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직접 입장 밝히겠다” 정면돌파 선회

2009. 11. 5. 09:18이슈 뉴스스크랩

이 대통령 “직접 입장 밝히겠다” 정면돌파 선회
[경향신문] 2009년 11월 04일(수) 오후 06:09   가| 이메일| 프린트
ㆍ‘수정’ 첫 언급…조기 공론화로 강행의지
ㆍ총대 멘 정총리 구체일정 제시 ‘속도전’

이명박 대통령이 세종시 수정 정면돌파에 나섰다. 정운찬 국무총리를 통해 수정 방침을 공식화하는 것은 물론, 향후 “직접 입장 표명”을 하겠다는 계획도 공개했다.
 
‘수정 시간표’를 조기 공론화하면서 향후 일사천리로 진행하겠다는 강한 의지 표명으로 읽힌다. 이 같은 갑작스러운 선회는 정치권의 논란이 격화되고 ‘박근혜의 벽’에 막히면서 수정론이 동력 상실의 상황으로 가는 데 따른 비상처방으로 풀이된다. 또 그간 ‘대리전’ ‘리모컨 정치’ 등의 비판도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 수정 공식화 = 이 대통령은 4일 정 총리로부터 향후 세종시 수정 ‘로드맵’을 보고받은 뒤 “세종시 대안은 원안보다 실효적 측면에서 더 발전되고 유익해야 한다”고 밝혔다. 구체적 기준으로 ‘국가 경쟁력’ ‘통일 이후 국가미래’ ‘해당 지역의 발전’을 제시했다. 정 총리의 세종시 수정 기본구상 보고에 대한 당부 형식의 여전한 ‘대리 화법’이지만, 이 대통령이 처음으로 수정 방침을 공식화한 것이다. 특히 이 대통령은 “적절한 시점에 본인의 입장을 직접 밝히겠다”고 덧붙였다.

정운찬 총리가 4일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별관 기자회견장에서 세종시 관련 기자회견을 하기에 앞서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김창길기자
세종시 수정 로드맵의 골자는 주례보고에 이은 정 총리의 기자간담회 발표문으로 구체화됐다. 세종시 대안 마련을 위해 민간인 15명 등 25명 규모의 민·관합동위원회를 구성하고 이를 뒷받침할 정부내 기획단을 만든다는 게 추진계획이다. 발표문에 “자족기능 부족” “행정 비효율” “향후 통일 대비” 등을 적시, 현행 9부2처2청의 행정부처 이전 규모 대폭 축소가 핵심인 점도 분명히 했다.

무엇보다 정부 대안 도출 시점을 ‘내년 1월’로 공식화한 점에서 이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가 짚힌다. 그간 친이계들조차 내년 지방선거에서의 부정적 영향을 우려해 “원안이든, 수정이든 연내 결판을 내야 한다”고 요구해온 것을 감안하면 향후 정치 일정과 상관없이 세종시 수정을 밀어가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 배경과 전망 = 이 대통령이 서둘러 수정론 공식화에 나선 것은 세종시로 인해 정치권의 갈등이 커지고, 특히 여당의 내홍으로 비화하는 ‘난맥’이 원인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내용이 없는 싸움을 하다 보니, 수정을 반대하는 쪽에 일방적으로 깨지고 있다”(친이계 의원)는 진단대로, 세종시 수정 동력도 급격히 훼손되는 기류가 나타났다. 최근 민심의 흐름도 ‘원안 추진’ 여론이 ‘수정’ 여론을 앞지르는 등 심상찮다.

결국 이 같은 ‘악순환’에 제동을 걸면서 논의의 주도권을 되찾겠다는 의도인 것이다. 논의 기구를 민간인을 다수로 하는 등 정치권의 영향력을 줄인 것도 같은 이유다. “정부·여당이 비겁하게 말을 안하다 보니 세종시 문제가 친이·친박 문제로 비화됐다”(홍준표 의원)는 따가운 시선도 발걸음을 재촉하게 만든 요소다.

따라서 향후 세종시 논의기구 구성 등 추진 움직임은 일사천리로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정부는 다음주 중 민·관합동위와 기획단을 구성한다는 방침이고, 여당인 한나라당도 당내 지원 기구인 세종시특위(가칭)를 이번주 내로 구체화한다는 복안이다. 이후 ‘민·관기구 구성→여론 수렴 및 홍보전(공청회 포함)→정부안 마련→이 대통령 결단’의 수순으로 이어지는 로드맵이다.

동시에 조만간 이 대통령이 ‘대리 화법’에서 벗어나 ‘직접 화법’으로 전환할 가능성도 엿보인다. 이날 정 총리의 ‘발표문’에도 불구, 정치적 논란은 확산으로 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동관 홍보수석은 이날 이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등 직접 입장 표명과 관련, “중간에 필요하면 설득을 위해서 하고, 정부안이 마련되면 전면적으로 입장을 표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내년 1월 이 대통령의 ‘결단’ 형식의 세종시 수정 방침 천명은 상수이고, 정치적 논란이 계속 심화할 경우 도중에 직접 나서는 방안도 검토 중이란 이야기다.

<김광호기자>