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이색직종 인기

2009. 10. 18. 17:46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외국인 국내 거주 100만 시대, 외국인 덕분에 뜨는 이색직종

헤럴드경제 | 입력 2009.10.18 10:04 |

서울 서초구 반포동 서래마을 전봇대에는 영어로 적힌 광고문구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는 국내 거주 프랑스인의 약 60% 이상이 거주하고 있는 지역적인 특성에 따른 것으로 베이비시터부터 가정교사, 주택관리사, 정원사, 가사도우미까지 다양한 직종의 구인ㆍ구직 광고가 붙어 있다.

'국내 거주 외국인 100만' 시대를 맞이하면서 외국인을 겨냥한 이색 직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맞춤형 하우스 시터'에서부터 뷰티 카운셀러, 피커폰 통역원, 바이어 의전 관광, 부동산 중개업 등 외국인을 겨냥한 이색 직종들이 속속 등장하는 모습이다.

▶맞춤형 하우스 시터

= 서래마을, 리틀도쿄 등 특정국가의 외국인들이 밀집한 거주 지역에서는 외국인 가정에 필요한 학습, 육아, 산후조리, 가사 등의 업무를 체계적이고 전문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외국인가정 전문 하우스 시터'들이 맹활약 중이다.

하우스 시터란 우리 말로 설명하면, 의식주 전반의 한국식 가정 생활에 대한 코디네이팅과 해당 실무까지 지원하는 만능형 집사 개념. 현지인 수준의 우수한 외국어 능력은 물론, 그 나라 문화와 정서를 교감할 수 있는 해박한 지식과 교양까지 두루 갖추고 있다. 단순한 '시터' 업무 이상의 전문성을 띠고 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들 하우스 시터의 평균급여는 한 달에 300만원 이상의 비교적 높은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바이어 의전관광 컨설턴트

=비즈니스 목적으로 방한하는 바이어나 VIP들이 증가하면서 이들의 입국부터 의전 및 관광까지 토탈 서비스를 제공하는 '바이어 의전관광 코디네이터'도 신종 직업으로 등장했다. 일반인에게는 생소한 직업이지만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 및 일부 정부 조직에서도 이들 의전관광 코디네이터의 역할은 제4의 협상지대로 불릴 만큼 그 중요성이 강조되는 추세다.

의전관광 컨설턴트의 업무 영역은 바이어의 공항 영접부터 음식, 숙소, 통?번역, 행사진행, 여가시간 활용 등 협상 테이블 밖에서 이뤄지는 모든 제반 상황을 컨설팅하고 진행한다. 동시통역 수준의 통역은 물론 다양한 관광 지식을 보유한 가이드 역할과 국가별 문화나 종교적 차이를 사전에 인지해 개개인에게 맞는 맞춤식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전문성까지 갖춰야 한다.

▶외국인 전담 뷰티 카운셀러=

"이랏샤이마세~" 한류 화장품의 메카인 서울 명동에는 삼삼오오 몰려 화장품 쇼핑에 나선 외국인들이 북적인다. 이들을 위해 전면에 나선 이들이 바로 영어, 일본어, 중국어 구사가 가능한 '외국인 전담 뷰티 카운셀러'. 국적, 인종별, 개인별 피부 타입에 맞춘 제품 추천과 설명, 테스팅은 물론, 고객 취향과 소비습관을 고려한 컨설팅까지 제공하는 전문가들이다. 실제로 화장품 업체 미샤는 직원들 대상으로 언어 학습 외에도 고객 서비스와 컨설팅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때론 여자친구, 부인의 심부름으로 매장을 방문해 쭈뼛대는 남성들의 고민 해결사로 때론 한국 관광지, 공연 정보를 알리는 한류 전도사로 다방면으로 활약하고 있다.

▶피커폰 서비스 통역원

= 카드회사와 통신회사들은 한국에서 신용카드나 휴대전화 개통 시 외국인들이 겪는 어려움을 최소화하고자 앞다퉈 외국인 전용 상담 데스크를 개설하고 2~3개 외국어 구사가 가능한 전담 상담원들을 배치했다. 외국인 전용 상담원은 상담원의 기본 소양인 친절함과 미소 뿐만 아니라 각자 전담한 외국어 구사능력까지 갖춰, 복잡한 가입절차나 의사소통의 어려움을 해소하고 있다.

또 서울시내 주요 백화점에서는 쇼핑 온 외국인 소비자들을 지원해주는 '피커폰 서비스 통역원'이 등장했다. 피커폰 서비스란 영어, 일어?중국어?불어?스페인어?독어?러시아어 등 7개 외국어 구사가 가능한 외부 전문 통역요원을 고용해 전화로 통역해주는 서비스다. 외국인 쇼핑객들의 정확하고 편리한 쇼핑을 위해 백화점 곳곳에 배치된 외국인 전담 안내사원들의 지원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서다. 피커폰 서비스의 통역원은 하루 평균 30~50명의 외국인 쇼핑객을 응대하며, 이용한 쇼핑객들의 만족도도 높다는 평가다.

◆외국인 전문 부동산 중개인

= '일본어 상담 가능'. 거주 일본인만 1000명이 넘는 대표적인 일본인 밀집지역인 동부이촌동 리틀도쿄 일대에는 이와 같은 간판을 내건 부동산 중개소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동네 부동산 아저씨의 푸근함은 기본이고 영어, 일어, 중국어 등의 능숙한 외국어 능력과 해당 언어별 문화까지 익숙한 세련된 톤앤매너를 갖고 있다. 이들 외국인 전문 부동산 중개인들은 단순한 집값이나 시세차익을 넘어 한국 물정에 어두운 외국인들을 배려한 회사, 학교, 마트 등의 최단거리 생활동선을 확보해 외국인들의 초기 정착 시 정보의 허브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무의 성격상 평균연령이 3040으로 확 낮아진 것도 외국인 전문 부동산 중개인들의 특징이다.

지난 10년간 바이어 의전관광을 담당하고 있는 코스모진 정명진 대표는 "단순한 방한 뿐 아니라 거주 목적의 외국인이 급증하면서 이들을 자사 고객으로 확보하기 위한 업계 전반의 노력들이 활발하다"며, "외국인 타깃의 시장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언어와 문화적 상대성, 그리고 서비스 마인드를 두루 겸비한 인재들의 양성도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박도제 기자(pdj24@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