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모는 부·권력·성공에 어떤 영향 미쳤나

2009. 10. 31. 09:45베스트셀러 책 신간

미모는 부·권력·성공에 어떤 영향 미쳤나
미모의 역사
아서 마윅 지음

 

‘최고의 섹시심벌’로 불려진 미국의 여배우 마릴린 먼로. 수많은 스캔들을 뒤로하고 36세의 나이에 약물과다 복용으로 사망했다.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외모에 사로잡혀 있다는 사실은 부인하지 않을 수 없다. 자연적인 아름다움을 타고난 사람들은 특별한 관심을 받고, 때로는 숭배와 증오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또한 잘생긴 사람들이 누리는 불공평한 이익과 못생긴 사람에게 주어지는 지독한 불이익을 두고 불평이 끊이지 않는다. 이처럼 역사 이래 미모(아름다움·Beauty)에 대한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영국 역사학자 아서 마윅(1936∼2006)은 ‘미모의 역사’에서 서구 세계에서 미모의 기준과 의미가 어떻게 변했는지, 또 어떤 점에서 변하지 않았는지 살폈다.

저자는 먼저 “시대에 따라 아름다움의 기준은 다르다”는 일반 상식과 달리 서구 세계에서 미의 기준이 ‘비교적 일정’했고 ‘비교적 보편적’이었다는 주장을 펼친다.

물론, 마른 체형이 예쁜 몸매로 각광받는 요즘과는 달리 통통한 몸이나 긴 목을 높이 평가하는 시절이 있었고 현재도 일부 국가에서는 그러한 시각이 존재하지만 그것은 ‘아름다움’의 관점이 아닌 ‘부와 지위의 상징’으로 찬양하는 것이라면서 논외로 친다.

그때그때 달라졌던 스타일의 유행도 역시 논의에서 제외했다. 저자는 “시시각각 변하는 유행은 덜 아름다운 부분을 더 아름답게 보이게 하려는 방식일 뿐 ‘유전자에 의해 결정된 미모’에 속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이렇게 일정하고 보편적인 아름다움을 설명하는 저자는 다른 한편으로는 사람들의 삶이 미모의 영향을 받아온 역사적 사례를 들추어가며 아름다움의 의미와 관점에 대해 분석한다.

플라톤과 아우구스티스 등 철학자들이 바라본 인간의 아름다움에서 출발하여 왕과 그들의 아름다운 정부, 미모를 통해 성을 파는 고급 매춘부, 세기의 미남과 미녀 배우들, 위대한 정치가 등 외모가 성공과 실패에, 부와 사회적 출세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추적했다.

이 중 저자가 주목한 것은 영상매체의 발달에 따라 외모가 점점 성적 거래에서 벗어나 독립적인 ‘신체적 재능’으로 여겨지게 됐다는 점이다. 옛날에는 미인들이 성관계를 담보로 권력을 얻었다면, 현대에서는 아름다운 여배우들이 영화나 광고를 찍어 권력자에 대한 성적 제공 없이도 막대한 부를 누릴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이렇듯 다소 상반된 논리를 펴면서도 저자는 “미모는 하나의 재능”이라는 불편한 진실을 한결같이 주장한다.

“아름다운 몸은 언제나 사람들을 매료시켰다. 현대에 와서는 이런 매력이 더욱 숨김없이 드러나고 있다. 불리한 조건을 가진 사람들, 아름답지 못한 사람들은 여전히 피해를 입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이러한 사실에 대해 ‘육체적 파시즘’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파시즘이라는 단어는 오용되기 쉽고 진실은 직시하기 어렵다. 진실을 직시해야 한다는 것이 나의 신념이다.” 라고 과감히 목소리를 높인다.

자칫, 편향된 사고라며 공격당할 위험이 있고 정치적으로 공정하지 못한 발언일 수도 있으나 솔직하고 현실적이라는 점에서 매우 흥미로운 주장이다. 원제 ‘A History of Human Beauty’. 〈말·글 빛냄〉

/김대성기자 big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