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족, 소비시장 흔든다

싱글족, 소비시장 흔든다 기사입력 2009-10-06 10:12:46

급증하는 1인 가구 수요 겨냥 쏘나타 디자인 ‘쿠페’ 스타일로 소형 아파트 청약 열기 후끈 주류-양념도 미니포장 인기   ‘쏘나타가 이렇게 바뀔 수 있나?’ 지난달 17일 처음 공개된 신형 쏘나타를 본 자동차업계 관계자들은 몰라보게 바뀐 쏘나타의 외관 디자인에 놀랐다. ‘국민차’ 쏘나타가 과거 5세대까지 고수한 4인 가족 기준의 ‘패밀리 세단’ 디자인에서 ‘쿠페’ 스타일로 변신해 흡사 스포츠카를 연상시켰기 때문이다.   쿠페는 보통 문짝이 두 개로 뒷좌석 공간을 줄이거나 없애고, 지붕을 낮춰 날렵한 느낌을 주는 차다. 기존 패밀리 세단보다 디자인은 세련됐지만 뒷좌석 공간이 협소해 여러 명이 타기에는 불편할 수밖에 없다.   파격적인 변신을 걱정하는 시선도 많았지만 신형 쏘나타는 예약판매만 5만5000여 대에 이를 정도로 신차 시장에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한국의 베스트셀링 카로 손꼽히는 쏘나타의 변신에 대해 자동차 업계는 “과거 국내 시장에서 푸대접을 받아온 쿠페가 최근 1인 가구 급증으로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했다.   최근 혼인율 감소와 이혼율 증가로 싱글족(族)이 급격히 늘면서 차에 여러 명을 태울 필요성이 점차 줄고 있어서다. 쿠페 차량을 한 번도 내놓은 적이 없던 기아자동차가 최근 ‘포르테 쿱’으로 2도어식 정통 쿠페를 선보인 것도 이처럼 바뀐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   소비시장에서 1인 가구가 미치는 영향력은 단지 자동차 디자인에만 머물지 않는다. 주택부터 식음료 마케팅까지 상품시장의 소비 트렌드에 광범위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최근 통계청에 따르면 1인 가구는 1995년 164만 가구에서 지난해 334만 가구로 13년 새 2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이 같은 추세라면 2030년경에는 1인 가구가 전체 가구의 23.7%, 471만 가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주택시장에서도 소형 아파트에 대한 청약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다. 올해 7월 청약 접수를 마친 서울 은평뉴타운 2지구의 경우 전용면적 85m² 이하는 1순위로 마감됐지만 85m² 초과는 5개 단지에서 미달됐다. 특히 대형 평형인 167m²는 3순위까지 가서야 겨우 마감됐다. 시세차익을 기대하고 큰 평형에 집중적으로 몰리던 과거 주택시장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이 때문에 일부 대형 건설업체는 ‘미니 아파트’로 불리는 1인용 아파트 사업에 속속 나서고 있다. 롯데건설은 기존 ‘롯데 캐슬’과 별도로 미니아파트 브랜드인 ‘캐슬 루미니’를 만들어 다음 달 모델하우스를 공개할 예정이다. 캐슬 루미니의 평균 면적은 일반 원룸과 비슷한 30m²(약 9평)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건설과 GS건설, 삼성건설 등도 미니 아파트 사업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도 1인 가구를 위한 주택정책이 시급하다는 인식에 따라 지난해 9월 발표한 ‘국민주거 안정을 위한 도심공급 활성화 및 보금자리주택 건설방안’에서 “1인 가구의 주택수요를 흡수하기 위해 오피스텔 규제를 완화(바닥 난방 허용)하고, 기숙형 및 소형 원룸 등 다양한 주택 유형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식음료 회사들의 소량화 판매방식도 싱글족 증가에 힘입어 늘어나는 추세다. 올해 8월 주류회사인 보해양조는 복분자주와 매취순 미니를 내놨다. 기존(375mL)의 절반가량인 187mL로 한 사람이 한번에 마실 수 있도록 소량화한 것이다.   하이트와 참이슬, 처음처럼 등 맥주와 소주도 소용량 주류 제품이 이미 출시돼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 밖에 캔으로만 팔리던 스팸이 분량을 줄여 ‘슬림 팩’으로 나오고, 각종 1회용 양념류가 늘어나는 것도 싱글족 증가를 반영하는 것이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