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바크의 ‘갈매기의 꿈’

2009. 10. 17. 22:43C.E.O 경영 자료

날개는 ‘일상’이 아닌 ‘꿈’ 위해 써라
차이의 성공학 ④
이 주의 명작
리처드 바크의 ‘갈매기의 꿈’

거창고등학교 강당에는 다음과 같은 ‘직업 선택의 십계’라는 글이 새겨져 있다.

1. 월급이 적은 쪽을 택하라. 2. 내가 원하는 곳이 아니라 나를 필요로 하는 곳으로 가라. 3. 승진의 기회가 거의 없는 곳을 택하라. 4. 모든 조건이 갖추어진 곳을 피하고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황무지를 택하라. 5. 앞을 다투어 모여드는 곳을 절대 가지 말라. 6. 장래성이 전혀 없다고 생각되는 곳으로 가라. 7. 사회적 존경 같은 것을 바라볼 수 없는 곳으로 가라. 8. 한가운데가 아니라 가장자리로 가라. 9. 부모나 아내나 약혼자가 결사반대하는 곳이면 틀림없다. 10. 왕관이 아니라 단두대가 기다리는 곳으로 가라.

직업 선택의 십계명을 보면 고교 시절 읽었던 리처드 바크의 ‘갈매기의 꿈’이 생각난다. 이 책은 갈매기를 통해 인간의 도전과 꿈, 자유의지를 배울 수 있는 더없는 텍스트로 꼽힌다.

① 톡·톡·톡= 가장 높이 나는 갈매기가 가장 멀리 본다.

매일 아침 모든 갈매기떼가 부두의 썩은 물고기를 먹기 위해 항구 쪽으로 몰려들 때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갈매기 조나단 리빙스턴은 무리에서 벗어나 ‘보다 높이, 보다 멀리, 보다 빠르게’ 날기를 연습한다. 대부분의 갈매기는 날아올라 먹이를 구해가지고 되돌아오는 일 이상의 것은 배우려고 하지 않았다.

조나단의 관심은 먹는 데 있는 게 아니라 나는 데 있었다. 조나단은 날개를 틀어 구부리며 천천히 날기를 연습한다. 하루 종일 수백 번씩이나 낮게 나는 연습을 하자 엄마아빠 갈매기가 걱정한다.

② 톡·톡·톡= “네가 펠리컨처럼 낮게 날아서 뭘 어쩌겠다는 거지? 왜 새들의 흉내를 내는 거지?”

갈매기는 새처럼 날 수 없다는 엄마아빠 갈매기의 말처럼 대부분의 사람들은 쳇바퀴처럼 반복되는 일상이 지겹지만 감히 일상의 벽을 깨지 못하고 다시 일상인으로 살아간다.

③ 톡·톡·톡= ‘갈매기는 절대로 어둠 속을 날지 않아.’

이 경구는 갈매기의 자유의지를 억압하는 ‘악법’과도 같다. 어둠 속에 갇혀 평화로운 등대와 불빛에 안주하면 갈매기는 더 이상 비상의 날개를 펼 수 없다. 직장인들도 보장된 자리와 아늑한 조직의 울타리에 안주하게 되면 일상의 벽을 깰 도전에 나서지 못한다. 조나단은 달랐다. 엄마아빠의 말에 복종하며 갈매기로서의 한계를 알고 살아갈 것을 다짐했지만 그의 자유의지가 다시 꿈틀댔고 날기 연습에 나섰다.

비법은 오랜 연습의 결과로 얻을 수 있다. 조나단은 날개를 바짝 끌어당기고 짧고 뾰족한 날개 끝만 펼친 채 바다를 향해 곧장 날아 내렸다. 2400m의 높이까지 날아가 시속 380km로 수직으로 비행할 수 있었다. 죽을 듯이 피곤했지만 기쁨에 겨웠다.

④ 톡·톡·톡= “이제 살아가는 의미가 훨씬 많아졌어. 고깃배를 왔다 갔다 하는 지겨운 일 대신에 이 세상을 살아갈 이유가 생긴 거야. 무지에서 벗어날 수 있고 우리 자신이 영리하고 재능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어. 우리는 자유로워질 수 있어. 나는 걸 배울 수도 있고.”

조나단은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 벅차올랐다. 이때 다른 갈매기들이 모여서 회의를 했다. 조나단 때문이었다. 무리를 이탈해 높이 날기에 나선 조나단은 존경의 대상이 아니라 응징의 대상이 되었다. 갈매기 사회의 질서에 순응하지 않고 무리를 이탈해 도전과 모험을 즐긴 조나단에 대한 집단적 질시였다. 회의 결과 조나단은 갈매기 무리의 위엄과 전통을 거역한 죄로 추방당하게 된다.

⑤ 톡·톡·톡= “삶이란 알려지지 않은 것이고 또 알 수도 없는 것이다. 우리는 단지 먹기 위해, 그리고 될 수 있는 한 오래 살아남기 위해 이 세상에 던져진 것이다. 그 이상은 아무것도 필요 없다.”

우두머리 갈매기가 조나단에게 이렇게 훈계한다. 썩은 고기나 먹고 살아가면 그뿐이지 더 멀리, 더 높게 나는 것은 갈매기에게는 무의미하고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짓일 뿐이라는 것이다. 다른 갈매기들처럼 조직에 순응하면서 ‘먹는 재미’로 살아가는 게 갈매기의 운명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조나단은 삶의 의미와 보다 높은 목적을 찾고 추구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책임감 있는 갈매기라고 항변한다.

⑥ 톡·톡·톡= “수천 년 동안 우리는 생선 대가리나 쫓아다니며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삶의 의미를 찾아야 할 때입니다. 배우고 알아내고 자유로워지기 위해서 말입니다. 제게 한 번만 기회를 주십시오.”

갈매기들은 모두 귀를 틀어막고 조나단에게 등을 돌렸다. 다른 갈매기들이 멋지게 나는 장면을 믿으려고 하지 않는 것이 아쉬웠다. 자신의 가능성을 보려고 하지 않았다. 외톨이가 된 조나단은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연습했다. 독학인 셈이다. 신선하고 맛있는 물고기를 잡는 법도 알게 된다. 살아남기 위해 고깃배와 곰팡내 나는 빵을 쫓아다닐 필요가 없었다.

조나단은 나는 법을 알고 있는 두 갈매기를 만난다. 두 갈매기는 조나단처럼 썩은 고기만 먹는 갈매기의 삶에 안주하지 않고 금줄을 뛰쳐나온 조나단과 같은 도전에 충만한 갈매기다. 이들과 조나단은 새로운 세상으로 모험 여행에 나선다. 모험 여행에는 의기투합할 수 있는 동반자가 있으면 더 힘을 얻을 수 있다. 두 갈매기는 새로운 하늘로 인도해 주고 사라지는데 조나단에게 새로운 세상으로 안내한 멘토였던 셈이다. 조나단이 도착한 곳은 ‘고수들의 세상’으로 나는 기술을 가진 갈매기들만 사는 하늘나라다. 깃털 하나 까딱하지 않는 비행술을 가진 새로운 갈매기들이 즐비하고 조나단은 이들과 다시 배움을 시작한다.

⑦ 톡·톡·톡= “삶에는 먹거나 싸우거나 무리에서 권력을 얻는 것보다 더 많은 의미가 있다는 가장 중요한 깨달음을 얻기까지 우리가 얼마나 많은 삶을 살아야 하는지 넌 알기나 하니?”

자유. 이것이야말로 요즘 직장인들의 로망일 것이다. 하지만 자유는 그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자유를 얻기 위해서는 인고의 시간을 견뎌내야 한다.

조나단은 날기의 즐거움조차 모른 채 살아가는 고향의 갈매기들이 안타까웠다. 고향의 갈매기들은 갈매기 무리가 난다는 즐거움에 대해서는 눈을 딱 감아 버린 채, 먹이를 찾고 싸우는 데에만 날개를 사용한다.

조나단은 고향으로 돌아간다. 조나단은 고향에도 배울 수 있는 갈매기들이 한둘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고향으로 돌아온 조나단은 제자들에게 수평 비행부터 가르치기 시작했다. 석 달이 되자 일곱 갈매기가 제자가 되었다. 갈매기들은 점차 조나단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금지된 선’을 넘어와 날기를 배우겠다는 제자들이 늘어났다.

⑧ 톡·톡·톡= “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말야. 어떤 새에게 그 새가 자유롭다고, 그리고 조금만 시간을 들여서 연습하면 그것을 자기 스스로 알 수 있다고 납득시키는 일인 것 같아.”

시대를 앞선 사람은 외롭다. 조나단에게도 더 많은 갈매기들이 더러는 배우고, 더러는 숭배하고 더러는 비웃으려고 몰려들었다. 급기야 악마라고 오해받기에 이른다. 결국 조나단은 제자인 플레처 린드에게 나는 법을 가르치며 사랑하라고 하고 사라진다.

⑨ 톡·톡·톡= “플레처 린드, 네 눈이 네게 말하는 것을 믿지 마라. 그 눈이 보여주는 것 모두가 제약이다. 네 이해심으로 보고 네가 이미 알고 있는 것을 발견해 내면 너는 나는 법을 알게 될 거다.”

⑩ 톡·톡·톡= “한계란 없다!”

이 책은 1970년 출간돼 700만 부가 팔린 세기의 베스트셀러가 된 작품이다. 하지만 출간되기 전에 무려 18군데의 출판사로부터 거절당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거절당한 책들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경우가 많다. 명품 브랜드, 명품 인재는 대부분 거절당하는 고난을 거치는 것일까.

최효찬 소장은 …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비교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경향신문 기자를 거쳐 현재는 연세대 미디어아트연구소 전임연구원으로 강의를 하는 한편 자녀경영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5백년 명문가의 자녀교육’ ‘세계 명문가의 자녀교육’ ‘5백년 명문가, 지속경영의 비밀’ ‘아빠가 들려주는 경제 이야기 49가지’ ‘메모의 기술 2’ ‘한국의 1인 주식회사’ 등의 저서가 있다.

최효찬·자녀경영연구소장 / 문학박사 romai@naver.com
입력일시 : 2009년 10월 14일 15시 2분 2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