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훈 회장,대통령님께

2009. 10. 30. 14:28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매경춘추] 대통령께

대한민국이 최근 40여 년간 이룩한 성공 사례는 세계가 놀랄 만하다. 정치 민주화, 언론의 자유, 산업화 등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고 원조로 먹고 살던 나라가 오히려 원조를 해주는 나라로 변신한 것도 전 세계에서 유일하다.

이 같은 비약적인 경제 발전은 박정희식 경제개발 전략과 한민족의 근면성 및 기업가 정신이 근간이 되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고 박 대통령 시대 이후에는 변변한 리더십 없이 국민과 기업들이 이루어 놓은 위업이라는 평가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우리나라는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문턱에서 흔들리고 있다. 2007년 2만달러를 돌파한 후 2008년과 2009년 계속 하락하고 2012년에야 2만달러로 회복되리라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전망이 있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경제 문제 외에도 정치의 후진성과 리더십 부족, 남북 관계와 교육 문제, 농어촌 문제, 지역감정 문제, 부패 문제, 인구 문제, 사회질서 문제 등 헤아릴 수 없이 수많은 난제가 있다. 어떤 때에는 우리나라가 마치 시스템 에러 국가가 아닌가 하는 착각에 빠질 때가 있다. 이러한 사회적 자본의 후진성이 선진국으로 가는 길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우리 시대에 가장 중요한 일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각양각색의 답이 나올 것이다. 필자는 경제 살리기와 경제 성장 못지않게 법, 제도, 관행, 의식과 시스템을 새로운 미래에 맞게 개혁하고 혁신하고 정비하는 일이라고 단언한다.

건국 60주년의 진정한 의미는 `제2의 건국` 정신으로 국가의 펀더멘털을 새롭게 구축하는 작업에서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역사는 짧지만, 선진국 대열에 당당히 서 있는 미국 호주 뉴질랜드 싱가포르 등의 예에서 사회적인 시스템의 중요성이 입증되고 있다.

선진국으로 가는 길에는 국가 지도자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국가 지도자가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를 우선시하고 국가의 품격, 문화, 디자인, 매력을 중시하며 백년대계를 위해 사회적 자본을 재구축하는 데 기여한다면 후대에 대한민국을 선진국 반열에 굳건히 세운 지도자로 남을 것이다.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과 `임기 내 완료`라는 조급증을 버리고 항상 경청하고 소통하면서 백년대계를 생각하되 선택과 집중을 통해 국민에게 담대한 비전으로 용기를 주는 지도자가 되기를 기대한다.

[김종훈 한미파슨스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