지절약과 오염배출 감소, 민생 개선 등 다양한 분야의 지표와 통계를 제시하면서 “올해뿐만 아니라 내년, 내후년의 안정적이면서도 빠른 경제성장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고 말했다.
원 총리의 연설과 발언은 중국 국내외에 중국 정부의 정책일관성 유지에 대한 믿음을 가져다 준 것으로 평가된다.

◆듣는 역할에서 말하는 자로 변신 = 포럼의 관심이 원 총리에게만 쏠린 것은 아니다. 이번 포럼에는 중국과 관련된 논의의 장이 많았다고 신화통신이 11일 전했다. ‘중국금융서비스업의 미래’, ‘중국 국내경제성장의 전 세계적 영향’, ‘중국, 일본, 한국: 세계의 권력균형을 함께 바꾸다’ 등이 그것이다. 이 밖에 ‘생각창조연구실의 중국대학: 위기 후의 중국’, ‘중화문명: 변혁의 역사’ 등 경제 외의 이슈도 포럼에서 다뤘다.
자연스레 기업인 등 중국 참가자들에 대한 관심도 제고됐다.
다렌 이다그룹 회장 쑨인환은 “2007년 첫 번째 하계 다보스포럼에 참석할 때는 불안하고 경외하는 마음으로 세계 정상급 인사들의 경험과 관점을 경청했다”며 “하지만 이번 포럼에서는 태연하고 자연스럽게 세계 금융위기를 극복한 경험을 말했다”고 밝혔다. 쑨 회장은 “변한 것은 내 기업이 아니라 국가의 실력”이라고 말했다.
세계 성장형 기업으로 선정돼 제1회 하계 다보스포럼에 참석한 중국기업은 20개에 불과했지만 2년 만인 올해는 58개로 늘어났다. ‘애국자’라는 브랜드를 생산하는 화치그룹의 펑쥔 총재는 이번 포럼이 신중국 성립 60주년 기념일 직전에 열렸음을 지적하며 “중화민족은 60년 만에 경제, 사상적으로 전 세계와 평등한 대화와 협력을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과 세계가 평등하게 앉아서 인류공동 직면한 문제를 사고하고 세계발전의 미래를 토론하고 있다. 1949년에도, 1979년에도 못했던 일을 2009년에 마침내 이뤘다”고 말했다.
개혁개방 후 줄곧 듣는 자의 입장에 있던 중국이 말하는 자의 입장에 서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한 징조는 이미 지난 7월 하순 열린 중미 전략경제대화에서 보였다. 불과 1~2년 전만해도 양국 간 회담에서 수세적, 방어적 입장을 취했던 중국은 ‘달러 위상 불안, 미국 재정적자’ 등을 거론하며 미국을 압박하고 나섰다.

◆‘사상강국’으로 부상도 모색 = 중국 신화통신은 나아가 이번 포럼을 계기로 중국이 “‘사상강국’의 행렬로 나아가고 있다”고 전했다. 신화통신은 11일 “중국의 성장방식과 중국식 사고방식이 세계에 의해 갈수록 중시되고 있다”며 “다보스포럼은 중국이 국제사회 사상계에 참여하고 녹아드는 좋은 무대”라고 보도했다.
고도성장을 거듭하며 대공황 이후 최악인 세계 경제위기마저 선도적으로 탈출하고 있다는 사실이 경제뿐만 아니라 사상과 세계관의 영역에서도 선진국이 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지난 3월 세계 수준의 싱크탱크를 목표로 중국국제경제교류중심(CCIEE)을 출범시킨 데 이어 7월 초에는 세계싱크탱크정상회의를 개최한 바 있다.
경제력이라는 하드파워를 바탕으로 소프트파워까지 갖추려는 중국의 시도가 어느 정도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기수 기자 이정애 리포터 LJA364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