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울리던 욕설… 순식간에 잠잠~

2009. 10. 28. 09:11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법정 울리던 욕설… 순식간에 잠잠~
[경기일보 2009-10-28]

“오늘은 원고의 입증준비가 덜 되어 재판을 마칠 수 없으므로 다음 기일을 지정하겠습니다. 원고는 추가 입증방법을 잘 강구해 다음 기일 전까지 증거신청을 하시기 바랍니다. 다음 기일은….”
“뭐? ××! 당신 판사 맞아? 내 동생이 차용증 받았다잖아, 더이상 무슨 증거가 더 필요해!”

27일 오후 4시 수원지법 110호 대법정. 민사고액 단독사건(대여금)에 대한 제1차 변론기일에서 갑자기 한 남성이 법정에 난입해 재판장에게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

이 남성은 거듭된 재판장의 제지에도 불구, 갖은 욕설을 퍼부으며 소란을 피우다 눈 깜짝할 사이 뛰어나온 청사 경비대원 2명에게 제압당해 법정 밖으로 쫓겨났다. 순간 방청석이 술렁거렸지만 재판장은 평상심을 잃지 않고 법정질서를 흐트린 이 남성에 대한 감치재판을 무리 없이 소화했다.

평소 자주 볼 수 없던 이날 수원지법의 법정 풍경은 다름 아닌 법원이 최근 법정 내에서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는 법정 내 비상상황에 대비, 판사들의 대응능력을 키우기 위해 마련한 모의 시연회.

하태흥 판사 및 법원 경비관리대원들이 직접 상황별 배역을 맡아 실감나는 연기를 선보인 이 자리에는 이재홍 법원장과 이종석 수석부장판사를 비롯한 50여명의 법관 및 직원들이 대거 참석, 최근 늘어나는 법정 난동상황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였다.

특히 흉기소란 등 법정 내 돌발 상황을 접해 본 일이 전무했던 법관들은 상황별로 이어진 구체적 행동 시연에 놀라워 하면서도 각종 상황발생에 따른 행동지침을 익히는 데 매우 유익한 경험이 됐다는 반응이었다.

시연을 마친 뒤 이재홍 법원장은 “법관이 이런 상황을 접하는 일은 매우 드물지만 막상 닥치면 누구나 당황하게 된다”며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이번에 실감나게 시연된 상황별 대응요령을 메뉴얼로 잘 숙지해 적절히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노수정기자 nsjung@kg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