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1. 2. 09:31ㆍ분야별 성공 스토리
- ▲ 김미경씨는“자기실현의 욕구가 누구보다 충만한 40~50대 한국 여성들의 속마음을 정확히 읽어낸 것이 베스트셀러를 만들어낸 비결”이라고 했다./이준헌 기자 heon@chosun.com
"인생역전 가능"… 40~50대 주부 사로잡아
자기실현 욕구 강한 기혼여성 마음 정확히 읽어
'꿈이 있는 아내는 늙지 않는다'…
지금까지 20만부 넘게 팔려
화려한 성공과 자기 관리, 손해 안 보는 연애와 결혼….전통적으로 출판계에서 자기계발 분야의 '큰손'은 20~30대 여성이었다. 그런 면에서 김미경씨의 《꿈이 있는 아내는 늙지 않는다》(2007)의 성공은 이례적이다. 기혼 전업주부들에게 '꿈을 가지고 도전하면 인생 대역전도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이 책은 지금까지 20만 부가 넘게 팔렸다. 여성의 가족 경영을 다룬 후속작 《가족이 힘을 합하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2009)도 출간 6개월 만에 6만부를 넘겼다.
"제가 없던 시장을 만들어낸 게 아니라 준비돼 있는 시장을 읽은 거죠. 지금 40~50대 여성들은 우리 어머니 세대와는 달리 학력도 높고, 자기실현에 대한 욕구도 살아 있어요. '스타킹 하나 못 사 신는데 무슨 책이야'했던 여성들이 서로 입소문을 내면서 책을 사본 겁니다."
저자 김미경(46)씨는 기업과 각종 단체 강의로 1년에 수억원을 벌어들이는 특급 강사다. 10년 넘게 이 분야의 1위 자리를 지킨 것도 시장을 읽는 능력 때문이었다. 그가 강사를 시작한 1990년대 초반은 우리 사회 각 분야에 고학력 여성들이 진출하던 초창기였다. 김씨는 여성 신입사원들에게는 '어떻게 하면 임원까지 갈 수 있나', 남성 임원들에게는 '어떻게 하면 여성 직원을 잘 다룰 수 있나'를 강의했다. 그런 그를 '아줌마 시장'으로 끌어낸 것은 2005년 TV 강의였다.
"40~50대 여성들은 이제 막 배우기 시작하는 어린이들 같았어요. 울고 웃고 피드백이 대단했죠. 집안에 있는 여성들이 자기 삶에 대한 갈증이 크구나 싶었습니다."
그러나 책은 강의와 또 달랐다. 한두 시간 말하기는 자신 있었지만, 300여 쪽 분량의 글로 40~50대 여성들을 붙들어 놓는 일은 쉽지 않았다. 이들에게 '현실에 안주하지 말라'는 마법을 걸기 위해서는 쉴 새 없이 마음을 흔들어 놓는 사례가 필요했다. 하루 4시간만 자면서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수집'하는 생활이 시작됐다. 강의 후 "내 기막힌 사연 좀 들어달라"는 여성들을 모아 수십만원씩 밥값을 내는 일도 많았다. 그러나 그의 책에 가장 힘을 실어 준 것은 바로 자신의 인생이었다.
"연세대 음대에서 작곡을 공부했어요. 한 달에 25만원 받고 광고회사에서 CM 송을 만들다 그만뒀죠. 결혼 후 집에 피아노 한 대 들여놓고 시작한 학원이 1년 만에 원생이 200명으로 불었고, 한 달에 1000만원씩 벌었죠. 그런데 문득 재미가 없어졌어요. 스물 아홉에 음악학원장을 대상으로 하는 강의를 듣다가 '내가 하면 100배는 잘하겠다' 싶어 그 길로 뛰어들었죠."
그러나 무명강사를 불러주는 곳은 없었다. 자기소개서를 보내는 데만 우표값 100만원이 들었다. 그러다 대우자동차 여직원에게 '프로답게 일하는 법'을 강의할 기회를 잡으면서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외환위기 때는 월 80시간이었던 강의 시간이 2시간으로 급감했지만 《나는 IMF가 좋다》(1998) 책과 '불황 속 자기생존법' 강의로 재기에 성공했다. 그 후 여성리더십·마케팅 연구기관과 기업 임원 대상 강의 콘텐츠 개발 업체를 열었다.
김씨는 책을 입으로 쓴다. 그가 강의하듯 말을 하면, 옆에서 직원이 컴퓨터로 받아치는 식이다. 그가 입으로 쓸 다음 책은 '말 잘하는 법'이다. 초등학교 반장 선거부터 직장 내 프레젠테이션까지 우리 사회에 이제 '말 잘해야 하는 상황'이 너무 많아진 것이다.
"말도 잘하는 사람이 따로 있어요. 얼마 전부터 내 스피치의 특성을 스스로 관찰하기 시작했어요. 다른 사례도 모아 내년 초 말하기 노하우를 책으로 내놓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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