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만 내세우다가는 명품들도 ‘쪽박’

2009. 9. 19. 07:03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이름만 내세우다가는 명품들도 ‘쪽박’

 박지희기자 violet@kyunghyang.com
패션·뷰티 브랜드들 엇갈린 명암
ㆍ철저한 시장분석이 ‘대박’ 지름길

해외에서 내로라하는 패션·뷰티 브랜드들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해외에서 잘 나가는 브랜드가 국내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하기도 하고, 반대로 해외에서 큰 반응을 얻지 못한 브랜드가 국내에 들어와 큰 인기몰이를 하기도 한다. 철저한 시장 조사를 바탕으로 한 브랜드 전개가 관건이라는 분석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2002년부터 수입되기 시작한 프랑스 트렌디 캐주얼 브랜드 모르간은 올 여름 시즌을 끝으로 국내 시장에서 철수했다. 모르간은 50여개국에 700여곳의 매장을 갖고 있는 브랜드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의 부인인 카를라 브루니 여사가 결혼전 모델로 활동하기도 했다. 모르간은 패션기업 인디에프를 통해 국내에 들어와 초기에는 반짝했으나, 중저가 캐주얼 브랜드들과의 차별성을 부각시키지 못한 데다 프랑스 본사 사정이 악화되면서 철수를 결정했다.

정반대로 국내 시장에서 크게 성공해 국내 기업이 아예 해외 본사를 인수한 사례들도 있다. LG패션은 유럽 아웃도어 시장의 매출 1위인 ‘라푸마’의 국내 상표권을 지난달 인수했다. 라푸마는 국내에 유통되던 2005년부터 기능성과 비주얼까지 중시하는 국내 소비자의 기호에 맞는 제품을 내놓으면서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프랑스 패션 브랜드 ‘루이까또즈’나 독일 ‘MCM’, 미국 ‘휠라’ 등도 마찬가지다.

루이까또즈는 2006년 라이선스를 갖고 있던 태진인터내셔날이 인수한 뒤 연평균 매출액이 30%씩 성장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프랑스의 가을·겨울 시즌 파리컬렉션에 역진출하기도 했다. 고풍스러운 프랑스 귀족 문화에서 탄생한 브랜드임을 강조하면서도 급변하는 국내 트렌드에 맞춰 디자인 개발을 활발하게 진행한 덕으로 회사 측은 보고 있다.

스페인의 SPA(기획·생산·유통 전 과정을 직접 운영하는 브랜드) 업체 ‘망고’는 한국 시장 공략 삼수생이다. 93개국에서 1200개 매장을 운영하며 연 매출이 4조원에 달하는 거대 브랜드이지만, 한국에서는 두 차례나 실패를 맛봤다. 백화점 위주의 작은 매장으로 운영하다보니 SPA 브랜드의 특색을 살리지 못했고, 한국 소비자의 취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던 것이다. 망고는 최근 제일모직과 손을 잡고 명동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국내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330㎡ 이상의 대형 매장 5~6곳을 추가로 연다는 계획이다.

일본 아웃도어 시장점유율 1위인 몽벨도 한국에서 굴욕을 당했던 브랜드다. 유통망이 부실하고 패션성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몽벨은 지난해 LS네트웍스에 인수된 뒤 브랜드 재도약을 위해 전국적 매장 오픈 등 다양한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

루이까또즈의 김유진 마케팅부문장은 “한국 소비 시장이 양적·질적으로 꾸준히 커지면서 수많은 해외 브랜드들의 테스트 겸 메인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브랜드의 정체성을 지켜나가면서 한국 소비자의 취향 파악은 물론 한국 특유의 유통 채널까지 함께 이해하는 시장 분석이 이뤄져야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희기자 violet@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